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속앓이'…문 닫아도 중국인 월급 두 달째 100% 지급

입력 2017-04-20 06:47 수정 2017-04-20 08:26
'중국 여론' 눈치보며 "이해합니다, 기다립니다" 홍보 문구도 아직 못 걸어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으로 사실상 '마비'된 중국 롯데마트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더구나 롯데마트는 중국 직원의 동요를 막기 위해 규정보다 많은 '정상 임금의 100%'를 꼬박꼬박 지급하면서 뚜렷한 대책 없이 버텨야 하는 힘겨운 처지다.

20일 중국과 한국 롯데마트에 따르면 현재 중국 99개 점포 가운데 74개는 중국 당국의 소방 점검에 따른 강제 영업정지 상태이고, 13개는 자율휴업 중이다.

이처럼 약 90%인 87개가 문을 닫고 있고, 나머지 12개도 사실상 손님 발길이 끊겨 휴점 상태나 나름이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중국 당국이 롯데마트의 영업을 풀어줄 의사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3월 지적된 사항을 고쳐서 영업 재개를 위한 현장점검을 계속 요청해도, 중국 당국이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는 게 롯데의 설명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중국 공무원들이 롯데의 현장점검 요청에 대해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달 초·중순 70개가 넘는 롯데마트의 '1개월 영업정지' 기한이 도래했지만, 19일 현재까지 여전히 모두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여섯 곳은 그나마 '영업정지 1개월 연장' 통보라도 받았지만, 나머지는 아무런 대답과 지침을 주지 않는 중국 당국의 눈치만 보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벌써 매출 손실만 거의 2천억 원에 이르렀고, 임금 등 고정비 지출에 따른 손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롯데마트 중국 지점에는 현재 약 1만3천 명의 중국인 직원이 근무 중인데, 영업정지 두 달째인 4월에도 롯데마트는 직원들에게 100% 임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중국 현지법상으로는 영업정지 1개월까지만 정상 임금의 100%를 지급하고, 두 달째 70%를 시작으로 이후 달마다 지급 비율을 점차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법정 수준보다 높은 임금을 계속 주겠다는 얘기다.

현지인 평균 임금이 약 70만 원이니까, 영업정지로 매출 한 푼 없어도 한 달에 91억 원씩은 반드시 지출되는 셈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중국인 직원들이 '롯데마트 철수설'에 많이 불안해하는 데다, 중국 현지 분위기 등도 고려해 100% 지급률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중국 당국의 '입'만 바라보는 롯데마트로서는 홍보 포스터 문구 하나까지 중국 여론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롯데는 앞서 지난달 24일부터 한국 내 중국 관광객(유커)들이 많이 찾는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소공점)과 편의점 세븐일레븐 점포들 안팎에 "당신을 이해합니다, 그래서 기다립니다"라는 중국어 홍보물을 게시했다.

그리고 이달 초 중국 현지법인에 '중국 내 롯데마트에도 같은 문구를 걸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보름여가 지난 지금까지 중국 롯데마트는 이런 종류의 홍보전을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 홍보 문구가 공개된 이후, 일부 중국인들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이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기다릴 필요는 없다"는 등의 조롱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롯데 내부에서조차 '이해합니다'라는 표현이 중국인들에게 다소 '한국이 넓은 아량으로 중국을 이해해준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문구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 것을 알려졌다.

롯데 관계자는 "현지 정서를 고려한 문구 수정 작업이 진행 중인지,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에서 점포에 홍보문을 붙이는 게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 때문인지 좀 더 현지법인의 입장을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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