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안보 공약 바꾼 문재인
기존 순환출자 해소 공약 제외, '사드 배치 국회 비준'도 빠져

'왼쪽 깜빡이' 켠 홍준표
영세업종 대기업 진출 제한

'경제 좌클릭' 나선 안철수
독과점 기업 분할명령제 도입
대선레이스가 본격화되면서 ‘좌(左)-우(右)’로 갈렸던 대선후보들의 공약이 방향을 바꾸고 있다. 각당 당론을 반영한 기존 공약 방향을 일부 수정함으로써 중도 보수층 등 외연 확장을 꾀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재벌개혁과 안보 관련 공약을 일부 수정했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기업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에 관한 태도를 바꿨다. 조기 대선 탓에 각 캠프가 쏟아낸 설익은 공약들이 국내외 상황 변화와 맞물려 손질이 불가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후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10대 공약을 제출하면서 ‘기존 순환출자 해소’를 제외했다. 기존 순환출자 해소는 문 후보가 지난 13일 발표한 10대 공약엔 포함돼 있었지만 17일 선관위에 낸 최종 10대 공약에선 빠졌다.

안보 공약도 일부 변화 기류가 감지된다. 당초 문 후보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 국회 비준 동의를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은 효용성 검토 후 재연장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선관위에 제출한 10대 공약엔 관련 내용이 빠졌다.

대신 한·미관계는 “군사동맹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바탕으로 외교 기축으로서 전략적 유대를 지속한다”는 원론적 내용을 담았다. 한·일 관계에 대해서도 “실용적 입장에서 성숙된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문 후보는 최근 “북한이 핵 도발을 계속하면 사드 배치가 불가피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배치에 무게를 두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문 후보가 ‘우클릭’을 시도하는 것은 중도·보수층의 반감을 누그러뜨리려는 의도라고 정치권에서 보고 있다. 재벌개혁 등에서 선명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중도·보수층의 불안감을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것이다.

‘우파 후보’임을 강조하는 홍 후보는 경제 공약에서 ‘좌클릭’ 행보를 보이고 있다. 홍 후보는 청국장 두부 등 영세·생계형 업종을 보호업종으로 지정해 대기업 진출을 제한하겠다고 공약했다. 홍 후보는 또 대형 유통기업의 골목상권 출점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소상공인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지만 규제 완화 등 ‘기업 기 살리기’에 나서겠다고 한 기존 경제정책 기조와는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정양육수당 2배 인상, 소득 하위 50% 가구에 월 15만원 아동수당 지급, 둘째 자녀부터 출산장려금 1000만원 지원 등 복지 공약도 대거 내놓았다.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원까지 올리겠다는 공약도 다른 후보와 차이가 없다. 홍 후보 역시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중도층으로 외연 확대를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안 후보는 안보 공약에서 우향우를 시도하며 보수층을 공략하고 있다. 안 후보는 정부가 사드 배치를 결정한 직후인 지난해 7월엔 “사드 배치는 국회 비준을 받아야 하고 국민투표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으나 최근 들어선 ‘상황 변화’를 이유로 “국가 간 합의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경제 분야에선 독과점 기업에 대해 기업분할명령제를 도입하겠다고 하는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공정 성장을 강조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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