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철의 논점과 관점]

'147·805 법칙'을 아십니까

입력 2017-04-18 18:29 수정 2017-04-19 02:27

지면 지면정보

2017-04-19A38면

김태철 논설위원 synergy@hankyung.com
성공학(成功學) 강의에서 가끔 언급되는 ‘147·805 법칙’이란 게 있다. 토머스 에디슨은 전구를 발명하기까지 147번을, 라이트 형제는 비행에 성공하기까지 805번을 실패했다는 것에서 유래했다. 실패가 성공에 이르는 값진 자산이란 의미에서 ‘실패의 성공 법칙’이라고 불린다.

앤절라 더크워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심리학과 교수는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으로 집념을 꼽는다. 그의 저서 《그릿(Grit)》에서 ‘끝까지 해내는 힘’을 성공 인자(因子)라고 했다. 고종문 한국경제예측연구소 회장의 《성공의 기술》은 성공에 가려진 치열한 이면(裏面)을 소개하고 있다. “대하소설 《뿌리》의 저자 알렉스 헤일리는 출판사를 4년이나 찾아 다녔다. 《내 영혼의 닭고기 수프》의 작가 잭 캔필드는 33개 출판사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세계적인 가수 다이애나 로스는 9집 앨범이 나오기 전까지 히트곡을 하나도 내지 못했다.”

실패는 성공에 이르는 값진 자산

기업인 한 명의 집념이 업계 판도를 확 바꾸곤 한다. 국내에선 10여년 사이 각 분야에서 숱한 실패를 이겨낸 기업인들이 등장해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세계적인 LED(발광다이오드) 기업인 서울반도체의 이정훈 대표는 자칭 ‘에디슨 신봉자’다. K마트 등 글로벌 기업과 50여차례 특허 소송을 벌여 전승을 거뒀다. 그는 수만 번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기술 개발에 매달렸다. 1만3000여개 특허를 쌓았고 개인 특허도 약 4000개를 보유 중이다. 2013년 ‘매출 1조원 클럽’에 가입한 이 회사는 매출의 10%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 국내 중소·중견기업 평균의 약 10배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차세대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해 고민하는 우리 경제에 ‘K-바이오’ 희망을 던졌다. 이름도 낯설던 바이오시밀러(항체의약품 복제약) 개발에 매달리느라 한때 ‘사기꾼’ 소리까지 들었지만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신기록을 작성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3대 바이오 복제약인 ‘램시마(관절염 치료제)’ ‘허쥬마(항암·항체 치료제)’ ‘트룩시마(항암·항체 치료제)’를 가장 먼저 개발했다.

설 땅 좁아지는 '집념의 승부사'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은 신약 개발 가능성을 열었다. 2010년부터 연평균 1000억원을 R&D에 쏟아부었다. 적자가 나고, 개발 속도가 더뎌도 매출의 10~15%를 R&D에 투자한다는 원칙을 굳게 지켰다. 그 결과 한미약품은 2015년 사노피 일라이 릴리 등 글로벌 제약사들과 8조원대 신약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다. 제약업계에 “우리도 (신약 개발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보호무역주의와 높아지는 특허 장벽 등으로 기업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지만 정치권은 역주행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 투표를 앞둔 정치권은 말로는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면서도 행동은 딴판이다.

유력 후보들은 신(新)산업 진입 규제, 경영상 해고요건 강화 등 시장경제와 자율경영에 어긋나는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반(反)기업 정서에 편승해 침대에 맞춰 다리를 자르거나 늘리는 그리스·로마신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식의 규제를 양산할 태세다. 규제는 실패를 감수하고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을 퇴색시킨다. 선거만 치르고 나면 더 심해지는 반기업 정서 탓에 산업의 지평을 여는 ‘집념의 승부사’들의 설 땅이 더 좁아지고, 새로운 이들의 등장도 어려워질까 우려된다.

김태철 논설위원 synergy@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