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여론 수렴·용역 발주, '사이버테러법' 논란 전철 우려
경찰이 사이버범죄를 막기 위한 법 제정에 나선다. 인터넷 사기 등 사이버범죄는 날로 늘어나는데 이를 예방하기 위한 법적 근거는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20일 “사이버범죄 예방을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단일 법령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치안 분야의 핵심과제로 사이버범죄 예방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2004년 7만7099건이던 사이버범죄는 2015년 14만4679건으로 87.7%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체 범죄 건수는 5.4%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경찰청은 2014년 사이버안전국을 신설하고 예방 및 단속에 나섰지만 아직 관련 법은 없다. 전자상거래법·정보통신망법 등 개별법상에 예방 규정이 일부 있지만 특정 조건 아래에서만 적용할 수 있다. 사이버범죄 관련 사항이 여러 법에 분산돼 있다 보니 충돌하는 경우도 많다. 자살구호 업무가 대표적이다. 인터넷에 자살 게시글이 올라오면 작성자의 개인정보를 파악해 이를 막아야 하지만 정보통신사업법에 따르면 자살기도자의 개인정보는 자료제공 요청 대상이 아니다. 경찰청은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와 업무협약을 맺어 자살기도자의 개인정보를 받는 ‘우회로’를 거치고 있다. 인터넷 사기에 사용되는 사이트 상호명·도메인·범죄이용 IP(인터넷주소) 정보 등도 공공에 밝힐 수 없다. ‘개인정보보호법’과 ‘형사사법절차 전자화촉진법’ 등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단일법령을 만들기까지는 걸림돌이 많다. 게시글 삭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개인정보제공 역시 사생활 감시나 사찰 등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다. 자칫하면 지난해 국가정보원이 추진했다가 비판을 받은 ‘사이버테러방지법’처럼 반감만 살 가능성도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민감하고 광범위한 내용이어서 다양한 각도에서 검토할 수 있도록 연구용역을 발주했다”며 “자살 방지 등 반드시 필요한 부분부터 개별법령에 예방 근거를 마련하는 차선책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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