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17 자문회의

전문가 37명 한자리에

인공지능 발전 속도 너무 빨라 20~30년 뒤 세상 완전히 달라져
평생 배울 수 있는 능력 키워야

미래는 예측 아닌 상상력에 달려 20세기 낡은 것 버리는 게 관건
틀에 얽매인 교육규제부터 혁신을

26일 ‘글로벌 인재포럼 2017’ 자문위원단으로 참석한 경제·금융계 전문가들은 ‘우리가 만드는 미래’를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왼쪽 다섯 번째)이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존 교육의 한계’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글로벌 인재포럼 2017’ 자문위원단이 26일 한자리에 모였다. 대학, 연구기관, 기업 등 각계 전문가 37명은 올해 주제로 선정한 ‘우리가 만드는 미래’에 깊은 공감을 나타냈다. 강정애 숙명여대 총장은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자의 몫”이라고 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성철 KAIST 총장은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며 “로보사피엔스와 호모사피엔스 간 공존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가까운 미래라면 인재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로 족하겠지만 20, 30년 뒤의 미래 준비는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다.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도 인공지능시대 분석이 필요하다고 동의했다.

김도연 포스텍 총장은 인류를 둘러싼 환경의 급변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류의 수명을 140세로 예측하는 이들도 있다”며 “지금 우리가 가르치고 있는 미래 세대는 기성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대학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배운 사람을 내보내는 게 아니라 평생 배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이들을 키워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기업들 역시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란 경고도 나왔다.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 회장은 이를 “기하급수적 시대”라는 말로 표현했다. ‘게임의 룰’이 달라졌다는 게 전 회장의 진단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대기업이 자원을 독점했다면 지금은 클라우드 소싱, 무한 컴퓨팅 등 신기술 덕분에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도 대기업을 능가하는 자원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전 회장은 “기하급수적인 변화 덕분에 4차 산업혁명이란 말도 이미 구식이 돼 버렸다”며 “글로벌 경영 ‘구루’들은 현재 기업의 70%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한다”고 했다.
자문위원단을 구성한 각계 전문가들은 미래의 변화 속도에 대응하기 위해선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20세기의 낡은 것들을 어떻게 버리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료제의 틀에 얽매인 교육 행정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일일이 규제하고, 미래에 대한 정답을 제시해주려 하다가는 (한국의) 미래는 없다”고 일갈했다. 교육부는 경쟁에서 처진 이들에게 더 많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미래 교육의 설계는 대학에 과감히 맡기라는 주문이다.

모두가 좋은 대학, 좋은 기업에 들어가려는 열망이 창의력을 갉아먹는다는 게 염 총장의 진단이다. 그는 “대기업 같은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되다 보니 학생들은 성적 기계가 돼 버렸다”며 “고려대에선 한 학기 전 과목(6개)이 A+인 학생이 280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염 총장은 “차라리 대기업이 A학점 받는 학생을 뽑지 말라”고 역발상을 주문했다.

일자리 확대를 명분으로 공무원 채용을 늘리려는 새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김영섭 국·공립대 총장협의회 회장(부경대 총장)은 “공공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하니 학생들이 공무원만 하려고 한다”며 “지방대에서 석·박사를 하겠다는 이들이 씨가 말라 대학만이 아니라 대학원도 붕괴 직전”이라고 지적했다.

문길주 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창의형 인재를 키우기 위해선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규제 환경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로 내 ‘유턴’ 표시를 예로 들었다. “미국에선 금지된 곳 빼고 어디서든 가능한데 한국은 허용된 곳에서만 가능한 구조”라는 얘기다. 문 총장은 “내부 규정이 많은 조직일수록 창의력이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김창수 중앙대 총장은 산업계의 변화를 주문했다. “인재 양성도 중요하지만 인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도 중요한 시대”라는 것이다.

박동휘/성수영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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