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정보가 '평판 사이트'에 낱낱이…기업 '골치'

입력 2017-04-19 20:30 수정 2017-04-20 13:43

지면 지면정보

2017-04-20A33면

"쥐꼬리 연봉에 야근·휴일 근무 밥먹 듯…절대 가지 마세요"

기업 이미지 실추…소송 불사
집단소송 참여기업 모집 나서

연봉 공개하는 사이트엔 비공개 요청 기업들 줄이어

취준생 "사이트 검색은 필수"
잡플래닛 월 방문자 300만명…"기업 사전 평가" 구직에 도움
“연봉은 쥐꼬리인데 야근은 기본, 휴일 출근도 잦습니다. 절대 가지 마세요.”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 있는 한 중소기업은 지난달 한 기업 평판조회 사이트에 올라온 글 때문에 발칵 뒤집혔다. 근무 조건, 연봉 등 재직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이 수두룩했다. 인사담당 하모씨(37)는 “사장이 크게 화를 내고 글 쓴 사람 색출을 지시했다”며 “이 때문인지 상반기 공채 지원자가 작년보다 30% 넘게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월 조회 수 5700만건 넘기도

기업 평판조회 사이트가 인기를 끌면서 상반기 공채를 진행 중인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검증되지 않은 사내 정보가 외부로 유출돼 이미지가 손상되고 인재 확보에 차질을 빚을 위험이 커졌다. 평판조회 사이트를 찾는 취업준비생은 해마다 급증세다. 국내 대표 기업 평판조회 사이트인 잡플래닛의 지난달 게시물 조회 수는 5700만여건에 달했다. 전년 동기(3936만여건)보다 45% 급증했다.

김한석 잡플래닛 매니저는 “연봉 정보나 회사 내부 분위기를 파악하려는 취업준비생이 주로 찾고 있다”며 “사이트 월 순방문자가 300만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잡플래닛은 익명으로 기업 평가를 올린다. 승진 기회, 복지나 급여 조건, 업무 강도, 사내 문화, 경영진 평가 등을 별점으로 표시한다. 회사가 내는 국민연금 납부액을 바탕으로 42만곳의 연봉 정보를 제공하는 크레딧잡도 인기다. 연봉은 물론이고 입·퇴사자 현황 등을 통해 회사의 성장성이나 고용 안정성도 가늠해볼 수 있다.

취업준비생은 구직에 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취업준비생 김동욱 씨(28)는 “취업 전 검색이 필수”라고 말했다. 최근 중소기업에 입사한 임성준 씨(27)는 “두 곳에서 합격 통보를 받아 고민했는데 평판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분위기나 연봉 등이 ‘극과 극’이었다”며 “덕분에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고 했다.

◆허위 정보도 적잖아

기업들은 불쾌함을 호소한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중소기업은 최근 직원들에게 ‘잡플래닛 금지령’을 내렸다. 한 직원이 근무시간이 너무 길고 연봉 상승률이 낮다는 식의 글을 올려 회사 이미지가 실추됐다는 판단에서다.
소송전으로 비화되기도 한다. 경기 안산의 한 중소기업 사장 김모씨(53)는 “능력 부족으로 퇴사한 직원들이 회사를 탓하는 글을 올려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별생각 없이 올리는 글이 기업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김씨는 포털 사이트에 ‘잡플래닛 집단 소송 카페’를 열고 소송 참여 기업을 모집하고 있다.

허위 정보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은 해당 사이트에서도 인정한다. 잡플래닛 관계자는 “허위 정보가 올라올 때도 있지만 걸러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허위 정보 신고가 들어오면 신원 확인 등을 거쳐 글을 블라인드 처리한다”고 밝혔다.

기업들의 신경질적인 반응이 과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취업준비생 이우진 씨(27)는 “높은 급여와 좋은 복지를 자랑하는 게시물도 적지 않다”며 “내부 단속에 앞서 근무 환경 개선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박민우 씨(28)도 “기업이 지원자를 평가하듯 지원자도 기업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