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 뚫린 방공망…'안보'이대로 괜찮은가

길이 1.43~1.83m·쌍발엔진 장착…비행거리 최소 500㎞ 이상 될 듯
북한, 정찰용 무인기 300여대 보유…대당 2000만원 드론에 '속수무책'
도시 테러용으로 둔갑할 수도
북한의 무인기(드론)로 추정되는 비행물체에서 주한미군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부지인 경북 성주골프장 사진이 10여 장 발견됐다. 북한 무인기가 수도권 지역에 이어 군사분계선(MDL)에서 270㎞ 떨어진 성주까지 정찰함에 따라 국내 상당수 군사기밀 지역이 북한에 노출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의 대남 도발에 대비해 레이더망을 비롯한 북한 무인기 탐지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고도 2~3㎞ 상공서 10여 장 촬영

13일 군당국에 따르면 지난 8일 강원 인제군 야산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 추정 소형 비행체에서 수백 장의 사진이 나왔고 이 가운데 성주 사드부지 사진이 10여 장인 것으로 파악됐다. 연속 촬영 성능이 좋은 일본 소니의 광학 카메라(DSLT)를 장착해 성주골프장 북쪽부터 남쪽 방향으로 찍은 뒤 북상하다 연료 부족 등의 이유로 인제에서 추락한 것으로 군당국은 보고 있다.

북한이 무인기를 남쪽으로 날려 보내는 행위는 ‘상대 지역 상공 존중’을 규정한 정전협정(제2조 16항) 위반이지만 북한은 2013년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하며 정전협정을 지키지 않고 있다.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비행체가 국내 후방 지역까지 내려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4년 3~4월 경기 파주와 백령도, 강원 삼척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 3대는 수도권과 서북도서 상공만 비행했다. 비행 예정거리는 180~300㎞였으며 실제 운행 거리는 100㎞ 안팎이었다.

이번에 발견된 비행체는 북한에서 성주까지 날아온 뒤 인제까지 돌아간 것으로 미뤄 최소 400㎞는 비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MDL 북쪽에서 성주까지 직선거리가 270㎞로 만약 이 비행체가 북한으로 무사히 돌아갔으면 비행 거리가 500㎞를 훌쩍 넘게 된다.
2014년 발견된 무인기는 단발 엔진을 달고 있었지만 이번엔 쌍발 엔진을 장착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앞으로 무인기 엔진을 개선해 비행 거리를 더욱 늘릴 것으로 보고 있다.

뻥 뚫린 한국 상공

북한은 사드 배치 시점인 지난 4월26일 이후에 무인기를 날려 보냈을 가능성이 크다. 인제에서 발견된 무인기가 찍은 성주골프장 사진이 지난달 8일 북한 조선중앙TV의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 등장한 사진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번에 발견된 무인기가 아니라 다른 무인기가 촬영에 성공한 뒤 북한으로 복귀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미군의 다른 시설들도 이미 북한 무인기의 목표가 됐을 것으로 보여 이번 사건이 국내 안보나 주한미군 전략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제작비용이 대당 2000만~4000만원 수준인 북한 무인기에 뚫리면서 우리 군의 탐지 능력도 논란이 되고 있다. 2014년 북한 무인기가 청와대를 비롯한 주요 시설을 촬영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군은 긴급 대응책을 내놨지만 이번에도 속수무책이었다.

이 때문에 우리 군은 이스라엘의 전술 저고도레이더(RPS-42)를 10대 구입하는 방안을 세웠으나 아직 도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인공위성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대남 감시·정찰에 무인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300~400대의 무인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비행 거리를 늘리고 무인기 크기를 계속 줄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또 대형 폭탄을 실을 수 있을 정도로 탑재 가능 중량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사진 촬영용으로 이용했지만 앞으로는 북한 무인기가 한국의 핵심 시설 타격용이나 도시 테러용으로 쓰일 수 있다는 얘기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 무인기로 인해 사드 배치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겠지만 북한이 미사일이나 무인기 등을 활용해 대남 도발을 늘리면 결국 남북교류나 대화 가능성이 줄고 긴장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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