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또 덮친 '탄핵 리스크'…주가·헤알화 일제히 폭락

입력 2017-05-19 18:08 수정 2017-05-20 06:45

지면 지면정보

2017-05-20A11면

호세프 이어 1년 만에 테메르 대통령도 탄핵 위기

"테메르 대통령 사퇴하라"
野, 부패 의혹에 탄핵안 발의…우파 연립정권도 붕괴 위기
시민단체들 대규모 시위 예고

브라질 금융시장 '요동'
증시 서킷브레이크 발동 8.8%↓…헤알화 가치 7.5% 떨어져
16대 부호 자산도 62억달러 증발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 플라날토 대통령궁에서 최측근의 뇌물수수 연루와 관련한 언론 보도를 부인하는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브라질리아AP연합뉴스

브라질이 또다시 대통령 탄핵 회오리에 휩싸였다.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이 최측근 정치인의 뇌물수수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퇴 압박이 높아지고 있다. 그가 사퇴를 거부하자 야당은 탄핵 결의안을 발의하고 조기 대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5월 좌파 노동자당(PT)의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이 정부 회계 부정과 부패 연루 의혹으로 탄핵당해 당시 부통령이던 브라질민주운동당(PMDB) 소속인 테메르가 8월 말 대통령직을 물려받은 지 1년 만이다. 테메르 대통령은 브라질사회민주당(PSDB)을 비롯한 우파 정당들과 함께 새 정부를 출범했다.

정치적 불안으로 브라질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18일(현지시간) 브라질 헤알화 가치와 증시는 급락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뇌물수수 연루 의혹

탄핵론은 17일 브라질 일간지 우글로부가 “테메르 대통령이 부패 정치인의 증언을 막기 위해 금품 제공을 논의했다”고 보도하면서 불이 붙었다.

우글로부에 따르면 테메르 대통령은 지난 3월7일 소고기 수출회사 JBS의 조에슬레이 바치스타 최고경영자(CEO)와 만났다. 이 자리에서 바치스타 CEO는 뇌물 수수 혐의로 복역 중인 에두아르두 쿠냐 전 하원의장에게 돈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고, 테메르 대통령은 “그것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바치스타는 뇌물 제공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자신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테메르와의 대화 내용을 녹음해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냐 전 하원의장은 테메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지난해 호세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다. 그는 호세프 대통령 탄핵 막후협상과 관련해 테메르의 약점을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메르 대통령 측은 “쿠냐 전 의장의 입막음을 위해 금품 제공을 꾀한 일이 없다”고 부인하면서 사법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요청했다.

쿠냐 전 하원의장은 부패 혐의로 지난해 10월19일 연방경찰에 체포됐다. 부패수사를 총괄한 세르지우 모루 연방판사는 돈세탁과 공금유용 등의 혐의를 적용해 징역 15년4개월을 선고했다.

탄핵 가능성 높아

테메르 대통령의 뇌물수수 연루 의혹 보도가 나온 다음날 야당은 탄핵안을 발의했다. 집권여당인 우파연합 내에서도 탄핵에 찬성하는 의원이 늘고 있다. PSDB 소속인 페르난두 엔히크 카르도주 전 대통령은 “테메르 대통령이 의혹을 명확하게 해명할 수 없다면 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PSDB가 테메르 대통령의 연립정권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인 데다 카르도주 전 대통령이 우파 진영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여론도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호세프 전 대통령 탄핵을 끌어낸 자유브라질운동(MBL)과 ‘거리로 나오라(Vem pra Rua)’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테메르 대통령의 자진 사퇴와 즉각 체포를 촉구하면서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브라질 최대 도시 상파울루와 수도 브라질리아에서는 테메르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최근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 조사에 따르면 테메르 정부의 국정운영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응답자 비율은 9%에 불과했다. 부정적 61%, 보통 28%였다.
긴축·연금개혁 차질

테메르 대통령에 대한 퇴진 압박이 거세지면서 이날 브라질 자산가치가 일제히 폭락했다. 헤알화 가치는 전날 대비 7.54% 폭락한 달러당 3.3758헤알을 기록했다. 브라질 증시에서 이보베스파지수는 8.8% 급락했다. 장 초반 10% 넘게 폭락하면서 일시적으로 30분간 매매거래를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블룸버그억만장자지수에 따르면 브라질 16대 부호의 자산가치는 하루아침에 62억달러(약 7조원)가량 줄었다.

투자자들은 테메르 정부의 개혁이 좌초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테메르 정부는 재정적자를 줄이고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올 들어 연금·노동개혁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JP모간과 UBS 등 투자은행은 브라질 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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