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차세대 플랫폼 경쟁
애플·구글·MS·페북 등 IT 기업들 안경 형태의 AR기기 개발 추진
2020년 1500억불시장 선점 나서

가상 쇼룸·개발자용 버전 선봬
친구들과 모여 사진 찍고 게임 즐길 수도 비행훈련·의학 실험·악기 연주 등도 가능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한 직원이 지난해 3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빌드 콘퍼런스 2016’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증강현실(AR) 헤드셋 홀로렌즈를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증강현실(AR)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연례 개발자회의 F8에서 “카메라를 활용한 최초의 AR 플랫폼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애플, 구글에 맞서 본격적인 AR 플랫폼 개발을 선언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경영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스마트폰에 내린 사형선고”라는 표현도 썼다.

페이스북과 애플, 구글 등은 스마트 글라스(안경) 형태의 AR 기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접목한 AR 기술도 개발하면서 관련 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한 앱스토어 구축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 AR 플랫폼 개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개발자회의에서 “AR이 미래의 커뮤니티 건설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카메라를 활용한 AR 플랫폼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저커버그 CEO는 “페이스북 AR 플랫폼의 이름을 ‘카메라 효과 플랫폼’으로 지었다”며 “3차원(3D) 효과, 정확한 위치 파악, 얼굴 탐지 등이 미래 AR의 주요 기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의 전략은 앞으로 개발될 스마트 안경을 염두에 두고 우선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용한 AR 기술 플랫폼을 선점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페이스북은 지난해부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자사 주요 앱(응용프로그램)에서 사진 촬영 기능을 강조하기도 했다.

저커버그 CEO는 “하룻밤 새 어떤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완성된 플랫폼을 내놓는 데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임을 암시했다. 그는 “현시점에서 우리가 원하는 AR 글라스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은 없다”며 “5∼7년 뒤에는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IT 전문매체 리코드는 “AR은 이메일을 읽고 보내는 것에서부터 자동차나 우주선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잠재 시장이 매우 크다”고 전망했다.

애플, 스마트 안경 선보이나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한 직원이 지난해 3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빌드 콘퍼런스 2016’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증강현실(AR) 헤드셋 홀로렌즈를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애플은 스마트폰과 관련한 AR 기술을 개발하면서 스마트 안경 분야에도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IT 전문매체 기즈모도는 지난 20일 “애플의 한 시제품이 애플 직원들에게 안구 통증을 일으켰다는 내용이 담긴 문서를 입수했다”며 “이 시제품이 AR 안경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문서는 애플의 보건 관련 담당자가 작성한 안전사고 보고서로, 수백 명의 동료 직원에게 보고서를 전송하면서 내용이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문서에 따르면 애플이 연구 중인 시제품은 레이저 장치를 통해 착용자의 시선을 추적하는 기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AR 안경은 안구의 움직임을 추적해 각종 기능을 선택하고 구동하는 기능을 갖춰야 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유출된 문서가 AR 안경 개발과 연관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은 지난 수년간 AR 관련 기술 업체를 여러 곳 인수하기도 했다. 팀 쿡 애플 CEO는 AR 기술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는 뜻을 공식 석상에서도 여러 번 밝힌 바 있다. 애플이 AR 관련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는 추측이 자연스럽게 나온 이유다. 애플이 올가을에 선보일 아이폰 10주년 모델에 AR 기술을 적용한 카메라를 도입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구글 MS 인텔 등도 투자 강화

구글과 MS는 일찌감치 AR 시장 개척에 나섰다. 구글은 2012년 ‘구글 글라스’를 선보였다가 사생활 침해 우려 등의 문제로 상용화를 포기했다. 하지만 이후 AR 플랫폼 ‘탱고’를 개발하고 스마트폰 제조사들과 협업해 AR 스마트폰을 내놓는 등 생태계 선점을 시도하고 있다.

구글 글라스를 의학용으로 활용하는 모습.

MS는 2015년 공개한 AR 헤드셋 ‘홀로렌즈’의 개발자용 버전을 지난해 출시했다. MS의 홀로렌즈는 의학 건축 디자인 등의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예컨대 의료 기술을 공부하는 학생은 홀로렌즈를 통해 가상의 시신으로 부검 실습을 할 수도 있다.
자동차 회사 볼보는 MS 홀로렌즈를 이용해 가상 자동차 쇼룸을 만들었다. 일본항공(JAL)은 비행훈련을 하거나 승무원이 엔진정비 실습을 할 때 홀로렌즈를 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도 우주인 훈련에 홀로렌즈를 활용 중이다. 벤 리드 MS 디바이스그룹 디렉터는 “미국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는 해부학 실험에 홀로렌즈를 쓰고 있다”고 소개했다.

인텔도 지난해 8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인텔개발자포럼(IDF)에서 헤드셋 형태의 ‘프로젝트 얼로이’를 발표했다. 브라이언 크러재니치 인텔 CEO는 기조연설에서 “프로젝트 얼로이는 실제 현실과 가상현실을 융합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행사에서 인텔은 프로젝트 얼로이를 통해 가상의 드럼을 연주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인텔은 또 가상으로 친구들과 만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는 일반 사진뿐만 아니라 3D 사진까지 촬영할 수 있는 인텔의 ‘리얼센스’ 카메라 기술을 통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투자은행 디지캐피털은 AR과 가상현실(VR) 기기·서비스 시장의 규모가 2020년 1500억달러(약 17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 VR산업은 300억달러인 반면 AR산업은 1200억달러로 4배에 달한다.

안정락/유하늘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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