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 위험보장 수단으로 인류의 주요 발명품 중 하나다. 인생에 찾아올 수 있는 대표적 위험인 가장의 사망, 가족의 질병, 장수에 대응해 각각 종신보험, 건강보험, 연금보험이 나왔다. 그런데 또 하나의 위험영역이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의사 모리스 버나드 박사는 ‘중병으로 인한 위험’을 조명했다.

과거에는 중병에 걸리면 오래 지나지 않아 사망했기 때문에 가장의 중병과 사망은 곧 남은 가족의 생계비 문제로 이어졌다. 그런데 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중병에서 회복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회복기간 중 계속 지출해야 하는 의료비용이 큰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1983년 이 같은 위험을 보장하는 CI(critical illness·치명적 질병)보험이 모리스 박사의 조언을 받아 등장했다.
최초의 CI보험은 ‘심각한’ 또는 ‘말기 단계’의 질병이 발생하는 경우 소득 상실과 고액의 치료비를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됐다. 하지만 중증 질병을 극복하고 생존할 확률이 높아지고, 조기검진으로 경증 단계에서 질병을 발견할 수 있게 되면서 2회 보장, 경증질병 보장 등으로 진화했다.

CI보험이 도입되면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의한 KCD코드로는 보장하지 못하는 중증·희귀난치성 질병까지 보장범위도 넓어졌다. KCD코드는 질병을 단순화해 분류한 것으로 고액의 진단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보장 대상을 확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예를 들어 뇌경색은 KCD코드로는 ‘치료가 필요 없는 뇌경색’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고액의 보장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CI보험은 병의 중증도를 구분할 수 있어 뇌경색 중 일상생활장해 정도가 25% 이상인 경우까지 보장해준다. 또 CI보험은 ‘중증수술 보장’ 등을 통해 진단보험금 보장이 어려운 질병에 걸려도 고액의 보험금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질병 종류와 상관없이 관상동맥우회술을 보장하고 있어 협심증 등 심장질환으로 관상동맥우회술을 받은 경우에도 보험금을 지급해준다.

CI보험을 통해 일반적인 건강보험, 실손보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고민, 즉 중병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에 대응해보자. CI보험은 중병에 걸리지 않아도 사망 시 보험금이 가족들에게 지급된다는 점에서 종신보험 성격도 띠고 있다.

조명기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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