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재정연구원 보고서
나라 곳간이 넉넉하다고 세금을 깎아주거나 재정을 펑펑 쓰는 ‘선심성 정책’을 경계해야 한다는 국책연구원의 지적이 나왔다. 경기 호황으로 세금이 쌓였을 때 재정을 아꼈다가 불황기에 집중 투입해 경기를 살리는 정책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승문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7일 재정포럼 4월호에 실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별 재정정책의 경기대응성 추정 및 영향분석’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최 연구위원은 “많은 국가들이 경기 호황 때 늘어난 세수를 아껴두지 않고 선심성 지출, 감세 등으로 즉시 소진했다”며 “하지만 이런 국가들은 불황기에 재정 여력이 부족해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펼치지 못하는 문제에 봉착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선심성 재정 정책을 ‘경기순응적 재정 정책’이라고 이름 지었다.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는 경기순응적 재정 정책을 쓴 대표적인 국가로 꼽혔다. 이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권 부실, 국가부채 급증 등의 경제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경기가 어려워졌을 때 재정 정책으로 적극 대처하지 못했다.
최 연구위원은 “경기 호황 때 정부지출을 줄여 재정 여력을 쌓아두고, 경기 불황 땐 정부지출을 늘리고 세금을 줄여 경기를 부양하는 ‘경기대응적 재정 정책’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기대응적 재정 정책은 경기변동성을 줄여 경기를 안정화하고 경제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국가채무 증가세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위원은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미국 일본 등과 함께 비교적 경기대응적 재정 정책을 펼쳐 온 국가”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급격한 저출산, 고령화로 복지지출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재정 여력을 더 쌓아둘 필요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최 연구위원은 “의무지출 증가로 국가채무가 커지는 상황에서도 재정 정책의 경기 대응능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경기가 호황이고 세금이 잘 걷힐 때 재정을 아껴둬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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