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대선정국에 일손 안잡혀…이달 발표 없던 일로"
정부가 이달로 예정됐던 ‘4차 산업혁명 종합대책’ 발표를 사실상 포기했다. 대통령선거와 새 정부 출범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추진 동력이 사라져서다.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 교체와 상관없이 시급히 추진해야 할 과제마저 정치 일정에 밀려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0일 “이달 말까지 4차 산업혁명 대책을 준비해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대선이 본선에 접어들면서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당초 기재부는 지난해 12월 내놓은 ‘2017년 경제정책방향’에서 “4차 산업혁명 관련 범정부 차원 대책을 오는 4월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대책에는 인공지능(AI)과 로봇, 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등 핵심기술 개발은 물론 시장기반 조성, 산업·고용구조 혁신, 인재양성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대응방안이 담길 예정이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관계부처 장관과 민간 전문가 등 29명으로 구성된 ‘4차 산업혁명 전략위원회’도 신설했다.

유 부총리는 지난 2월27일 기재부 확대간부회의에서 “4차 산업혁명 종합대책을 4월 중 마련할 수 있도록 차질없이 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최근까지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수차례 머리를 맞대고 정책을 가다듬었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던 작업은 3월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으로 삐거덕거리기 시작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부처별로 정책을 내놓긴 했지만 뭔가 눈에 띄는 새로운 건 없었다”며 “다들 조기 대선 후 새 정부 출범에 시선이 쏠려 있다 보니 제대로 준비가 안된 것 같다”고 털어놨다.

현재로선 4차 산업혁명 대책이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다음달 새 정부가 들어서면 다시 정권의 입맛에 맞게 정책을 재검토하고 손질하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간 전문가들은 “한국의 4차 산업혁명 대응속도가 경쟁국에 비해 느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정책 표류 때문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지난해 투자은행 UBS가 세계경제포럼(WEF) 기준을 바탕으로 각국의 4차 산업혁명 준비도를 평가한 결과 한국은 주요국 중 25위로 사실상 ‘꼴찌’였다. 싱가포르(2위)와 미국(5위)은 물론 일본(12위), 독일(13위), 대만(16위) 등에도 밀렸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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