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프란시스코 고야 '옷을 입은 마야'

입력 2017-06-19 17:37 수정 2017-06-20 07:00

지면 지면정보

2017-06-20A2면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18세기 스페인 화단의 거장 프란시스코 고야(1746~1828)는 50년 이상 궁정화가로 활동하며 귀족층의 화려한 삶을 화면에 녹여냈다. 인간을 억압하고 차별하는 왕권을 가까이서 봐온 그는 대담하고 빠른 붓질로 귀족들의 세세한 감정까지 잡아냈다. 귀족의 취향을 중시한 그는 귀부인의 상징으로 ‘마야’(함부로 자란 시골처녀)를 모델로 해 많은 작품을 남겼다.

1805년 완성한 ‘옷을 입은 마야’는 ‘옷 벗은 마야’(1800)와 함께 마야를 모델로 그린 걸작이다. 서양미술사 최초의 누드화 ‘옷 벗은 마야’로 당시 누드를 금지하던 스페인에서 논란을 일으켰고, 결국 고야는 옷을 입은 마야를 그렸다. 하얀 드레스를 입고 침대에 요염하게 누워 있는 마야를 따뜻한 색조로 잡아냈다. 마야가 옷을 벗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도록 유도하면서 오히려 고품격 에로티시즘을 더욱 돋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그렇다면 마야는 누구였을까. 지금까지 마야의 실제 모델은 고야의 연인이었던 알바 공작부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법의학계는 그림 속 얼굴의 랜드마크 비교검사(3차원 형상복원) 등을 통해 당시 최고 세력가였던 재상 마누엘 고도이의 정부인 페피타 츠도우라고 밝혀냈다. 고도이가 두 작품의 최종 소장자인 만큼 마야가 페피타일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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