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셰프' 박찬일의 세계음식 이야기 - 포르투갈

소박·간결…짠 느낌 거의 없어, 물가 싼 편이어서 부담 적어
푹 삶은 문어, 입에서 살살 녹아…해산물 스튜 '문어밥' 인기
정어리 '도시의 상징'으로 광고…해물요리에 와인 곁들이면 일품

바삭하고 달달한 '에그타르트'
리스본 맛집 서울에도 소개돼…맥주는 '수페르 복' 이 유명
간이술집서 내놓는 빵·치즈…공짜 아닌 약간의 돈 내야

돼지뒷다리절임 요리를 서비스하는 식당 직원. 포르투갈은 맛있는 육가공제품의 천국이다.

포르투갈 가는 길은 상당히 멀다. 유럽의 최서단에 있기 때문이다. 유럽 중심부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두 시간 이상 더 날아가야 한다. 첫인상은 ‘아담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우선 풍광이 특별하다. 물가가 싼 것도 영향을 준다. 수도 리스보아(리스본)조차 그다지 비싸지 않다. 작년 기준 국민소득이 2만달러에 조금 못 미친다(한국은 2만7000달러 선). 국토는 남한과 비슷한 크기인데, 인구는 1000만명에 불과하다. 길이로 561㎞, 가로 218㎞의 길쭉하고 작은 나라다. 교통편과 날씨도 좋다. 관광할 만한 유적지와 문화재도 풍부하다. 바스쿠 다 가마와 엔리케 왕으로 유명한 한때 날렸던 해양 국가 아닌가. 스페인에서 포르투갈로 넘어가는 열차를 타면 소란스러운 객차 내 분위기가 확 바뀐다는 말도 있다. 유쾌한 스페인 사람들과 달리 내성적이고 말수가 적은 포르투갈 사람들의 성정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들은 말수가 적다. 조용하고 수다를 떨지 않는다. 무뚝뚝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친근함을 느낀다.

매운 음식 즐기는 품성 우리와 닮아

포르투갈 관광이 우리에게 잘 어울리는 중요한 이유는 음식이다. 맛있고 싼 편이며 무엇보다 입에 잘 맞는다. 유명한 피리 피리(piri-piri)는 매운맛을 내는 소스다. 유럽 다른 나라가 대부분 맵지 않게 먹는 것과 다르다. 이탈리아조차 실제로는 매운 음식을 거의 찾아보기 힘든데, 이 나라에서는 언제든 매운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일반 음식을 시켜놓고 입맛에 맞지 않을 때 “피리 피리”를 외치면, 소스를 가져다준다. 메뉴판에 대개 영어가 병기돼 있으며 영어가 대부분 통한다는 것도 장점이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가족이나 친구와 모여서 함께 먹는 걸 즐긴다. 한국 사람들과 비슷한 정서랄까. 전통 음악인 파두를 들으면 그 감정이 우리네 ‘육자배기’나 아리랑에 닿아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포르투갈 음식도 그들의 성격을 닮았다. 화려하거나 요란하지 않다. 내실 있고 소박하다. 담는 것조차 간결하다. 전체적으로는 이탈리아, 프랑스 남부, 스페인의 라틴 계열 음식이다. 치즈와 고기를 두루 쓰고 삼면이 바다를 접하고 있어서 해산물도 풍부하다. 우리 입에도 잘 맞고, 맛있다.

특이한 건 다른 라틴유럽의 음식과 달리 간이 상당히 부드럽다는 것. 짜다는 느낌이 적다. 소금에 절여 말린 대구 요리조차 심하게 짜지 않다. 그래서 한국인이 접근하기 더 좋다.

대구요리와 문어요리가 별미

생선구이 전용 도구를 써서 굽는 건 포르투갈이나 스페인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포르투갈 음식 가운데 첫손가락을 꼽으라면 단연 대구요리다. 바칼라우라고 부른다. 북대서양에서 잡은 대구를 소금 쳐서 말린 뒤 시장에 유통한다. 중세부터 먹었던 유서 깊은 식재료다. 요리사들은 이걸 물에 불려서 소금간을 빼고 살점을 부풀려 요리한다. 생선 스테이크로 먹기도 하고 으깨서 요리하기도 한다. 제일 추천하는 건 감자와 같이 요리하는 방법이다. 으깬 감자와 섞어 튀긴 크로켓이나 무스처럼 만든 것을 빵에 발라먹으면 기가 막히다. 포르투갈 전역이 ‘바칼라우 권역’이라고 보면 된다.

해안이든 내륙이든 이 요리를 즐긴다. 해산물의 왕국답게 다채로운 재료를 쓴다. 문어요리를 꼭 먹어봐야 한다. 한국과 달리 문어를 푹 삶아서 아주 부드럽게 만드는데 입에서 살살 녹는다. 삶은 문어를 썰고 양파와 파프리카, 토마토 등과 섞어 올리브유 소금을 쳐서 내는 샐러드도 맛있지만 구이도 일품이다. 특히 한국인에게 인기 있는 것은 ‘문어밥’이다. 쌀과 문어가 들어간 해산물 스튜라고 보면 된다. 문어만 넣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모둠 해물을 쓴다. 홍합, 바지락, 새우 등을 넣는다. 아호즈 드 마리스쿠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주요 도시 식당에서 판다. 신선한 해물에 밥이 들어 있는 형국이라 한국인이 특히 좋아한다. 피리 피리 소스를 쳐서 먹어도 좋다.

해산물 냄비요리 일품

포르투갈 해안에는 고등어와 정어리가 많이 잡힌다. 특히 정어리 왕국이다. 리스보아 같은 도시의 경우 아예 정어리를 도시의 상징으로 광고할 정도다. 매년 정어리를 소재로 한 디자인 대회를 열 정도다. 정어리는 거의 사철 나오지만 특히 지금이 제철의 시작이다. 식당에서 인기 메뉴이기도 하다. 소금 치고 레몬즙만 뿌려서 내는데 천연 ‘조미료’ 같은 폭발적인 감칠맛을 낸다.

해산물 요리 가운데 빠뜨리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카타플라나라는 요리다. 카타플라나는 냄비를 말한다. 즉 해산물 냄비요리다. 온갖 해산물을 넣고 뭉근하게 끓여낸다. 또는 화이트와인을 넣고 끓여낸 조개찜(바지락)도 맛있다. 여기에 포르투갈 고유의 비뉴 베르드를 곁들이면 천국이 따로 없다. 일찍 수확한 와인을 의미하는 비뉴 베르드는 화이트, 레드 모두 생산하는데 약간의 스파클링한 청량감까지 있어서 상쾌한 맛이 일품이다. 나는 매일 한 병씩 이 와인을 마셨다.

포르투갈은 물가가 싼 편이다. 대부분의 평범한 식당은 전채요리가 10유로 미만, 메인요리라고 해도 15~20유로 정도다. 양도 넉넉한 편이다. 와인도 대부분 5~10유로 선. 한국과 비교하면 말도 안 되는 가격이다. 4인이 와인과 맥주를 곁들여 여유 있게 저녁 식사를 해도 대개 100유로(약 12만원)를 넘지 않는다. 영국이나 밀라노, 스위스의 물가를 생각하면 절반 이하라고 보면 된다.

에그타르트 ‘마성의 식감’

포르투갈은 해산물도 좋지만 이웃 스페인처럼 돼지고기 가공품도 일품이다. 하몽과 비슷한 프로순토도 주문하면 웨이터가 직접 칼로 얇게 저며낸다. 살라미 소시지도 아주 맛있다. 특이한 건 이탈리아나 스페인보다 짠맛이 덜하다는 것. 그래서 우리 입에도 더 편하다.

소고기 스테이크 같은 요리는 기대보다는 못하다. 대개의 라틴 국가가 그렇듯이. 단 돼지등심 스테이크는 레몬즙을 뿌려 내는데, 아주 맛있다. 유럽 국가답게 치즈 요리가 꽤 많다. 전채로 내주는 치즈 요리도 짜지 않고 맛이 좋다. 값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싼 편. 특히 새콤한 염소젖 치즈는 입맛을 돋우는 데 최고다.

한국인에게 가장 친근한 포르투갈 음식을 들라면 단연 ‘나타’다. 에그타르트다. 식민지였던 마카오에서 한국인들이 많이 먹어봐서 잘 안다. 서울에도 만드는 집이 여럿이다. 수도 리스보아 벨렘지구의 유명한 집이 한국에도 소개되어 있다. 가보니 한국인 관광객이 꽤 많이 보일 정도. 물론 이 집이 아주 맛있지만 어디서 시켜먹어도 기본은 한다. 포르투갈의 자존심 같은 디저트 과자이기 때문이다. 한 입 베어물면 아주 바삭한 파이가 씹히고 녹진한 달걀 커스터드가 녹아든다. 프랑스의 유명한 과자 카늘레처럼 ‘풀빵’과 비슷한 식감을 보인다. 자꾸 집어먹다보면 어느새 서너 개를 먹어치우게 되는 마성이 있다.

다양한 맛으로 즐기는 지역 맥주

포르투갈의 지역 맥주는 두어 종류가 있는데 ‘수페르 복’이라는 브랜드가 유명하다. 신선한 라거 맥주다. 작은 것 한 잔에 보통 2유로 미만. 비뉴 베르드가 맛있다고 했는데, 전통적인 스틸 와인도 아주 훌륭하다. 레드와인은 유럽 최고의 와인과 견줄 수 있다. 와인애호가가 만약 식당에서 30~40유로 정도의 레드와인을 시켰다면, 맛을 기대해도 좋다. 이탈리아나 프랑스보다 가격 대비 두 배 이상의 만족도를 보인다고 보면 된다. 포르투갈 와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포트(포르투)와인이다. 원래 영국 등지로 와인을 운반할 때 변질을 막기 위해 브랜디를 첨가하던 관습이 굳어져서 그대로 포르투의 제조법이 됐다. 그만큼 알싸하고 독하며, 단맛이 있다. 포르투갈 전역에 이 와인과 간단한 안주를 파는 전문 바가 있다. 오래된 빈티지 포트와인을 100유로 안팎에 살 수 있어서 선물용으로 인기다.

포르투갈의 간이 술집이나 식당에 들어서면 보통 빵과 간단한 치즈, 올리브 등을 내놓는데 공짜가 아니라 약간의 돈(1~2유로)이 붙는다는 점도 알아둘 것. 대개 팁 문화는 없으나 리스보아나 포르투 같은 관광도시는 주고받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이 유별나거나 약삭빠르지 않아서 마음이 편한 나라이기도 하다. 화려한 요리 문화는 아니지만, 입에 착착 붙는 포르투갈 음식이 자꾸 떠올라 재방문을 고민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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