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뉴욕·방콕 등 2년 새 개업 45% 증가…브로커 '먹튀' 우려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식당을 경영하고 있는 김모씨(51)는 최근 한국에서 걸려오는 전화에 숨 돌릴 틈이 없다. 최근 한 케이블TV 채널에서 한식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프로그램(윤식당·사진)을 방영하면서부터 창업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김씨는 “시내에서 최근 문을 연 한식당만 4~5곳”이라고 전했다. 해외 한식당 창업 열풍이 불고 있다. 외국 생활을 낭만적으로 그려낸 방송을 보고 ‘제2의 삶’을 꿈꾸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나도 ‘윤식당’처럼…” 해외 식당 창업 붐

TV 인기 프로그램 방영지가 식당 창업지로 우선 거론되는 분위기다. 인도네시아에선 ‘윤식당’의 인기를 타고 한식당 창업 열풍이 불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윤식당 방영 후 인도네시아에서 한식 재료를 공급받고 싶다는 문의가 급증했다”고 전했다. 두어해 전에는 크로아티아에서 한식당과 한인 민박집이 급증했다. 2014년 크로아티아 관광을 주제로 한 케이블TV 프로그램 ‘꽃보다 누나’가 방영된 직후 크로아티아 한국인 관광객 수가 한 해에만 세 배 넘게 뛴 덕분이다.

한류 열기를 이용한 해외 식당 창업 열기도 만만찮다. 은퇴를 앞둔 회사원 정모씨(58)는 2년 전부터 방콕에서 한식당을 개업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2년 전 해외에서 한식당을 열겠다고 하면 농담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았지만 최근 해외 한식당 창업을 적극적으로 알아보는 주변 사람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 덕분에 해외 한식당 수는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다. 4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재단의 글로벌 한식·외식산업 조사에 따르면 해외 12개 주요 도시(베이징 상하이 충칭 홍콩 대만 자카르타 호찌민 싱가포르 방콕 뉴욕 로스앤젤레스 도쿄)의 한식당은 2014년 5368개에서 작년 7829개로 2년 새 46% 늘었다.
◆한국인 노린 현지 ‘창업 브로커’도 기승

한식당 창업 수요가 늘자 현지 ‘창업 브로커’도 동반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인도네시아의 한 교민 커뮤니티에 ‘한식당을 창업하고 싶다’는 글을 올리자 하루 만에 답장이 20여개 왔다. 대부분 현지인의 노하우로 쉽고 빠르게 가게를 열어주겠다는 제안이 담겨 있었다.

자카르타에 사는 이모씨(52)는 “외국인이 인도네시아에서 식당 영업을 위한 법인을 만들기 쉽지 않다”며 “보통 현지에서 동업자를 구하는데 브로커와 짜고 ‘먹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외국인은 체류 비자를 받기도 힘들다”고 덧붙였다.

피해 사례도 잇따른다. 박모씨(64)는 작년 초 50만원의 상담료만 날렸다. 박씨는 “브로커가 공무원에게 줄 뇌물이 필요하다며 거액을 요구한 뒤에야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며 “번지르르한 말에 속아 넘어갔다”고 털어놨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씨(53)는 “미국은 한인이 많고 언어 장벽이 덜한 편인데도 현지의 법과 제도, 문화에 적응하는 게 무척 힘들었다”며 “식당 운영 경험이 없는 사람의 해외 한식당 도전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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