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 코리아]

규제 넘으면 규제…"택시에 막힌 콜버스, 결국 서비스 변경"

입력 2017-05-22 19:37 수정 2017-05-23 11:08

지면 지면정보

2017-05-23A10면

스타트업이 산업판도 바꾼다

기존 틀에 발목 잡힌 K스타트업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생명은 속도다. 기발하고 날카로운 아이디어를 무기로 삼아 빠르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고 투자를 유치한다. 이를 바탕으로 빠르게 ‘J커브’를 그리며 성장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성공 공식’이다. 미국의 성공한 스타트업 대다수는 이 같은 길을 걸었다.

하지만 한국에선 속도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촘촘하게 짜인 규제가 갈 길이 먼 스타트업의 발목을 잡는 일이 부지기수다. 규제 탓에 투자가 차일피일 미뤄지다 취소되는 바람에 주저앉는 스타트업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핀테크(금융기술) 스타트업 대표는 “한국에서 창업하려면 기술이나 서비스 전문가가 되기 전에 먼저 법률 전문가가 돼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규제 막혀 주력서비스 바꾼 콜버스랩

콜버스랩은 최근 전세버스 예약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용자가 출발지와 목적지, 이용 날짜 등을 입력하면 업체와 제휴한 버스 운전기사들이 가격을 제시하는 일종의 역경매 서비스다. 이용자는 가격과 버스 상태 등을 참고해 운전기사를 고를 수 있다.

이 회사는 ‘심야 콜버스’로 잘 알려졌지만 규제 때문에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면서 주력 서비스를 바꿨다. 2015년 12월 심야 시간에 목적지가 비슷한 사람을 모아 미니 버스에 태워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택시업계가 반발하자 국토교통부는 택시회사와 노선버스 사업자에게만 심야 콜버스 운행 면허 자격을 부여했다. 정작 서비스를 처음 내놓은 콜버스랩이 사업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비판 여론이 일자 국토부는 콜버스랩이 택시업체의 심야 콜버스 서비스에 협력사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협력사인 콜버스랩이 서비스를 주도적으로 키우기란 불가능한 상황이 돼버렸다.

◆“‘규제 샌드박스’ 도입해야”
3차원(3D) 프린터 스타트업 삼디몰의 김민규 대표는 지난해 검찰로부터 300만원 약식기소 처분을 받았다. 이 회사는 3D 프린터 부품을 판다. 고객이 부품을 골라 구매한 뒤 자신만의 프린터를 직접 제작하는 식이다. 값싸게 3D 프린터를 만들 수 있어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제품안전협회로부터 형사고발을 당했다. 완제품에 대한 안전확인 신고를 하지 않아 전기용품안전관리법을 위반했다는 것이었다. 김 대표는 “판매하는 부품은 모두 안전 인증을 받았다”며 “이용자들이 만드는 완성품마다 안전성 신고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올해 3월 법원에서 벌금 100만원 판결을 받았고 2심을 준비 중이다. 완제품에 대한 안전성 신고 규정만 있고 ‘DIY(Do It Yourself)’ 제품 규정이 없어 빚어진 ‘촌극’이다.

핀테크 스타트업 한국NFC는 2014년 신용카드를 근접무선통신(NFC) 기능을 갖춘 휴대폰 뒷면에 갖다 대기만 하면 본인 인증을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하지만 규제 때문에 3년 가까이 허송세월하다 올 3월 간신히 신용카드 본인 확인 서비스 시범사업자로 선정됐다. 반면 별다른 규제가 없는 일본에선 올해 이 회사의 기술을 활용한 결제 서비스를 선보이기로 했다. 최근 일본 업체에서 30억원 투자도 받았다.

업계에선 아무리 참신한 아이디어가 있어도 규제 때문에 빠른 성장이 불가능하고 입을 모은다. 우버나 에어비앤비처럼 ‘판’을 뒤엎는 스타트업이 나올 수 없는 환경이란 얘기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새로운 기술이 기존 규제와 충돌할 경우 일정 기간 규제를 완화하는 영국의 ‘규제 샌드박스’와 같은 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

투표김영란법 시행 1주년, 어떻게 생각하세요?

  • 부패방지를 위한 획기적 계기로 현행 유지해야 908명 64%
  • 민생경제 활성화 위해 현실에 맞게 금액 수정해야 500명 36%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