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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아라 기자 ] 전공에 관계없이 신입생을 선발해 입학 후 자신이 원하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통합선발' 제도가 가속화하면서 학내 갈등이 잇따르고 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전공 만족도를 높이고 효과적으로 진로를 설계하기 위해 통합선발을 도입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학생과 교수들은 인기학과 쏠림현상 등 부작용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전공선택의 자유를 내건 자연스러운 '학과 구조조정'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19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중앙대는 2018학년도 정시 전형부터 학과별 모집이 아닌 단과대 모집단위로 학생들을 선발하는 '전공개방제'를 도입키로 했다. 공대·창의ICT공대·생명공학대 등의 단과대는 신입생 20% 내 범위에서 학과별 선발인원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하는 내용. 2019년에 다른 단과대까지 확대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앞서 이화여대 역시 2018학년도 입시부터 정시 입학생 전원을 자유전공으로 선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이화여대 신입생들은 의대, 사범대 등 일부를 제외하고 문·이과 구분 없이 41개 전공 중 원하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일단 학과별 정원 제한도 두지 않기로 했다.

국내 대학에서 학과별 모집이 아닌 광역모집제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제도는 5.31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지난 1995년 도입된 바 있다. 학부제는 학생들에게 폭넓은 전공교육과 전공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시행됐다.

하지만 비인기학과 기피현상, 전공교육 약화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 이에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는 모집단위를 학부 또는 여러 개의 학과로 정하도록 한 의무규정을 없애고 대학 자율에 맡겼다.

최근 대학가에서 추진하는 신입생 선발안은 학내 구성원 간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학생이 전공을 선택하는 시스템에서 수요가 없는 학과는 자연스럽게 폐지 수순을 밟을 수 있어서다. 결과적으로 비인기학과를 구조조정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중앙대의 전공개방제가 학내에서 갈등을 빚는 것은 구조조정 속도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중앙대는 두산그룹에 인수된 후 2010년 18개 단과대 77개 학과를 10개 단과돼 46개 학과로 통폐합했다. 2013년에는 비교민속·아동복지·가족복지·청소년학과를 폐지하면서 '기업식 구조조정'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게다가 2015년에는 학과제를 전면 폐지하고 단과대별로 신입생을 모집한다는 내용의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미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당시 중앙대 교수와 학생들은 이 개편안에 비인기학과로 분류되는 기초학문 등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반발했다.

이번에 발표된 전공개방제 역시 비슷한 맥락이라 학내 갈등이 격화된 것으로 보인다. 폐과될 경우 교수는 자리를 잃고 학생들도 진로 결정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추진 과정에서의 소통 부족도 반대 이유로 들었다.

전공개방제에 따른 각종 부작용도 제기됐다. 학생들은 "이미 지난해 광역모집 실시로 인기 학과에 학생들이 몰려 '콩나물 강의실'이 늘어났다"면서 백지화를 요구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학사구조 개편 입장을 고수했다. 중앙대 관계자는 "학생들의 전공선택권을 유연화하는 게 전공개방제의 주된 목적"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중앙대 학내 갈등에 대해 그동안 누적된 피로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 소재 A대학 관계자는 "유독 중앙대가 이슈화된 것은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을 계기로 지속적으로 학내 갈등을 겪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비슷한 선발방식을 택한 다른 대학들의 경우 제도적 보완을 통해 갈등을 예방하고 있다.

지난 2005년 학부대학을 신설하고 인문과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계열 단위로 학생을 선발하는 성균관대의 경우 비인기학과나 기초학문을 보호하기 위해 수시에서 '전공예약제'를 실시한다. 앞서 2002년 광역모집에서 대부분 학과모집으로 전환한 서울대도 인문·사회과학대(현재 인문대만 적용)의 광역모집을 유지하는 대신 2012년 전공예약제를 도입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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