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병훈 문화부 기자 hun@hankyung.com
‘중국 베이징에서 대한민국예술원 미술전 개최. 한·중 수교 25주년 및 주중 한국문화원 개원 10주년 기념.’

17일 오전 문화체육관광부가 보내온 보도자료를 보고 기자는 순간 어리둥절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한·중 관계가 꽁꽁 얼어붙었는데 미술전이 열리다니….’ 순수예술 분야에서도 소프라노 조수미,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의 중국 내 단독 공연이 취소되고, 발레리나 김지영 씨의 상하이발레단 협연 초청이 물건너가는 등 홍역을 치렀다. 그런데도 한국 대표 화가 17명의 미술작품 41점이 전시된다니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다시 내용을 차분히 살폈다. 뜻밖에도 전시 공간이 베이징 시내 이름 있는 갤러리나 문화 공간이 아니라 ‘주중 한국문화원’이었다. 주중 한국대사관의 소속 기관에서 한국 작가 작품으로만 개최하다 보니 전시가 가능했다는 얘기다. 이번 행사가 ‘사드 불똥’을 피해갈 수 있었던 이유다.
대한민국예술원 사무국과 주중 한국문화원은 당초 중국 측과 양국 미술품 교류전을 추진했다. 주중 한국문화원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주한 중국문화원과 교류전 개최 논의를 진행하며 필요한 자료를 전달했는데 이후 답신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예술원 사무국 관계자는 “올 들어 사드 문제로 양국 관계가 경색되면서 교류전 얘기가 쏙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비록 한국 작품만 전시하는 행사지만 양국 문화교류와 협력의 장(場)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과연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든다. 중국 예술계 인사들이나 문화애호가들, 일반 시민이 베이징 한국 공관(주중 한국문화원)의 문턱을 넘어올까 의구심이 든다. ‘중국 정부 관계자들이 감시의 눈으로 그 현관문을 주시하지 않을까’라는 생각까지 뻗어간다.

예술원의 난처한 입장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사정이라면 양국 관계가 개선될 때까지 행사 일정을 미루는 게 순리에 맞지 않을까. 전시회장에 중국 사람은 없고 우리 동포들만 오가면 양국 문화교류에 어떤 이바지를 하겠는가. ‘한·중 수교 25주년 기념’이라는 행사 취지가 무색해진다.

양병훈 문화부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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