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없이 돌아온 웜비어 엿새만에 사망…가족 "북한 학대때문"

입력 2017-06-20 05:36 수정 2017-06-20 08:29
가족성명 통해 발표…미국 여론악화로 북미관계 냉각 장기화될 듯

북한에 장기간 억류됐다가 최근 의식불명 상태로 송환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씨가 19일(현지시간) 결국 숨을 거뒀다.

미 오하이오 주(州) 신시내티에 거주하는 웜비어의 가족은 성명을 통해 병원에서 치료받던 웜비어가 이날 오후 3시20분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가족은 성명에서 "아들 오토 웜비어가 집으로의 여행을 완전히 끝냈다고 발표하는 것은 우리의 슬픈 의무"라며 "우리 아들이 북한의 손아귀에서 받은 끔찍한 고문과 같은 학대는 우리가 오늘 경험한 슬픈 일 외에 어떠한 다른 결과도 낳을 수 없도록 했다"고 말했다.

미국과 북한 간 오랜 교섭 끝에 지난 13일 혼수상태로 고향에 돌아온 웜비어는 병원에 입원한 지 엿새 만에 공식 사망 선고를 받았다.

웜비어는 심각한 뇌 손상 증상으로 오랫동안 혼수상태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웜비어의 의료진은 아직 코마의 원인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지만, 북한은 그가 지난해 3월 재판을 받은 이후 식중독 증세인 '보툴리누스 중독증'을 보이다가 수면제를 복용한 후 코마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미국 시민이 강제 억류 후 송환된 지 일주일도 안 돼 사망하면서 미국 내 대북 여론이 더욱 악화하고, 이에 따라 가뜩이나 안 좋은 북미 관계도 더욱 냉각될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버지니아주립대 3학년이던 웜비어는 지난해 1월 관광차 방문한 북한의 평양 양각도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됐으며, 같은 해 3월 체제전복 혐의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미국 정부는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웜비어 석방 작전에 착수했고, 지난달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노르웨이 오슬로로 보내 북한 측과 첫 번째 직접 접촉을 했다.

윤 특별대표는 이달 초 뉴욕에서 자성남 유엔주재 북한대사를 만난 데 이어 지난 12일 북한을 전격 방문해 웜비어의 상태를 직접 보고 석방을 요구해, 하루 만인 13일 억류 17개월 만의 극적인 송환이 이뤄졌다.
웜비어의 송환으로 현재 북한에 억류된 미국 시민권자는 한국계인 김동철 목사와 김상덕 김학송 씨 등 3명으로 줄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정보기술(IT) 기업 총수들과의 정부 전산망 개혁 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웜비어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듣고 즉석에서 북한을 "잔혹한 정권(brutal regime)"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별도의 공식성명을 통해 "미국은 다시 한 번 북한 정권의 잔혹성을 규탄한다"면서 "오토의 불행한 운명은, 무고한 사람들을 상대로 법규범과 기본적 인간의 품위를 존중하지 않는 정권들에 의해 저질러진 이런 비극을 예방하려는 우리 정부의 결심을 더욱 굳게 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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