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뒷전으로 밀린 국제금융정책

입력 2017-06-19 17:50 수정 2017-06-20 01:27

지면 지면정보

2017-06-20A34면

미국 금리인상, 보호주의 확산 등 불안한 글로벌 금융시장
국내는 저금리에도 저축 늘고 잉여자금은 해외탈출
금융변화 따른 충격파 줄일 장기 대책 절실

이인실 < 서강대 교수·경제학 insill723@sogang.ac.kr >
강의 목적으로 나름 챙겨보는 TV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 몇 년 전 ‘소는 누가 키우나’라는 코너가 있었다. 꼭 해야 할 일은 안 하고 딴청을 피우는 일을 빗댄 이 유행어가 생각난 것은 극심한 가뭄 속에서 내리쬐는 올여름 햇볕만큼이나 국내외 경제 기류가 예사롭지 않아서다. 특히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가 일어난 지 10년이 된 올해의 국제 금융시장 변동이 심상치 않다.

2007년 미국 부동산 버블 붕괴로 시작된 위기가 이듬해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이어지면서 세계적인 금융 공황을 막기 위해 전례 없을 정도로 막대한 수준의 구제금융과 경기부양책이 쏟아졌다. 미국 중앙은행(Fed)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의 공조와 새롭게 결성된 주요 20개국(G20) 체제를 중심으로 유럽 재정위기처럼 여러 번의 크고 작은 위기를 잘 넘겨 왔다. 덕분에 심각한 공황사태를 겪지는 않았지만 세계 경제는 장기적인 침체국면에 빠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마저도 잘 극복해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대부분의 금융자산 가격이 이미 과거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비정상적인 통화정책으로 극복한 ‘뉴노멀’이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잡기는 했지만 국제 금융시장은 또 다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국가 간 거시경제 불균형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고, 전쟁 상황이 아닌데도 미국과 유럽국가들의 국가부채 비율이 과도하게 높아졌다. 설상가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세계무역기구(WTO) 질서보다 국내 법과 자국 이익이 중요하다며 연일 ‘미국 우선주의’ 발언을 쏟아내면서 국제 교역과 금융시스템의 기조를 뒤흔들고 있다. 다음주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을 정치·외교 이슈를 넘어서 긴장하며 지켜보게 되는 까닭이다.
이런 가운데 Fed는 올 들어 두 번째로 기준금리를 인상했으며 하반기에 한 차례 더 인상하고 보유 자산 매각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해 오던 한국은행도 통화 긴축을 시사하는 신호를 내놓았다. 그런데 경제전문가나 언론의 관심은 새 정부의 ‘재벌 개혁’ ‘일자리 창출’ ‘복지 확대’ 등 경제 이슈에 과도하게 집중돼 국제 경제 및 금융시장에 대한 위험이 과소평가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한국 경제는 저성장과 고령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가계 부채의 확대, 부동산시장 불안정 등 각종 경제 불확실성이 취약한 금융시장으로 전이된 상태다. 저금리에도 가계 저축이 늘고, 기업투자가 줄다 보니 국내 잉여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해외 직접투자나 증권투자로 경상수지 흑자 규모보다 더 많은 990억달러가 해외로 유출됐다. 한국은행의 자금순환계정에 의하면 2016년 국내 순자금공급 총액 121조원 중 해외 부문의 순자금조달은 120조원으로 기업의 순자금조달은 1조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시장 상황과 맞물려 빠져나간 자금이 해외에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금융정책 총괄 기능은 매우 취약하다. 아직도 국내와 국제 금융 정책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로 이분화돼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아예 금융이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는 느낌이다. 지난번 발표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 금융 부문은 빠져 있고 금융위원장 인선도 제일 뒤로 미뤄지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중국 경제는 한때 4조달러에 이르던 외환보유액이 3조달러 이하로 떨어지는 등 지난 20년의 고속 성장 과정에서 쌓인 부동산 거품, 기업 부채 증가, 그림자금융 등의 부실 문제가 가시화되고 있다. 한국은 기초경제 여건이 튼튼해 더 이상 글로벌 자금의 현금인출기(ATM) 신세는 아니라지만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에 대해 지나치게 무심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설상가상 올해는 24년 만의 새로운 은행인 인터넷전문은행이 공식 출범하면서 전통 금융권도 국제 금융시장에 눈 돌릴 틈이 없다는데, 정말 소는 누가 키울 것인지 걱정이다.

이인실 < 서강대 교수·경제학 insill723@sogang.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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