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한달 만에 정계 '물갈이'
0석이던 신당, 350석 확보
압승 예측돼 투표율 43% 최저

시험대 오른 '1호 개혁'
프랑스 유권자의 40%가 노동계층
밀어붙이기식 개혁 땐 부작용 커
노조, 총선 끝나자마자 반대집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총선 결선투표가 치러진 18일(현지시간) 투표소로 향하면서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어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이고 있다. 투케AFP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프랑스 총선 결선투표 결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신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와 민주운동당(MoDem) 연합이 하원의석 577석 가운데 350석을 확보했다. 전체 의석의 60.7%다.

‘제로(0)’ 의석에서 다수당을 거느리게 된 마크롱 대통령은 최우선으로 친(親)기업적 노동개혁안을 밀어붙일 예정이다. 당장 총선 다음날부터 노동개혁에 반대하는 대규모 노동조합 시위가 벌어졌다. 그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당독재’ 견제심리 작동

앙마르슈 연합이 결선투표에서 얻은 의석수는 당초 예측보다는 적었다. 지난 11일 1차투표 직후 최대 470석, 결선투표 개표 전 발표된 출구조사에서 355석 이상이 예상됐다. 마크롱의 ‘압승’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이를 경계한 사람들이 다른 당에 표를 줬거나 안전한 압승일 것으로 예측되자 아예 투표에 불참한 이들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날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앙마르슈 연합이 다수 의석을 확보한 가운데 공화당·민주독립연합(UDI)이 2위로 131석을 획득했다. 100석 아래로 곤두박질칠 것이라는 예상에 비하면 선전했다. 여당이던 사회당은 284석에서 32석으로 형편없이 세가 쪼그라들었다. 그나마 급진좌파당(PRG)과 연합한 결과다. 반면 극좌파로 꼽히는 라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는 17석, 공산당은 10석을 얻었다.

대통령선거 1차투표에서 34% 지지를 받고 2위로 결선투표에 진출해 한때 마크롱의 적수로 꼽혔던 극우파 마린 르펜의 국민전선(FN)은 8석을 얻는 데 그쳤다. 2012년 총선(2석) 때보다 의석수가 늘었지만 원내교섭 단체가 되기 위한 최저 의석수(15석)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번 총선 투표율은 42.6%로 샤를 드골 장군이 1958년 집권해 출범한 제5공화국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1978년 총선 투표율(84.7%)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은 지난 6주 새 대선 두 번, 총선 두 번 등 네 번의 투표에 불려 다녀야 했던 유권자의 피로 등을 이유로 꼽았다. AP통신 등은 투표 기권율이 57.4%에 달해 새 의회의 대표성이 다소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노동계는 강력 반발

마크롱 대통령은 2014년부터 3년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정부의 경제장관으로 재직하며 노동개혁을 밀어붙였다. 작년 3월 발표 당시 노동부 장관의 이름을 따 ‘엘 콤리법’이라고도 불린 노동개혁안은 하루 최대 10시간, 주당 48시간 노동시간 규정에 예외를 허용해 하루 최대 12시간, 주당 60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이 적자를 냈을 때 해고를 좀 더 쉽게 하고, 기업이 적자를 보는 등 상황이 나쁠 때만 노동시간과 임금체계를 손질할 수 있도록 하던 것을 시장 개척 등 상황이 좋을 때도 할 수 있게 유연화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의회를 거치지 않고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노동개혁에 대한 마크롱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하다. 유로존 평균(4월 말 9.3%)보다 높은 수준인 프랑스 실업률(9.5%)을 낮추기 위해선 노동개혁이 꼭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그는 지난달 14일 취임한 뒤 열흘 만에 노조 대표들과 만나 개혁의 필요성을 설득했다.
앙마르슈는 이번 총선 공약으로 실업률을 2022년까지 7%로 떨어뜨리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퇴직금 상한제를 도입하고 근로자의 소송 가능 기간을 단축하는 등 해고 요건을 완화하겠다고 내걸었다. 또 노동법을 수정해 산별이 아닌 기업의 개별 임금협상 여지를 확대하기로 했다.

반발이 적지 않다. 앙마르슈가 의석의 60%를 차지하긴 했지만 1차 총선 지지율은 32.3%에 머물렀다. 프랑스 유권자의 40%를 차지하는 노동계층이 모두 앙마르슈의 이런 개혁안에 우호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프랑스노동총동맹(CGT)은 19일 파리 시내에서 노동개혁에 반대하는 대규모 거리집회를 열었다. 최대 노동단체인 민주노동총동맹(CFDT)도 노동개혁 강행을 두고 보지 않겠다고 밝혔다. 영국 가디언지는 “앞으로 몇 주 동안 프랑스 정부가 주요 노조와 어떻게 협상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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