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생산 시설 규제 강화…적절한 방역위해 소농 위주 축산 농가 구조 개선해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등 주요 가축 질병이 재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밀집 사육을 꼽았다.

OECD는 밀집 사육 개선과 함께 소농이 다수인 축산업계 상황 때문에 적절한 방역과 생산 시설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농가 구조도 바꿔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19일 OECD에 따르면 OECD는 최근 이런 내용이 담긴 '한국 가축 질병 관리에서 생산자 인센티브'(OECD Producer Incentives in Livestock Disease Management: Korea Case Study) 보고서를 공개했다.

OECD는 한국에서 경제성장으로 축산물 소비가 빠르게 증가했으며 높은 인구밀도와 토지 부족으로 가축을 집약적으로 생산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축산업이 국내 농업 생산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5년 23%였으나 20년 뒤인 2015년에는 42%로 19% 포인트나 상승했다.

축산 농가당 평균 사육두수도 이 기간 닭은 928→5천369마리, 돼지는 136→1천679마리, 소는 5→30마리로 급증했다.

OECD는 한국의 밀집 사육 방식을 2010년 이후 지속해서 재발하는 고병원성 AI, 구제역, 브루셀라, 소결핵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현행 축산법을 보면 알 낳는 닭을 기준으로 닭 한 마리의 최소 사육 면적은 A4 용지(0.062㎡) 한 장도 되지 않는 0.05㎡다.

하지만 동물보호협회는 이런 기준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며 양계장에서는 좁은 철망으로 된 우리를 여러 단 쌓아 올려 그 안에 닭을 움직이지도 못하게 가둬놓고 기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돼지 사육농가에서도 새끼를 낳는 어미돼지를 철제 감금 틀에 가둬놓고 인공수정과 출산을 반복하는 등 축산 농가에서 광범위하게 공장식 밀집 사육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사육 환경에서는 일단 AI나 구제역 등 가축 질병이 생기면 동물들이 전염병에 쉽게 노출돼 대규모 피해를 면하기 어렵다.

또 가축이 좁은 사육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항체 형성률이 떨어짐으로써 질병을 이겨내는 능력도 낮아져 피해가 더 커진다고 축산 전문가는 지적한다.

실제 행정자치부가 2016년 11월∼2017년 1월 충청남도 내 가금류 사육농가 5천 곳을 대상으로 AI 발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10만 마리 이상을 사육하는 농가의 AI 발병률은 36.17%로, 4천 마리 미만 농가 발병률 0.07%보다 548배 높았다.
OECD는 이 보고서에서 "갈수록 심해지는 가축 질병 발생에 대응해 한국 정부는 가축 생산 시설이나 위치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OECD는 더 나아가 가축 질병 관리를 위해 근본적으로 농가 구조와 농업 분야 인적 자본 개선도 추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OECD는 "축산 농가 규모가 커지고 있으나 여전히 소농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질병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적절한 방역과 생산 개선 투자가 제약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OECD는 따라서 "다수의 저학력 고령농가에 대한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 축산업을 떠나도록 촉진하고 자원이 다른 축산 농가에 재분배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기자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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