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부 이야기①] 청년 주식 갑부, 아시아 기부왕 되다...대학생 박철상 씨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주식 투자로 수백억 자산을 일군 대학생 박철상(32) 씨는 연간 8~10억원의 고액 기부로 세상을 어리둥절 하게 했다. 좋은 일이긴 한데 주인공이 너무 젊고, 돈이 너무 많고, 너무 많은 돈을 기부한다는 것 때문에 세상 사람들은 당황했다.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지난 10일 오후 대구로 내려갔다. 박 씨는 인터뷰 시간을 오후 4시30분 이후로 잡아달라고 했다. 이유는 대학 수업 때문이었다. 그는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학생이다. 무려 14년째 대학생이다. 박 씨는 14년간 그에게 일어난 기적 같은 이야기를 2시간 가까이 담담하게 털어놨다.◇ 첫 번째 변곡점 2004년: `분노하는 청년, 주식 투자에 나서다` 2004년 재수생 박철상 씨는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지 못했다. 서울대를 목표로 치열하게 노력해 충분한 성적을 받았지만 갑자기 가정형편이 기울면서 포기했다. 학비도 학비지만 서울 생활비를 걱정했던 아버지가 대구에 주저앉힌 것. 당시에는 아버지를 원망했고 서운한 감정은 쉽게 누그러지지 않았다."제가 정말 치열하게 노력해 얻은 결과물 자체가 의미 없게 날아가 버리게 된 거죠. 그땐 불평불만이 마음 속에 가득 차 있었어요. 제가 도대체 뭘 잘 못 했길래.."혼자 힘으로 학자금과 생활비를 해결해야 했던 그는 바로 이 때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중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생일선물로 만들어준 증권계좌가 있었다. 어릴 때부터 올바른 경제관과 금융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취지였다. 당시에는 가정 형편도 괜찮았다."중·고등학교 때는 방학 기간 동안 조금씩 주식 투자를 했는데, 대학 들어와서 본격적으로 하게 됐죠. 학비와 생활비 버는 일에 이 증권계좌가 쓰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박 씨는 군대 제대 하기 전에 고학을 끝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독하게 과외 아르바이트를 했고 악착같이 1,500만원의 종잣돈을 만들었다."군대 가기 전에는 고학 하더라도 제대 이후엔 학비 걱정 없이 공부하고 싶었어요. 1,500만 원 가지고 처음 투자 시작했을 때는 2,000만 원만 되어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두 번째 변곡점 2005~2007년: `분노에서 벗어나다`박 씨가 분노에서 벗어나게 된 계기는 아이러니 하게도 군대였다. 대학 1학년 마치고 공군에 입대한 그는 매 순간 생각하고 또 생각했고, 생각의 과정을 매일 일기로 기록했다."치열하게 정신 없이 지내는 사회에서는 생각 할 여유가 없잖아요. 이런 동적인 상황에서 군대는 특수하게 정적인 시기에요. 총 메고 2시간, 3시간, 4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게 생각 말고는 없거든요.""불평, 불만만 가지고 살았다가는 제 인생, 제 스스로를 망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생각도 많이 하고, 반성도 하고, 제 스스로를 되돌아 보게 됐어요."박 씨는 그때 자신은 성품 좋은 부모님, 건강한 몸과 마음, 능력을 갖고 태어난 행운아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세상에는 자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태어날 때부터 많은 제약 속에 있는 사람, 무엇을 시도해 볼 기회 조차 갖지 못하는 친구가 너무 많아요. 그것을 깨달았을 때 머리를 얻어 맞은 것 같은 기분을 느꼈어요. 제가 큰 착각 속에 빠져 살았었구나 하는."원하는 대학을 보내주지 않은 아버지에 대한 원망도, 세상에 대한 분노도 이 순간 사라졌고, 오히려 자신의 잘못된 생각을 반성하고 완전히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가 됐다.마음만 부자가 된 것이 아니다. 그의 종잣돈 1,500만원은 제대할 무렵 처음 목표로 했던 2,000만원이 아니라 그 10배인 2억원으로 불어나 있었다. 휴가 나올 때 마다 주식을 사두고 묻어둔 장기투자의 효과였다.◇ 세 번째 변곡점 2008년 금융위기: `수백억원 자산이 형성되다`군 제대와 함께 박 씨는 당분간 돈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는 재산을 모았다. 갑자기 돈 문제가 해결되자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새로운 고민이 시작 됐다.매년 150여권 엄청난 분량의 책을 읽는 독서광 박 씨는 그 즈음 세계 경제를 뒤흔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라는 가공할 위기를 감지했다. 그는 큰 파도가 몰려오고 있다고 판단하고 주식을 팔아 최대한 현금화 했다. 위험회피를 위해 현금비중을 늘리는 단순한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패닉 상태에 빠졌던 주식시장이 정상가격을 찾아갈 때 그는 주식을 다시 샀고 재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저의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때가 2008년 서브프라임 금융 위기였고, 두번째 높았을 때가 2011년~2012년 남유럽 재정위기 직후 였어요.""다양한 분야의 책을 보다 보니 시야가 넓어졌고 운 좋게도 당시 경제 흐름을 읽어내 현금화를 많이 하게 됐죠. 엄청난 위기 이후 주식이 정상가격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주식을 사들여 평상시에는 도저히 얻을 수 없는 수익이 났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휘둘렸던 위기가 저에게는 둘 도 없는 기회가 된 겁니다.""사람들은 제가 복잡한 기법을 사용한다고 보는데, 사실 저는 현물 투자만 했고 위험회피는 그냥 현금화시키는 걸로 했어요."◇ 네번째 변곡점 2015년: `주식투자를 멈추고 사람 투자에 나서다`박 씨가 처음부터 거액의 기부를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아이들을 좋아하니까 보육원을 찾아가 봉사활동이라기 보다 공놀이도 하고, 허드렛일도 했었는데 그런 시설들이 너무 열악하더라고요. 그래서 보육원 두 곳에 달마다 50만원 씩 보내드렸던 것이 금전적인 기부의 시작이었죠."2009년 보육원에 보내기 시작했던 기부는 점차 그 대상이 넓어 지고 규모가 커지게 됐고, 2013년 장학기금을 만들면서 체계화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2015년 하반기 주식투자를 완전히 그만뒀다."저는 모든 지원사업에 직접 관여 하고 있어요. 돈만 던져놓는 게 아니라 목적과 취지에 맞게 받는 분에게 온전히 전달 되어야만 기부가 완성 된다고 생각해요. 10억원에서 15억원 정도가 제가 관여할 수 있는 최대치라고 생각해요.""연간 10억원에서 15억원을 기준으로 30~40년 뒤까지 필요한 금액을 계산했고, 그 규모가 재작년에 충족 되면서 주식 투자를 그만뒀어요. 더 이상 할 이유가 없으니까요."박 씨는 현재 장학기금 등 정기적인 기부 8억원을 비롯해 교육시설 건설 등 비정기적인 지원을 포함해 연간 10억원 가량을 기부한다.주로 학교 등 교육기관의 기금에 출연하는 방식이다. 기존 학교기금의 자금 집행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자신은 장학생 선정 과정이나 심사 기준에 참여하는 것이다. 박 씨가 출연한 장학기금은 모두 10개, 매년 360~370명의 장학생을 선발해 지원한다."1년에 360~370명 지원하고 지금까지 지원받은 장학생은 모두 700명이 넘습니다. 장학금이라는 매개를 통해 그 친구들과 관계를 맺고 정말 따뜻하고 건실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 제 소임이라고 생각해요."박 씨는 지난해 1억원 이상 거액기부자 클럽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박 씨를 아시아의 기부 영웅으로 선정했다. 세상을 원망하던 열아홉살 소년이 수백억원 주식 갑부를 거쳐 아시아 기부왕으로 거듭 나는 순간이었다.◇ 다섯번째 변곡점 2017년 지금 : `14년 만의 대학 졸업 이후` 박 씨를 만나자마자 던진 첫 질문은 "당신의 직업은 무엇인가"였다. 그는 "아직 학교를 졸업하지 못했으니까 대학생이죠. 지금이 마지막 학기예요."라고 답했다.학비를 벌기 위해 주식 투자를 시작 했지만 투자 규모가 커지면서 중간중간 학업을 쉴 수 밖에 없었고, 주식 투자를 그만 둔 후에는 기부활동이 본격화 되면서 14년째 학교를 다니게 된 것이다.박 씨는 지금 대부분의 시간을 기부 사업에 쓰고 있다며 대학 졸업 후에는 자신의 철학과 가치관을 좀더 정제시키고 다듬어서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원래 유학을 준비했지만 일단 장학사업을 좀더 체계화 시킨 뒤 떠날 생각이며, 처음엔 경영학을 공부할 계획이었지만 지금은 교육학과 공공정책학에도 관심 있다고 했다. 32세 청년에겐 참으로 많은 가능성과 다양한 선택지가 있어 보였다."저는 절대 자선가가 아니에요. 저는 투자를 하는 사람인데 투자의 대상이 예전에는 기업이나 주식이었다면 지금은 `사람`입니다. 다만 제가 대가를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제 기부의 대가는 전체 사회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라고 봐요.""부(富)는 사회적인 부와 개인적인 부로 나뉘는데 개인적인 부는 아무리 크더라도 그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소멸해 버리잖아요. 반면 사회적 부나 가치는 그 사람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계속 이어진다고 생각해요. 저는 개인적인 부가 아니라 사회적 부나 가치를 키우는데 제 평생의 시간과 재원을 쏟아 부을 생각 입니다.""올바른 부자요? 정말 제대로 된 부자라면 사회적 가치를 키우는데 마음을 쓰는 분들 아닐까요?"<알림> 대한민국 `올바른 부자`를 찾습니다. 가치 있는 일에 인생을 걸고 불의와 부정에 의연히 맞서는 우리 주변의 `올바른 부자`를 추천해 주십시오. 보내실 곳은 olbu@wowtv.co.kr 입니다.이성경기자 sklee@wowtv.co.kr한국경제TV 핫뉴스ㆍ文대통령 새 경호원? "외모패권" "꽃보다靑" 온라인 열광ㆍ이태임 수영복 자태 변천사…이 몸매가 굴욕?ㆍ박준금, 물려받은 재산 어느정도? "압구정아파트+대부도 땅 상속 받아"ㆍ성현아, 이혼소송 남편 자살 추정…시신 부패 진행 중 발견ㆍ황정음 결혼, 이영돈 애마 포르쉐 가격 얼마? `억 소리나네`ⓒ 한국경제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