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요금 직접 설계하겠다는 미래부…"2만원대 LTE 상품 신설하라"

입력 2017-06-19 17:39 수정 2017-06-20 05:03

지면 지면정보

2017-06-20A14면

미래부, 국정위에 '다섯 번 째' 보고…통신시장 관치 논란

미래부 주요 보고 내용
LTE 최저요금 2만원대로…선택약정 할인율 25%

2G·3G 기본료 폐지는 더 논의해 결론내기로
내달 초 최종안 발표

통신사들은 '강력 반발'
협조 가장한 후진국형 개입 "관치행정이 진짜 적폐"

미래창조과학부는 19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최저 요금을 2만원대로 낮춘 보편적 LTE 요금제 신설을 포함한 통신요금 절감 대책을 보고했다. 왼쪽부터 최영해 미래부 전파정책국장, 김용수 2차관, 양환정 통신정책국장. 연합뉴스

미래창조과학부가 민간 기업인 통신업체들의 요금 설계에 개입하는 등 시장 원리에 어긋나는 강제적 가격 통제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미래부는 19일 인수위원회 역할을 맡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4세대(LTE) 이동통신 요금제의 최저 요금을 낮추고 데이터 제공량을 늘리는 LTE 보편적 요금제 신설 방안을 보고했다. 인위적으로 요금을 내릴 법적 권한이 없다던 기존 방침에서 급선회한 것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통신 요금 인하 공약을 빌미로 규제 권한을 늘리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통신업계에서는 “번 만큼 뱉어내라는 식의 이 같은 압박이야말로 청산해야 할 ‘관치(官治) 행정’ 적폐”라며 반발하고 있다.

◆미래부 보편 요금제 강요

국정기획위와 정부에 따르면 미래부는 이날 국정기획위에 보고한 통신비 인하 종합대책에 LTE 보편적 요금제 출시, 선택약정 할인율을 현재 20%에서 25%로 상향 조정, 공공 와이파이 확대, 저소득 및 차상위계층 통신비 부담 경감 등을 담았다.

미래부는 통신 3사에 LTE 요금제의 최저요금을 낮추도록 독려해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의 83%에 달하는 LTE 요금제 사용자들에게 직간접적인 통신비 인하 혜택을 주기로 했다. 현재 통신 3사의 LTE 최저요금제는 3만원대 초반이다. 월 300메가바이트(MB) 데이터 제공에 무제한 통화 혜택을 제공한다. 미래부는 이 최저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을 1~2기가바이트(GB)로 높이고, 가격은 2만원대로 낮추도록 통신 3사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기획위가 최우선 공약 이행 대책으로 꼽은 월 1만1000원의 통신 기본료 폐지는 이날 회의에서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기본료 폐지는 통신사 반발이 여전히 심하고 여러 논란이 있다”며 “최종 결론을 내기 전에 (기본료 인하 효과 만큼의) 대안을 만들어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부의 이날 국정기획위 보고는 다섯 번째다. 국정기획위는 미래부와 비공식 논의를 통해 다음달 초 최종 결론을 발표할 예정이다.

◆요금체계 전면 조정 불가피

미래부가 보고한 LTE 보편적 요금제 신설은 기본료 폐지와 같은 인위적인 시장가격 통제라는 비판을 받는다. 최저요금제에서 제공하는 데이터 제공량 혜택 등을 바꾸면 어쩔 수 없이 LTE 요금제의 전면적인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요금 가격에 따라 제공 혜택이 달라지는 게 시장 원리인데 맨 밑단을 건드리면 요금 체계가 송두리째 흔들린다”며 “통신사 협조 요청을 가장한 후진국형 시장 개입책”이라고 반발했다.

이와 관련해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이날 미래부 장관이 이동통신 이용자들의 데이터 평균 사용량을 감안해 요금 기준을 고시하고, 통신사들이 그 기준에 부합하는 요금제를 하나 이상 출시하도록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 개선법) 등 규제의 실패를 또 다른 규제로 막으려는 규제 악순환”이라며 “국정기획위가 초법적이고 직권남용적 요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 요금할인은 지금도 부담”

미래부는 현재 20%인 선택약정 할인율을 25%로 높이는 방안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20% 요금할인’으로 불리는 선택약정 할인제는 휴대폰을 살 때 단말기 공시지원금을 받지 않는 대신 매달 통신요금의 20%(현재 기준)를 할인받는 제도다. 단통법 고시에 따라 미래부 장관은 시장 상황에 따라 할인율을 조정할 수 있다. 현재 통신 3사의 선택약정 가입자는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27%에 달하는 1500만 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 역시 장관 재량으로 사실상의 가격 통제를 시도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 급감으로 마케팅 비용이 줄어 통신 시장에서 경쟁이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정호/김일규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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