저출산 위기 넘어선 정식품

영유아 치료식 '베지밀' 만든 정식품 '1등 굳히기'
소품종 대량생산→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시니어·임산부 등 타깃 세분화+신제품 효과 톡톡
1967년 소아청소년과 의사였던 정재원 정식품 명예회장은 ‘유당불내증’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한 제품을 개발하기로 결심했다. 유당불내증은 모유에 있는 유당을 분해할 수 있는 효소가 없는 아이들이 설사와 구토를 반복하다 사망에 이르는 병이다. 몇 년 후 개발에 성공했다. 베지밀이란 이름의 국내 최초 두유가 나왔다. 베지밀은 한때 아이들의 생명을 살리는 귀한 약이 됐다.

정식품은 1973년 회사 설립 후 베지밀을 100억 병 넘게 팔았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정체기를 맞는다. 두유를 대체할 건강식품이 늘고, 경쟁 제품도 쏟아져 나왔다. 정식품은 변신을 시도했다. 두유란 핵심 경쟁력을 기반으로 식품 트렌드에 맞는 다양한 음료를 내놓는 전략이었다. 소비자를 세분화해 공략하기 시작했다.

코코넛 두유 등 트렌드 음료로 변신

소비자들은 장수 브랜드의 변신에 좋은 반응을 보였다. 2014년 1720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870억원으로 늘었다. 이 기간 시장 점유율도 45%에서 51%로 상승했다.

이런 전략을 세우기 전까지 정식품의 포트폴리오는 단순했다. 베지밀A(고소한 맛)와 베지밀B(달콤한 맛)가 대표 제품이었다. 또 환자를 위한 의료용 특수식품 ‘그린비아’가 있었다.

정식품은 매출이 정체하던 2010년께 대대적 혁신을 시작했다. ‘맛없고, 느끼하다’는 평가를 극복하는 게 핵심 과제였다. 연구소 직원들은 “맛있고 상큼한 두유를 만들어 보자”고 했다.

2014년 ‘베지밀-과일이 꼭꼭 씹히는 두유’ 시리즈가 나왔다. 두유에 애플망고 과즙과 코코넛 젤리를 넣어 씹는 맛을 살린 ‘베지밀-과일이 꼭꼭 씹히는 애플망고 두유’ 등이다. 이 제품은 지난 5월까지 1500만 개 이상 팔렸다. ‘구아바 애플망고 두유’ ‘키위 아보카도 두유’ ‘체리석류 두유’ 등도 내놨다.

이동호 정식품 팀장은 “신제품 베지밀을 아이스바, 빙수, 슬러시 등으로 만드는 소비자가 많아졌다”며 “이 과정을 통해 새로운 두유 소비층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3년 새 나온 신제품만 16가지

기능을 중심으로 소비층을 세분화한 신제품도 매출 증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필수 아미노산 메티오닌과 오메가3 지방산, 몸속 보호막 형성 성분 등을 첨가한 ‘5060시니어 두유’를 내놨다.
이 밖에 임신부와 수유하는 엄마에게 도움이 되는 ‘베지밀 건강맘’, 어린이를 위한 ‘베지밀 어린이두유 다빈치’, 아기들을 위해 연령과 단계별로 나눈 ‘베지밀 콩유아식’ 등 다양한 제품이 정식품 제품 포트폴리오에 들어왔다.

‘정식품=두유’라는 공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식물성 건강음료 시장에도 진출했다. 코코넛의 과육과 과즙을 통째로 넣은 ‘리얼 코코넛 밀크’ ‘리얼 호두 밀크’ ‘리얼 코코넛 밀크 티라미수’ ‘깔라만시 에이드’ 등이 대표 제품이다. 2014년 이후 지금까지 새로 나온 제품만 16가지다.

2015년 취임한 이순구 대표(63)는 이 같은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그는 1983년 정식품에 입사해 기획조정실장, 관리이사, 청주공장 공장장 등을 거쳤다. 2014년 건강음료사업부인 ‘자연과 사람들’ 대표이사를 지낸 뒤 2015년 정식품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정식품을 오래된 두유 회사에서 트렌디하고 건강한 음료회사로 변신시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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