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들이 너도나도 ‘4차 산업혁명’을 들고나오자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사업의 대선공약화 작업에 발 벗고 나선 양상이다. 대선국면을 이용해 4차 산업혁명 예산을 자기 지역에 더 많이 끌어오겠다는 계산이다. 대선후보는 대선후보대로 표를 노리며 지역사업을 앞다퉈 공약으로 채택하겠다는 약속을 남발하고 있다. 이번엔 4차 산업혁명발(發) 지역센터가 곳곳에 우후죽순 들어서게 생겼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4차 산업혁명이란 포장만 바뀌었을 뿐 지역사업의 내용은 달라진 게 없다. 대전시는 ‘4차 산업혁명 특별시’, 광주시는 ‘인공지능 중심 창업단지 조성’, 경상북도는 ‘인공지능 기반 미래형 공장’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이에 뒤질세라 부산시는 ‘센텀2지구 4차 산업혁명 선도지구 조성’, 경상남도는 ‘로봇 클러스터’, 대구시는 ‘로봇혁신센터’를 들고나왔다. 사업마다 단지나 클러스터, 센터들로 가득찼다. 다른 지자체도 같은 작업을 하고 있어 전국에 유사·중복사업이 넘쳐날 판국이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외치며 지자체마다 세운 창조경제혁신센터만 해도 그렇다. 기존에 들어선 지역센터와 중복된다는 지적을 들은체만체하더니 결국 최순실 사태에 휘말리면서 길을 잃고 말았다. 지금도 정권마다 세운 온갖 지역거점들로 전국이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창업보육센터, 테크노파크, 특화센터, 혁신센터, 혁신클러스터, 연구개발특구, 혁신도시에 창조경제혁신센터까지 더해진 마당이다. 여기에 지역 대학에 설치된 지원센터, 정부출연연구소 지역분원까지 합치면 3000곳을 훌쩍 넘길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그럼에도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지역거점 타령이니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 아닌가.

무슨 혁명이나 혁신이라는 말이 나오기 무섭게 뚜렷한 목표도 없이 무조건 집부터 지으려 하니 이런 일이 생긴다. 허름하기 짝이 없는 창고에서 시작한 혁신이 오늘의 미국 실리콘밸리를 일궜다. 더구나 4차 산업혁명은 부동산 게임이 아니다. 소프트웨어, 콘텐츠, 창의적 인재 등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이 더 중요하다. 한국은 언제까지 간판 달기나 건물 짓기로 날을 지새워야 하나.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