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비정규직 많다?…삼성전자· SK하이닉스 1%도 안돼

입력 2017-05-18 17:33 수정 2017-05-19 06:00

지면 지면정보

2017-05-19A5면

민간 기업 비정규직 오해와 진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18일 인천공항 여객터미널에서 ‘제대로 된 인천공항 정규직화 대책회의’ 발족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노동조건 후퇴 없는 정규직화’ 등을 주장했다. 공항 협력업체 직원들이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민간 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 대통령이 우선적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감축에 나섰지만 주요 공약에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제화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등 민간을 겨냥한 정책도 다수 담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특히 문 대통령이 지목한 정규직 전환 대상에 사내하청업체 직원을 포함하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비정규직 범위를 2002년 노·사·정 합의에 따라 계약직 등 한시적 근로자와 아르바이트 등 시간제 근로자, 용역과 같은 비전형 근로자 세 종류로 한정했다.

민간 기업은 그동안 계약직을 줄이는 데 주력했다. 한국경제신문이 10대 그룹 대표 기업의 1분기 사업보고서를 통해 비정규직 현황을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는 지난 3월 말 기준 정규직 9만4015명, 비정규직(계약직) 692명으로 비정규직 비율이 0.7%에 불과했다. 현대자동차의 비정규직 비율도 3.0%에 그쳤다.

대한항공이 비정규직 비율이 8.1% 다소 높았다. 롯데쇼핑도 비정규직 비율이 6.0%로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대기업의 비정규직 활용도가 높다’는 일각의 주장과 달리 비정규직 비율이 10%를 넘는 곳은 없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대기업의 비정규직이나 하청업체 근로자는 정규직에 준하는 처우를 받는 경우가 많다”며 “노동계가 주장하는 비정규직 문제는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부문 비정규직에 대해 나돌고 있는 여러 오해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려봤다.

(1) 사내하청 근로자는 비정규직? 원청업체 직원들과 처우 비슷

비정규직은 법적 용어가 아니며 계약직·임시직·파견직 등을 통칭하기 위해 만들어진 말이다. 1997년 외환위기 발생 이후 계약직, 임시직 등이 급증하자 2002년 노사정위원회가 문제 해결을 위해 처음으로 비정규직 범위를 제시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하지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노동계는 그때부터 사내하청 근로자도 비정규직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기업들은 노동계 주장대로 비정규직 범위가 무차별적으로 확대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보더라도 하청업체 근로자는 해당 업체 직원이며 일감을 준 원청업체 비정규직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기업들이 사내하청을 쓰는 것은 경기 변동 등 외부환경이나 경영 실적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법적으로 해고가 엄격하게 제한되고 정규직은 성과가 나빠도 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한 경직된 노동시장에선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파견근로자보호법이 경비·청소 등 32개 업종을 제외하고 파견근로를 전면 금지하고 있는 상황도 감안해줄 것을 호소한다.

또 사내하청 근로자의 처우는 대체로 원청업체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업체 직원 임금은 현대차 직원의 85% 수준이다. 1차 부품협력업체(83%)나 2차 협력업체(68%)보다 오히려 높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사내하청 직원은 해당 기업의 정규직으로 마트 근로자나 아르바이트생 등과 달리 고액 연봉자가 많은 편”이라며 “협력업체의 정규직 직원까지 원청업체의 비정규직 범주에 포함시켜 정규직화를 밀어붙이면 오히려 협력사를 해외에서 구하려는 대기업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2) 비정규직 임금은 적다? 근속기간 등 감안땐 정규직의 95%

2015년 6월 기준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을 100%로 볼 때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은 65.5%였다. 그런데 이 임금 격차에는 성별·연령·학력·근속연수 등 다른 임금 결정 요인이 포함돼 있다. 이런 요인을 제외하면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이 정규직의 95.7%에 달한다는 게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다. ‘비정규직=저임금’이라고 도식화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고용부가 비정규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7.2%는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을 선택했다’고 답했다. ‘원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으로 취업했다’는 노동계의 주장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게 경영계의 반론이다.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을 선택한 이유로는 ‘근로조건 만족’이 48.9%로 가장 많았고 ‘경력을 쌓기 위해서’가 23.2%, ‘안정적인 일자리 유지’가 16.2%로 그 뒤를 이었다.

다만 ‘노동시장 이중구조’로 표현되는 중소기업 비정규직과 대기업 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큰 것은 현실이다. 300명 이상 규모의 대기업 정규직이 시간당 3만582원을 받을 때 300명 미만 규모의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시간당 1만701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선 대기업 정규직의 양보가 필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5월 내놓은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위해선 기업들이 불황기에 정규직을 좀 더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해주고 인건비 격차를 줄여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쓸 필요가 없게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3) 대기업에 비정규직 많다? 비정규직 94% 중소기업에 근무

노동계가 묘사하는 전형적인 비정규직의 이미지는 ‘대기업 정규직과 같은 울타리에서 일하면서 임금 등 근로조건에서 차별받는 불쌍한 근로자’다. 정부는 비정규직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기업에 비정규직 고용부담금제, 공공입찰 제한 등의 규제를 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실제 비정규직 근로자가 많이 근무하는 회사는 중소기업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의 94.4%가 300명 미만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72.2%는 30명 미만의 영세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었다. 경총 관계자는 “비정규직 대부분은 정규직의 고임금과 높은 수준의 고용보장을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이 쓰고 있다”며 “정규직 전환 강제는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의 경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4) 비정규직 비율 50% 넘나" 노동계가 통계 부풀려…전체 근로자의 32%"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지난해 3월 사내하청 근로자와 미용사·보험모집인 등 개인사업자(특수형태 종사자), 가내 근무자 등까지 모두 비정규직 범주에 넣어 전체 근로자 가운데 비정규직 비율이 50%를 넘어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통계청이 노·사·정 합의에 따른 비정규직 개념으로 집계한 비정규직 비율은 32.0%다. 경총은 “노동계가 비정규직 이슈를 확대하기 위해 비정규직 규모를 부풀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 비율은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비정규직 숫자는 늘고 있긴 하지만 전체 근로자 수가 더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근로자는 2007년 570만 명에서 지난해 615만 명으로 증가했다. 전체 근로자는 같은 기간 1588만 명에서 1923만 명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 비중은 35.9%에서 32.0%로 하락했다.

강현우/공태윤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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