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열띤 참여로 작품 완성" 무대와 객석 경계 사라진다

입력 2017-06-19 17:19 수정 2017-06-20 02:34

지면 지면정보

2017-06-20A30면

문화 뉴 트렌드 - 양방향 소통 공연·전시 붐

일방적 내용 전달서 벗어나 관객이 공연 방향 등 결정
'내일 공연…', '오늘 처음…' 색다른 연출에 좋은 반응
'불확정성의 원리' 전시도 관람객들 참여가 핵심

가상현실 설치작품 ‘새(鳥) 여인’.

‘공연이 내일인데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 스태프의 의견을 모아야 하는 조연출만 발을 동동 구른다. 이 공연, 제대로 올라갈 수 있을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로 오는 22~25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리는 공연 ‘내일 공연인데 어떡하지’는 이 같은 설정에서 시작한다. 관객이 조연출을 따라 사무실, 무대 뒤편, 분장실, 연습실 등 극장 곳곳을 누비며 미션을 수행하고 공연 진행에 도움을 주는 과정 전체가 공연이 되는 관객참여형 체험 프로그램이다. 관객은 참가자이자 배우, 공연기획자가 된다.

◆공연, 양방향 소통으로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배우는 연기하고 관객은 앉아서 이를 보는 틀을 깨고 관객이 극 전개 방향을 결정하는 등 관객 참여로 작품을 완성하는 공연이 늘고 있다. 관객을 향한 ‘일방적 전달’에서 ‘양방향 소통’으로 공연 양식이 확장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4~5월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열린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은 국내 최초 ‘즉흥 뮤지컬’로 주목받았다. ‘뮤지컬 공연을 준비하는 연습실’이라는 상황만 주어져 있고 정해진 대본이 없다. 관객이 말하는 대로 제목, 주인공, 상황 등이 결정되고 연출과 배우는 이에 따라 즉흥적으로 장면과 노래를 만들며 한 편의 뮤지컬을 완성한다. 연출을 맡은 김태형이 극 속에서도 연출 역할로 등장해 관객을 만났다.

관객참여형 공연인 ‘내일 공연인데 어떡하지’의 지난해 진행 장면. 스토리피 제공

생소한 형태의 공연이었지만 연출과 배우의 뛰어난 순발력이 금세 입소문을 탔다. 공연 기간 마지막 주 무대는 전석 매진되고 예매사이트 인터파크에서 관객이 매긴 평점은 9.5점을 기록했다.
이를 기획·제작한 공연전문회사 아이엠컬처 관계자는 “전형적인 즉흥극을 토대로 관객 참여를 주요 변수로 설정해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무대를 구현했다”며 “국내 공연시장에서 관객참여형 즉흥뮤지컬의 성공 가능성을 엿봤다”고 말했다.

지난 4월엔 독일 문호 괴테의 ‘파우스트’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관객 각자가 파우스트가 돼 메피스토와 거래한다’는 콘셉트로 열린 관객참여형 게임·전시 ‘빙 파우스트@메피스토앤코’가 열려 좋은 반응을 얻었다.

◆미술·전시에서도 시도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작품은 미술·전시 분야에서 일찌감치 모습을 드러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지난달 개막해 오는 10월까지 열리는 전시 ‘불확정성의 원리’가 대표적이다. 작가 권하윤은 가상현실(VR) 설치 작품인 ‘새(鳥) 여인’을 이 전시에 선보이고 있다.

프랑스에 사는 어느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 기억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관객 움직임에 따라 3차원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조성된 과거의 시간, 공간이 변화한다. 관객이 가만히 서 있으면 시간이 멈춘 것처럼 모든 것이 정지된다. 이야기를 끝까지 보고 듣기 위해선 관객이 직접 움직여 낯선 공간으로 들어가야 한다.

같은 장소에서 오는 8월까지 열리는 ‘양지앙 그룹: 서예, 가장 원시적인 힘의 교류’전도 관객의 참여가 핵심이다. 대규모 설치작품을 배경으로 ‘식사 후 서예하기’ ‘차 마시고 향 음미하기’와 같이 작가가 직접 진행하는 관객참여 퍼포먼스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예술과 일상 사이의 모든 차이를 허물고 완성된 예술의 형식보다는 그 과정을 함께 만들어가는 데 전시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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