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 게 터졌다…"교수·대학원생 '갑을관계' 개선" 한 목소리

입력 2017-06-20 09:30 수정 2017-06-20 09:30
교수·제자간 연구비 횡령 등 적폐청산 제보 '봇물'
경직된 대학원 문화 개선 주장

사진=게티이미지

"대학원 다니면서 꿈이고 열정이고 다 사라졌어요." "대학원생 인권이 없는 삶이 당연시되고 있습니다. 제2의 테러가 생기지 말란 법이 없습니다."

연세대 기계공학과 대학원생이 교수를 노린 폭발물 사건 이후 대학원에서의 사제지간 '갑을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사건과의 직접적 연관성과는 별개로, 수차례 지적됐음에도 여전한 지도교수와 대학원생 간의 잘못된 관행들이 다시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각 대학들의 학생 커뮤니티에는 지도교수의 부당한 행동과 대학원생의 열악한 처우를 폭로하는 글들이 잇따랐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고질적인 대학원 내 갑을문화 개선과 학내 자정기구 설치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9일 서울 소재 Y대학 대학원생 고모 씨(30)는 " 교수에게 외모 지적은 물론 언어폭력까지 당하는 건 예사"라며 "지긋지긋하다. 빨리 졸업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번 테러의 방법은 잘못됐지만 대학원생의 심정만큼은 이해가는 면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대학원생 조모 씨(29)도 "대학원생이 당당하게 목소리 낼 곳이 너무 없다. 대학원생들의 인권 문제를 이대로 두고만 보면 안 된다"고 전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대학원생들의 익명 폭로가 줄을 이었다. "약속시간에 절대 만나주는 법이 없다" "학생들 인건비를 차명계좌로 입금하게 한다" "개인 경조사 때 일꾼으로 부려먹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대학원생들은 무소불위에 가까운 지도교수의 권력을 집중적으로 문제제기 했다. 지도교수에게 밉보인 학생은 논문 심사나 취업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몇 다리 건너면 대부분 아는 사이인 좁은 학계에서 안 좋은 소문이 날까 봐 대부분 학생들은 '을'이 되기를 자처한다고 했다. 교수와 대학원생 관계는 봉건시대 영주와 농노 사이와 같다는 비유도 나왔다.

서울대 인권센터가 지난 13일 공개한 '2016 서울대 대학원생 인권실태'에 따르면 설문조사 응답 대학원생 1222명 중 33.8%가 "지도 교수로부터 폭언 및 욕설을 들은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교수가 부당한 개인 업무를 수행할 것을 지시했다"는 응답도 14.7%에 달했다.

심지어 "논문이나 외국 대학 추천 등 과정에서 교수가 대가를 제공해달라 요구한 적이 있다"(4.8%) 또는 "기합이나 구타를 당한 적이 있다"(3.9%)는 대학원생도 있었다.
교수의 말 한 마디면 모든 게 결정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한 대학원을 졸업한 김모 씨(31)는 "경직된 대학원 문화를 되돌아봐야 한다. 대학원생들은 부당한 일을 겪어도 후폭풍이 두려워 내부 고발은 꿈도 못 꾼다"고 전했다. "개인 연구실에서 이뤄지는 회계 처리 등에 대해서도 철저한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사제 폭탄 사건과 같이 분노 범죄를 예방하려면 스트레스를 적절히 해소해야 한다는 조언도 곁들였다. 신현균 전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최근 사제 폭발물 사건은 학생 개인의 심리적인 문제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각 대학의 심리상담센터를 적극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학원 문화 개선 움직임도 보인다. 서강대 대학원 총학생회는 지난 15일 '대학원생 권리장전 선포식'을 열고 대학원생 기본권리 보호를 위한 인식과 관행 개선을 촉구했다. 연세대의 경우 이번 사건과 관련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TF는 이번 사건 수습을 비롯해 대학원생 연구환경 전반의 문제에 대한 개선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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