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시골 처녀가 최고의 디바(여가수)로 성장한다. 동료 간 우애로 갈등을 극복하고, 예술가의 자존심으로 상품화에 맞서 싸워 승리한다…. 통속극의 전형적인 줄거리다. 오늘날 이런 내용으로 신작을 내놓는다면 ‘진부하다’는 비난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화려한 무대 효과와 배우의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이런 통속성을 상쇄하고 감동을 선사하는 뮤지컬이 있다. 1981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뒤 40년 가까이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는 ‘드림걸즈’(사진)다.

지난 4일부터 서울 잠실동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드림걸즈’는 1980년대 감성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무대다. 제작사 오디컴퍼니가 브로드웨이에서 직접 오디션을 통해 뽑은 흑인 배우들이 무대에 오른다. 2009년과 2014년 두 차례 한국어 라이선스 공연으로 무대에 오른 이 작품을 브로드웨이 현지 캐스팅으로 국내에서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연장에 들어서니 아직 시작 전인데도 무대 조명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커튼 위에 띄엄띄엄 파란색 조명을 설치해 밤하늘에 별이 떠 있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했다. 공연은 가수를 꿈꾸는 에피, 디나, 로렐 등 세 소녀가 3인조 보컬 그룹 ‘드림스’를 결성해 활동하는 얘기를 그린다.

공연의 백미는 에피 역할을 맡은 브리 잭슨과 브릿 웨스트 등 주연 배우들의 압도적인 가창력이다. 리듬앤드블루스(R&B), 재즈, 블루스 등 이 작품에 흐르는 흑인 음악의 감성이 무대에서 제대로 살아난다. 화려하고 알찬 무대 구성도 눈과 귀를 시종일관 즐겁게 한다. 배역에 맞는 적절한 캐스팅으로 제 옷을 입은 듯한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만족도를 높인다.

공연 대사는 물론 영어다. 관객들은 무대 양옆에 달린 모니터에 나오는 한글 자막을 봐야 한다.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모니터를 힐끗힐끗 보다 보면 배우의 연기에 완전히 몰입할 수 없다는 것은 단점이다. 앞 좌석일수록 자막을 보기가 더 어렵다. 공연은 오는 6월25일까지, 6만~14만원.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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