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국가를 생각하다

토드 부크홀츠 지음 / 박세연 옮김 / 21세기북스 / 488쪽│2만2000원
‘많은 국가들이 경제적 번영 후에 사회적 분열을 겪는다.’

베스트셀러 《죽은 경제학자들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러쉬》 《유쾌한 경제학》 등을 쓴 미국 경제학자 토드 부크홀츠가 세계 경제사를 깊이 파고들면서 확인한 ‘뚜렷한 패턴’이다. 부크홀츠는 《다시, 국가를 생각하다》에서 부유한 국가들이 번영과 함께 직면하는 경제적·정치적·문화적 분열 양상을 지적한다.

역사학자 폴 케네디는 고전 《강대국의 흥망》에서 강대국이 쇠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무분별한 군사력 증강과 팽창 정책을 꼽았다. 부크홀츠의 생각은 다르다. 강대국의 붕괴는 사회적 분열을 가져오는 ‘번영의 대가(the price of prosperity)’에서 비롯된다. 그는 오늘날의 미국을 출발점으로 역사를 거꾸로 올라가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스파르타, 1600년대 명나라, 1700년대 베네치아, 1800년대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가문, 제1차 세계대전 직전의 오스만제국 등의 분열 과정을 들여다본다.

저자에 따르면 부강한 국가에 분열을 몰고 오는 요인은 △출산율 하락 △공동체 소멸 △국제무역 활성화 △부채 증가 △근로윤리 쇠퇴 등이다. 국가가 번영할수록 출산율은 떨어진다. 고대 스파르타인들은 정복 전쟁으로 많은 토지와 노예를 소유하게 되면서 자녀들의 노동에 의지하지 않게 됐다. 그들에게 자녀 출산에 따른 기회비용은 더 크게 다가왔다. 많은 자녀는 여행을 다니거나 사치를 즐길 여유의 부족을 의미하고, 자신의 재산을 더 많은 사위와 며느리에게 나눠줘야 한다는 뜻이었다. 기원전 4세기 초반 스파르타 인구는 80%나 감소했다.

출산율이 떨어지면 평균 연령이 올라간다. 높아진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선 다양한 서비스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새로운 근로자들을 외국에서 받아들여야 한다. 번영을 누리는 국가는 다문화 사회로 변모하지 않고는 번영을 이어갈 수 없다. 하지만 국가가 강력한 문화적·시민적 기반을 갖추고 있지 못할 때 이민자의 유입은 기존 문화와 사회를 분열시킨다.
국제 무역과 교류 확대는 번영의 필수 요소지만 국가의 관습과 전통을 흔들어 정체성을 약화시킨다. 채무 문제는 비교적 근대화된 금융 시스템에서 발생한다. 부유한 국가는 더 많은 빚을 얻을 수 있고, 이렇게 얻은 빚은 미래 세대를 담보로 소비된다. 부모들의 무분별한 애정은 아이들을 게으르게 한다. 많은 사람이 일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각종 복지시스템은 근로 의욕을 감퇴시킨다.

저자는 부유한 국가의 쇠락을 막는 해법을 국가의 정체성을 새롭게 창조해 사회적 통합을 다진 지도자들의 리더십에서 찾는다. 헬레니즘 문명을 전파한 알렉산드로스 대왕, 터키 건국의 아버지 케말 아타튀르크, 사카모토 료마 등 일본 메이지 유신 지도자의 이야기를 통해 위기에 처한 국가 지도자의 덕목과 사명을 제시한다. 저자는 “위대한 리더는 과거의 지혜를 과감히 포기하고, 시대적 요구에 따라 기존 사회 질서를 뒤엎는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문화적 결속을 다지고, 미래 비전을 가지고 국민의 가슴을 울리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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