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View & Point]

새 정부의 '혁신 창업기업' 지원…시각·균형·호흡이 중요한 까닭

입력 2017-06-15 16:59 수정 2017-06-15 17:27

지면 지면정보

2017-06-16B2면

경영학 카페

스타트업 지원 '선택과 집중'필요
일자리 목표 탓 '좀비' 양산 우려
사내창업 늘려 성장한계 극복을
3~7년 '죽음의 계곡' 통과까지
시행착오 용인하며 기다려줘야

전창록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 정책의 핵심 거점으로 ‘혁신 창업기업’을 지목했다. 창업은 지난 정부에서도 국정 화두였는데, 이번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더 강조되는 모양새다. 미국은 ‘FANG(Facebook, Amazon, Netflix, Google)’, 중국은 ‘BAT(Baidu, Alibaba, Tencent)’와 같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서 시작한 기업들이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의 크기가 아니라 민첩함과 혁신 마인드가 성공 요소라는 점을 감안하면 스타트업에 대한 기대와 지원은 당연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정책적 환경 속에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는 ‘시각’의 문제다. 스타트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정책은 결과가 따라줘야 한다. 정부는 16만 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해 혁신 창업기업 4만 개를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창업과 퇴출이 활발한 건강한 기업 생태계가 작동해야 하는데, 일자리 목표 때문에 시장에서 경쟁력 없는 기업이 정책자금을 계속 옮겨 타며 ‘좀비’처럼 연명하는 사례가 있다. 선진국에서는 ‘빠른 실패’를 장려하는데 우리는 ‘느린 실패’로 가는 것은 아닐까. 글로벌 경쟁력의 시각에서 보면 정부 지원이 선택과 집중으로 가야 하는데, 지원이 얇고 넓게 뿌려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정부 정책이 질보다는 양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혁신 창업기업 4만 개가 성공해야 16만 개 일자리가 창출된다. 아래는 청년 창업을 경험한 한 블로거의 글이다.
“아직 사회생활도 안 겪어본 친구들에게 장밋빛 환상을 심어주면서 무작정 창업을 장려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 소액의 돈을 쥐어줌으로써 창업의 진입장벽을 낮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3~5년 후 환상 속에서 막 현실로 깨어나온 청년 신용불량자들이 많지 않았으면 좋겠다.”

둘째는 ‘균형’의 문제다. 정부에서 사내 창업 기업 3000개를 양성한다고 했다. 《린스타트업》을 쓴 에릭 리스에 따르면 창업가는 어디에나 있다. 꼭 ‘차고’에서 창업하는 것만 스타트업인 것은 아니다.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는 조직이라면 모두가 스타트업이다. 증강현실(VR) 게임 ‘포켓몬고’를 만든 나이앤틱의 경우도 구글에서 사내 창업을 통해 분사한 회사다. 소니도 2014년 사장 직할로 ‘시드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SAP)’을 시행했다. SAP를 통해 전자종이(e-paper)를 활용한 신개념 시계 ‘FES 워치’를 개발했다. 삼성전자 C랩 사례처럼 기업 내 창업 사례도 국내에 많아지고 있다. 사내 창업은 기존 대기업의 자산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성공 가능성이 크고 양질의 일자리도 만들 수 있다. 현재 네이버, SK엔카, 인터파크 등은 모두 대기업의 사내 창업에서 성장한 기업이다. 지금부터라도 사내 창업을 활성화하고 균형 잡힌 창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성장의 한계에 도달한 한국 경제는 사내 창업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 대기업의 사내 창업 기업들은 공정성 측면에서 국내보다는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성장해야 한다.

셋째는 ‘호흡’의 문제다. 스타트업이 의미 있게 생존했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창업 후 3~7년 사이 ‘죽음의 계곡’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정책의 호흡은 짧고 너무 자주 바뀐다. 한동안 《축적의 시간》이라는 책이 화제였다. 한국 경제는 시행착오를 전제로 도전과 실패를 통해서만 축적할 수 있는 ‘개념 설계 역량’을 키울 시간이 부족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치고 나가지 못하는 이유다. 정부 정책에 대해 빠른 결과만을 기대하거나 시행착오를 용인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도 문제다.

전창록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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