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쪽 색깔이 다른 눈동자란 뜻의 ‘오드 아이(odd-eye)’는 한경닷컴 기자들이 새롭게 선보이는 코너입니다. 각을 세워 쓰는 출입처 기사 대신 어깨에 힘을 빼고 이런저런 신변잡기를 풀어냈습니다. 평소와 조금 다른 시선으로 독자들과 소소한 얘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편집자 주>

《삼국지》의 주요 등장인물 제갈량. / 한경 DB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에서 제갈량은 신묘한 책략가로 그려진다. 동남풍을 일으켜 조조의 백만 대군을 불태우는 적벽대전은 그 백미다. 삼고초려의 고사, 와룡(臥龍)이라는 별칭도 신비감을 더한다. 그러나 실제의 제갈량은 매우 신중하고 엄정한 행정가에 가까웠던 것 같다.

정사 《삼국지》의 저자 진수는 수차례 북벌을 진두지휘한 제갈량에 대해 “해마다 군사를 이끌고 나갔으나 끝내 성공하지 못했으니 장수로서는 그리 뛰어나지 못했다”고 썼다. 하지만 “승상으로서는 실로 다스림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이었다”라고 호평했다.

제갈량의 ‘다스림’을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변변한 근거지도 없이 떠돌던 유비가 한 나라의 왕까지 올라선 데는 익주(지금의 쓰촨성 일대) 공략에 내통한 법정의 공로가 컸다. 유비 정권이 들어서자 요직에 취임한 법정은 평소 사이가 나빴던 사람들에게 인사 보복을 가했다. 정사 《삼국지》 ‘법정전’에는 “하찮은 원한도 모조리 보복했다”고 기록돼 있다. 그러자 행정 최고책임자인 제갈량에게 “법정의 행태는 문제가 있다. 제어해야 한다”는 건의가 잇따랐다.

제갈량은 법정을 처벌하지 않았다. 다소 인격적 결함이 있다 해도 나라에 꼭 필요한 유능한 인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스스로 매사에 공명정대한 인물이었음에도 모든 이에게 자신과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지는 않았던 것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 사진=한경 DB

문재인 대통령의 ‘5대 비리(위장 전입·병역 면탈·부동산 투기·세금 탈루·논문 표절) 배제’ 원칙이 내각 구성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일 안현호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내정 단계에서 철회된 데 이어 5일에는 김기정 국가안보실 2차장이 사의를 표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문 대통령이 보기 드물게 청렴한 인물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5대 비리 배제 천명도 그 연장선상에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 눈높이를 충족할 만한 인사,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개결함과 능력을 동시에 갖춘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데 있다.
현직 대통령 심경을 전직 대통령 어법을 빌려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면 이렇지 않을까. “인사 검증을 거쳤다고 하는데 깨끗한 사람을 발견하기가 그렇게 힘듭니까.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합니다.”

현실을 보자. 인사 검증 요건을 능력과 도덕성 중 양자택일해야 한다면 능력이 우선시돼야 한다. 무조건 면죄부를 주자는 게 아니다. 사안의 경중과 직무연관성을 따져 실리적으로 접근하자는 얘기다. 번번이 ‘5대 비리’를 문제 삼아 낙마시킨다면 현 정권이든 앞으로의 정권이든 국정 난맥상이 불가피할 것이므로.

큰 흠결이 아니라면 능력 위주로 검증하되 직무 수행에 문제가 될 중대한 결격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단호히 쳐내면 된다. 법정의 사소한 문제점을 눈감아줬던 제갈량은 누구보다도 아끼던 마속이 군령을 어겨 북벌에 실패하자 눈물 흘리며 그를 목 베었다. 선택과 집중, 강약 조절, 지금 필요한 건 그런 ‘두 얼굴의 제갈량’이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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