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종(種)만 파는 서촌 서점 '림' 이승욱·황정환 대표

정신분석 박사·다큐감독 의기투합
강연·영화·회원제 운영 결합해 흑자

"가치 공유하는 사람들 모이는 곳"

한 달에 한 종류의 책만 파는 서점이 있다. 정신분석학 박사인 이승욱 대표(오른쪽)와 다큐멘터리 감독 황정한 대표(왼쪽)가 의기투합해 지난달 서울 종로구 체부동, 일명 서촌에 문을 연 서점 ‘림’이다. 벽마다 책이 빼곡한 일반적인 서점과는 모습부터가 다르다. ‘4월의 책’으로 선정된 《416 단원고 약전: 짧은, 그리고 영원한》이란 제목의 책만 책장과 테이블 곳곳에 있었다.

이 서점은 1주일에 한 종류의 책만 파는 일본 도쿄 긴자의 모리오카 서점을 벤치마킹했다. 모리오카 서점은 이 주의 책과 관련된 주제로 각종 전시회를 열지만 림은 조금 다르다. 이 대표는 서점을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문화 살롱’”이라고 정의했다.

“함께 좋아하는 책을 읽는 공간이 될 수도 있고, 영화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모일 수도 있죠. 이 공간이 문화 활동의 기반이 되는 ‘문화 플랫폼’ 역할을 하기를 바랍니다.”

왜 책을 한 달에 한 종류만 팔까. 황 대표는 “한 달에 수백권의 신간이 쏟아지는 요즘, 한 권이라도 깊게 읽는 풍토가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출판인이나 편집자가 되고 싶었던 그는 “편집자가 될 수 없다면 출판된 책 중 좋은 책을 골라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싶었다”며 “여러 권을 한꺼번에 소개하는 것보다 한 권에 집중하길 원했다”고 설명했다.

림은 ‘이달의 책’을 선정하기 전 ‘이달의 주제’를 먼저 정한다. 4월의 책이 《416 단원고 약전: 짧은, 그리고 영원한》인 이유다. ‘약전’은 간략한 전기란 뜻. 대통령 선거부터 어버이날, 어린이날 등이 모여 있는 5월의 책은 최정운 서울대 교수의 《한국인의 탄생》으로 정했다. 근대 이전과 이후의 소설을 통해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해 설명하는 책이다. 이 대표는 “세월호 사건부터 한국의 가족주의, 세대 간 갈등 등을 이야기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달간 책 한 권에만 집중하는 만큼 다양한 ‘책 읽기 방식’을 활용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이달의 책으로 삼았던 지난 3월엔 정신분석가인 이 대표가 직접 꿈의 해석 강독 강좌를 열었다. 지난 6일엔 약전 작가를 초대해 책을 쓰게 된 과정과 책에 담지 못한 이야기를 나눴다. 오는 27일엔 세월호 유가족과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다음달엔 한국인의 정체성을 주제로 한 영화를 1주일에 한 편씩 상영할 예정이다. 그래서 공간도 비좁지 않다. 한 종류만 파는 서점인데도 60㎡는 된다.

사양산업인 출판 시장에서 책 한 종류만 파는 동네 서점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비밀은 회원제에 있다. 일일회원은 하루 5000원만 내면 서점 공간을 이용하고 커피나 차를 즐길 수 있다. 보통회원(한 달에 3만원)과 한달회원(12만원)에 가입하면 각종 강독 프로그램비(회당 2만원)를 할인받을 수 있다. 이 대표는 “3월엔 책이 40여권 팔리면서 수익이 났다”며 “책을 팔면서 각종 강독 프로그램과 정기 회원을 많이 확보해 서점을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숙제가 아직 남아 있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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