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희 오비맥주 마케팅팀 차장(41)은 국내서 손꼽히는 '맥주 강사'로 꼽힌다. 그는 한국 맥주가 수입 맥주에 비해 맛 없다는 의견에 "맥주 맛은 분위기, 장소, 관리 상태 등 종합적인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며 "실제 맥아 함량도 수입 맥주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며 반박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한국 맥주가 맛이 없다고요? 국산 라거맥주인 '카스'(OB의 대표 맥주 브랜드)를 수입 에일맥주와 비교해 풍미가 떨어진다고 하거나, 한국 맥주는 맥아 함량이 낮아 맛이 싱겁다고 얘기하는 것은 모두 잘못된 정보에서 비롯된 평가입니다. 맥주를 제대로 아는 대중이 많아져야 맥주 시장 저변도 커질 수 있습니다."

김소희 오비맥주 마케팅팀 차장(사진·41)은 20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맥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국내 맥주 시장의 확대를 방해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차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맥주강사다. 2013년부터 4년간 총 600여회, 1만5000여명의 청중을 대상으로 맥주강의를 했다. 정부 부처, 기업, 대학교까지 그를 필요로 한 곳이라면 어디든 갔다.

◆4년간 600회·1만5000명에 강의

김 차장 강의내용은 맥주의 역사와 종류부터 술에 대한 오해와 진실까지 다채롭다. 현장에서 이뤄지는 청중과의 즉석 문답도 다른 이들에겐 볼거리다.

김 차장은 "가르치기보다는 맥주에 대한 경험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좋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며 "맥주를 제대로 알아야 더 관심을 갖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맥주 역사가 깊은 유럽은 맛과 풍미가 강한 에일을 즐기지만 가볍게 한잔하는 문화를 갖고 있는 미국은 라거를 주로 마신다"며 "같은 맥주라고 해도 에일과 라거는 만드는 방법부터 추구하는 맛까지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국내의 경우 소주와 섞어 마시는 '폭탄주'가 발달하고 안주를 많이 먹기 때문에 라거 맥주가 강세라는 게 김 차장 설명이다.

그는 "술을 마실 때의 시간, 장소, 관리 상태 등 외적 환경과 문화가 중요하다"며 "유럽에서 개성 강한 에일 맥주를 경험한 국내 소비자들이 한국에서 라거 맥주를 마신 뒤 '한국 맥주는 개성이 없다'고 평가하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또 "한국 맥주의 맥아 함량은 세계적인 라거 맥주들과 비교해도 절대 낮지 않다"며 "한국 맥주 수출량이 매년 늘어나고 있는데 오히려 한국 소비자들은 국산 맥주를 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차장이 맥주강의에 나서게 된 건 2012년 한 외국 언론의 한국 맥주와 관련한 보도 때문이다. 당시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산 맥주인 '카스'와 '하이트'는 미각을 자극하지 못한다"며 "영국에서 수입한 장비로 만드는 북한 대동강 맥주가 차라리 낫다"고 썼다.

후폭풍은 컸다. 소비자들이 국산 맥주에 대해 갖고 있던 선입견과 외국 언론의 평가가 맞물리면서 '한국맥주는 싱겁고 맛 없는 맥주'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오비맥주 마케팅팀에서 일하고 있던 김 차장은 '어떻게 하면 국내 생맥주 시장을 키울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었다.

맥주 선진국과 달리 국내에선 관리 미흡으로 공장에서 막 나온 생맥주 맛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김 차장은 "생맥주 시장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즈음 국산 맥주가 맛 없다는 외국 언론의 기사로 한국 맥주에 대한 불만이 최고조에 달했다"며 "소비자들이 안고 있는 맥주에 대한 오해를 풀어보자는 취지에서 대중 강연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오비맥주 제1호 女 영업사원

김 차장은 1996년 오비맥주 광주 생산공장으로 입사해 21년째 맥주 회사에서 일한 맥주 마니아다.

광주공장에서 일하던 시절 의례적으로 진행됐던 공장 견학프로그램을 김 차장이 관광상품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은 오비맥주 내에서도 유명하다. 공장 인근 대학과 군 부대에서 견학 신청 문의가 끊이질 않았다고 한다.

그는 "매뉴얼대로만 하다보니 듣는 사람도, 진행하던 저도 재미가 없었다"며 "조금만 바꾸면 맥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방문객들에게 흥미롭게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아 퀴즈, 이벤트 등 몇 가지 아이디어를 넣었다"고 설명했다.

입사한지 6년 만인 2002년 영업직으로 발령났다. 오비맥주 내에서 여자가 영업사원이 된 건 김 차장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회사의 기대가 컸다. 그는 "위기이자 기회였다"고 표현했다.

김 차장은 "원래 하던 업무가 아니었을뿐더러 여성으로서 아무도 가보지 않았던 길"이라며 "주류회사에서 영업직을 거친다면 회사와 동료들로부터 더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과감히 뛰어들었다"고 했다.

원래 매뉴얼대로 하지 않는 게 그의 성격이었다. 막막했지만 본인의 방법대로 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회사는 그에게 서울 한강 이남 지역의 소형 슈퍼마켓들을 맡겼다. 김 차장은 "강남 지역은 원래 경쟁사 맥주 선호도가 높은 곳"이라며 "영업 현장에서 여자 영업사원에 대한 고정관념까지 겹치면서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무엇보다 거래처 사장님들의 목소리를 세심하게 들었다. 불편사항도 꼼꼼하게 챙겼다. 주말이 되면 슈퍼와 음식점을 돌며 포스터를 붙였다.
김 차장은 "제가 담당하고 있는 지역에서 오비맥주 점유율이 점점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을 때 말할 수 없이 기뻤다"며 "중도에 포기하면 영업을 원하는 다른 여성 직원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이를 악물었다"고 했다.

김 차장이 영업직원들을 관리하는 매니저로 올라선 이후 회사에선 여성 직원들을 더 적극적으로 영업 현장에 투입했다. 김 차장의 성과를 인정한 것이다.

김 차장의 꿈은 맥주학교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그는 "맥주만을 전문적으로 강의하는 맥주학교 같은 것을 만들어보고 싶다"면서 "누군가에게 맥주를 알리고 그 사람이 맥주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일을 할 수 있다면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유통, 식품, 항공 뉴스를 전합니다. [노정동의 가격의비밀]도 선보입니다. 제보는 힘이 됩니다. dong2@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