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선거사범 절반 '턱걸이 구제'
벌금 80만~90만원 내고 의원직 유지
법 엄격해 선거사범 양산 지적도
법원은 현역 국회의원에게만 유달리 관대한 것일까.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20대 국회의원 35명 중 16명(45.7%)이 80만~9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절반 가까이가 당선 무효 기준인 100만원을 넘지 않았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계양갑)이 대표적인 경우다. 유 의원은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하지 않은 자원봉사자에게 100만원을 건넨 혐의 등으로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12일 2심에서 벌금 90만원으로 감형돼 간신히 배지를 지켰다. 법원이 선거구 획정 기간에 기부가 이뤄진 점 등 혐의 일부를 무죄로 판단한 것이 감형 이유다.

같은 당의 박재호 의원(부산 남구을)은 지난 1월 1심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아 당선 무효를 가까스로 피했다. 박 의원은 금지된 확성장치를 사용해 선거운동을 하고, 휴대폰으로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았다. 공직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에 교회를 방문해 지지를 호소한 혐의로 기소된 장제원 바른정당 의원(부산 사상)도 1심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았다. 선거운동은 했지만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개연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함진규 자유한국당 의원(경기 시흥갑)은 의정활동 실적을 부풀린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모두 벌금 90만원을 받았다.

부장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선거사범 벌금을 정할 때는 선거법 위반 행위가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를 따질 수밖에 없다”며 “법원 나름대로 기준을 갖고 벌금형 수준을 정한다지만 법관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공직선거법 자체가 너무 엄격해 선거사범이 양산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후보들이 모호하거나 사소한 위반까지 문제 삼아 고발을 남발하는 탓에 당선 무효 기준 이하의 벌금형 선고가 덩달아 많아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벌금 100만원 미만을 받기 위해 유죄를 인정하되 감형 사유를 최대한 제시하는 전략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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