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카풀 앱…가입자 45만명·이용건 수 50만건
카셰어링 '쏘카' 출신들 의기투합
"카풀로 뜻밖의 인연도…연애 상담해준 운전자와 재회"

서울 마포구 동교동 풀러스 사무실에서 만난 안윤정 풀러스 마케팅팀장(왼쪽)과 김주영 최고플랫폼책임자(CPO). 이들은 직접 풀러스를 이용하며 운전자·탑승자와 맺었던 인연에 대해 풀어놓았다.

아이를 낳는 기분.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쓰는 모바일 서비스를 처음 세상에 선보일 때 그들이 느끼는 감정이다. 스마트폰 속 앱들은 누구의 손에서 어떻게 왜 태어났을까. 세상에 아무렇게 쓰는 앱은 있어도 아무렇게 만들어진 앱은 없다. 'Why not(왜 안돼)?'을 외치는 괴상한 IT업계 기획·개발자들. [박희진의 괴발개발]에서 그들의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한다.

퇴근길 멀리서 차를 향해 손을 흔드는 사람의 얼굴이 낯익다. 차를 세우자 남자가 반가운 얼굴로 조수석에 앉는다. 그 때 그 남자다.

"여자친구랑 어떻게 됐어요?"

"말씀해주신 대로 했더니 잘 풀렸어요. 오늘 일이 일찍 끝났나봐요."

운전자는 연애 상담가도, 택시기사도 아니다. 카풀 중개 앱(응용프로그램) '풀러스'의 개발을 책임지는 김주영 풀러스 최고플랫폼책임자(CPO)다. 그는 서비스 테스트 기간 동안 출퇴근길마다 운전자로, 탑승자로 차에 올라탔다. 동승자와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지면서 연애상담까지 이어지기도 했다고….

"출퇴근길에 주로 쓰다보니 동선이 같은 이용자들끼리는 다시 만나는 경우가 있어요. 한 번은 제가 탔던 차 운전자 분과 얘기를 나누다 연애 상담을 해드린 적이 있어요. 얼마 뒤 우연히 그 분과 다시 매칭이 돼 만나 반갑더라고요."

쏘카를 거쳐 풀러스에 합류한 안윤정 풀러스 마케팅팀장은 "생활 속 이동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보탬이 되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풀러스는 실시간으로 카풀 차량과 동승자를 매칭해주는 국내 최초 카풀 앱이다. 국내 1위 카셰어링 업체 '쏘카' 출신들이 모여 회사를 만들었다. 쏘카 초기 멤버였던 안윤정 풀러스 마케팅팀장도 지난해 4월 풀러스가 설립되면서 함께 자리를 옮겼다.

"꽉 막힌 출퇴근길에 주변 차들을 둘러보다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로는 빈틈이 없는데 차안은 텅텅 비어있는 거에요. 자동차에 전부 운전자 한 사람씩만 타고 있었거든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하는 고민에서 사업이 시작됐어요."

안 팀장은 쏘카 창업자이기도 한 김지만 전 풀러스 대표와 일찍이 카셰어링 사업을 넘어 카풀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었다. 기존에도 카풀 문화는 있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람을 구해 함께 차를 이용하는 식이 많았다. 이같은 방식으로는 운전자와 탑승자 간 매칭이 쉽지 않았다. 야근이나 지각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그때마다 약속을 취소해야해 번거로웠다.

'카풀 차량을 택시처럼 필요할 때마다 앱으로 부르자'라는 아이디어가 풀러스의 출발이었다. 해외에는 '우버'같은 차량공유 서비스가 이미 대중화돼 있지만, 국내에서는 자가승용차량의 유상운송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는 게 걸림돌이었다.

풀러스는 법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 출퇴근 시 차량 공유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풀러스는 출퇴근 시간(오전 6~11시·오후 5시~새벽 2시)에만 사용할 수 있어 문제가 없다.

김주영 CPO가 이끄는 풀러스 교통 문화 연구소는 카풀 매칭 현황, 이용 시간·지역, 교통량 등 다양한 통근 빅데이터를 토대로 서비스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풀러스 기능의 핵심은 동선이 비슷한 운전자와 탑승자를 최대한 빨리 연결해주는 것이다. 탑승자가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현재 위치에서 가까운 운전자들에게 호출이 전송된다. 동선을 확인한 운전자가 호출을 잡으면 매칭이되는 방식이다.

개발은 마쳤지만 문제는 '검증'이었다. "아무래도 기존에 없던 서비스를 가장 먼저 만들다보니 검증 과정이 길었어요. 이용자들이 우리가 생각했던대로 카풀을 이용할까. 서비스는 시뮬레이션을 한대로 작동할까. 하나부터 열까지 검증해야할 게 많았어요. 운전자와 탑승자 역할 나눠 판교 곳곳을 돌아다녔죠."(김 CPO)

지난해 4월 경기도 성남시 판교 일대에서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판교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차로 출퇴근을 많이 하는 지역이라 서비스 테스트 베드(시험대)로 적합했다. 정보기술(IT) 업계 종사자가 많은 만큼 새로운 서비스에 거부감이 적을 것이라는 판단도 있었다.

시험기간을 거친 풀러스는 지난해 5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용자들이 늘어나면서 의외의 수확이 있었다. '사람'이었다. 교통수단으로 접근해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결국에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이기도 했다. 직업에 상관없이 누구나 운전자와 탑승자가 될 수 있다보니 뜻밖의 인연을 만드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대학생부터 회사 최고경영자(CEO)까지 풀러스 운전자의 직군은 다양합니다. 한 취업준비생의 경우는 자신이 운전하는 차에 마침 가고 싶었던 회사의 인사담당자가 탔다고 해요. 차 안에서 나눈 얘기들이 취업에 도움이 많이 됐다고 후기를 남겼어요."(안 팀장)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새로운 서비스도 추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운전자의 이동 경로 데이터를 분석해 가장 적합한 호출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넣었다. 향후 취미나 관심사 등이 비슷한 사람끼리 매칭이 되는 기능도 적용할 예정이다.

커뮤니케이션 기능에도 공을 들였다. 운전자와 탑승자가 만나는 과정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변수가 발생한다. 서로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서비스를 이용해보니 약속 시간이나 장소를 조율해야 하는 경우가 제법 많더라고요. 특히 운전자의 경우, 운전에 방해를 받지 않으면서 안전하고 자유롭게 커뮤니케이션을 해야했죠. 드라이버 앱에 메시지를 음성으로 읽고 보낼 수 있는 '음성 채팅' 기능을 도입한 이유입니다."(김 CPO)

풀러스를 실행한 모습. 탑승자가 차량을 호출하면(왼쪽) 드라이버 앱에 호출 리스트(오른쪽)가 뜬다.

서울, 수도권과 대전으로 운영 지역을 넓힌 풀러스는 현재 가입자 수가 45만명을 넘어섰다. 이 중 드라이버 앱 가입자 수가 15만명 정도다. 지난달 기준 누적 이용건 수는 50만건에 달한다. 한 번이상 쓴 이용자가 전체의 60~70%에 달해 충성도도 높은 편이다.

이들이 체감하는 풀러스의 초반 성장세는 쏘카를 넘어섰다. "2011년 쏘카가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는 공유경제의 개념이 많이 알려져있지 않아 이용자 설득이 쉽지 않았어요. 지금은 쏘카나 에어비앤비같은 공유경제 서비스가 많이 대중화됐죠. 덕분에 풀러스가 시장에 안착하기가 훨씬 쉬운 환경이 된 것 같아요."(안 팀장)

풀러스가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후발주자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모바일 카풀 중개 서비스를 운영하는 '럭시' '티티카카' 등이 대표적이다.

"제일 먼저 시작한 업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봐요. 이용자 수와 데이터가 가장 많기 때문에 선두주자로서의 경쟁력은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새로운 시장에서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해서 기능 하나를 추가할 때도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습니다."(김 CPO)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게임·엔터 분야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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