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고기반찬 먹고싶어"…'하루식비 5천원' 지방 출신 취준생의 한숨

입력 2017-06-20 09:00 수정 2017-06-20 14:58
생활비 부담에 하루 식비 5000원도 엄두 못내
월 100만 원 상경 비용에 지방 취준생들 한숨

사진=게티이미지

"통장 잔액이 이제 1만 원 남았네요."

지난 13일 서울 소재 Y대학 캠퍼스에서 만난 유지수 씨(가명·25)는 삼각김밥을 입에 넣으며 말했다. 유 씨 앞에는 방금 비운 듯한 작은 컵라면 하나가 놓여 있었다. 2년 가까이 학업과 취업 준비를 병행하면서 유 씨의 지갑은 얇아진 지 오래다.

대전 출신인 유 씨는 서울 생활 6년 차, 내년 졸업을 앞둔 취업준비생이다. 유 씨의 하루 식비는 5000원. 하숙집 월세 45만 원, 휴대폰비 5만 원, 교통비 7만 원, 회사별 인·적성 시험 교재비 3만 원, 어학 시험비 5만 원, 학원비 20만 원 등 생활비만 어림잡아 85만 원이나 된다.

하루 식비를 5000원으로 줄여도 한 달 생활비가 100만 원이 나간다. 유 씨는 "그나마 아낄 수 있는 식비를 최대한 아끼고 있다. 서울에만 살았어도 훨씬 나았을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매일 도서관으로 출근하다시피 하는 유씨는 한 끼 평균 식사 비용이 2000원에 불과하다. 하숙집에서 아침은 먹고 나가지만 도서관에서 공부하려면 점심과 저녁은 밖에서 해결해야 한다. 하루 식비를 5000원 이상 지출하는 것은 '사치'라고 했다.

지방 출신 취준생에게는 한 끼 6000~7000원짜리 메뉴는 '사치'다. 월세, 휴대폰 요금, 교통비 등을 감안하면 부담되는 액수다.

식비를 아끼면서 자연스럽게 친구들과도 멀어졌다. 생활비를 감당하기도 벅차 친구들과 술 한 잔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식사는 주로 저렴한 구내식당을 이용한다.

상반기 채용 일정이 마무리에 들어간 이달 중순, 기자는 신촌 일대에서 하루 식비 5000원으로 24시간 '취준생'으로 살아봤다.

아침 6시30분께 유 씨가 다니고 있는 Y대학으로 향했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가방을 메고 등교하는 학생들이 꽤 많았다. 이미 도서관에 자리 잡고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도 보였다.

학교 인근에 살지 않고서는 이렇게 일찍 나오기 어려울 듯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학교 주변 자취 시세를 물어보니 "전세 6000만~8000만 원 또는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40만~60만 원은 줘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하숙집도 월 40~50만 원 선이었다.

아침 일찍 나왔더니 정오가 되기도 전에 배가 고팠다. 학교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5000원으로 하루 식비를 감당하려면 2000~3000원으로 한 끼를 해결해야 했다. 구내식당에서 가장 저렴한 메뉴인 1500원짜리 라면, 김밥, 주먹밥 등부터 눈에 들어왔다.

학교 밖 음식점들은 '그림의 떡'이다. 학교 정문 앞 저렴한 김밥 전문점 메뉴도 김밥을 제외하고 거의 다 6000원 이상. 학교 식당이 가장 저렴하다. 이 식사는 4000원어치. 2000~3000원짜리보다 비싼 축에 속한다.

그래도 국이나 찌개가 갖춰진 메뉴를 먹고 싶었다. 2500원. 점심을 해결하면서 주위를 둘러보니 1500원짜리 라면에 200원어치 공깃밥을 추가해 말아먹는 학생도 있었다. 이른 점심식사를 마친 기자에게는 식비 2500원이 남았다.

학교 밖 음식점은 '그림의 떡'이다. 대학가 저렴한 식당도 김밥 등 분식류가 2000~4000원대였다. 일반 식사는 6000~7000원 수준이었다. 지방에서 올라와 매일 숙식을 해결하는 취준생에게는 쉽게 선택할 수 없는 메뉴에 속했다.

서울 소재 K대학 대학원생은 "부모님께 손 벌리기 미안해 몰래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했다"며 "식비는 미리 사둔 기숙사 식권(한 달 기준 약 9만 원)을 이용하고, 인터넷 강의 30만~40만 원, 교재비 15만 원, 월세 50만 원까지 한 달 생활비만 100만 원 이상 나간다"고 털어놓았다.

해마다 상승하는 물가는 취준생들의 어깨를 더 무겁게 한다. 이달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2% 상승했다. 올 들어 매월 2% 안팎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 취준생은 "기숙사 한 끼 식사값이 작년보다 300원 올라 점심은 학교 식당에서, 저녁은 라면으로 때우고 있다"고 말했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물가로 지방출신 취준생들 부담이 커지고 있다. 자취방 월세, 생활비, 학원 수강료, 교재비 등을 감안하면 월 100만 원은 훌쩍 넘는다. 한 끼는 학교 식당, 한 끼는 즉석 식품으로 떼우는 학생도 있다. 사진=학생 제공.

취업을 해야 이러한 '값싼 식비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토익(TOEIC) 한 번 응시에 4만4500원, 취업용 증명사진도 기본 3만 원은 든다. 면접용 복장 비용도 추가 부담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면접에 들어간 비용은 평균 14만 원이었다. 응답자의 70% 이상이 "비용이 부담된다"고 답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4월 청년실업률은 역대 최고치인 11.2%였다. 체감실업률은 무려 24%, 젊은이 4명 중 1명이 실업자라는 얘기다.

저녁이 돌아왔다. 기자는 남은 2500원으로 식사를 해결해야 했다. '집밥'이 아닌 밥을 먹으니 시장기가 빨리 찾아오는 듯했다. 고기 반찬을 먹고 싶었지만 엄두를 못냈다. 구내식당에서 파는 고기 덮밥이 4000원이나 했다.

어둠이 덮인 캠퍼스에서 다시 만난 유 씨는 "대학 입학 후 과외나 아르바이트를 너무 많이 했다. 삶이 너무 팍팍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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