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록의 안시현 꺾고 KLPGA 삼천리투게더오픈 우승

88CC서 연습해 온 꿈나무, 홈그라운드서 데뷔 첫승
3차 연장전서 천금의 버디, '엄마 골퍼' 제친 강심장
19세 대형 신인 등장 알려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한 19살 ‘슈퍼 루키’ 박민지가 삼천리투게더오픈 대회가 열린 16일 경기 용인 88CC 2번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박민지는 이날 세 차례 연장 접전 끝에 베테랑 안시현을 꺾고 데뷔 두 번째 대회 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KLPGA 제공

막판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각축전이었다. 노련함의 안시현(33·골든블루), 패기의 박결(21·삼일제약), ‘젊은 피’ 박민지(19·NH투자증권)가 우승컵을 놓고 1타 차 살얼음 승부를 이어갔다. 16일 경기 용인 88CC(파72·6583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삼천리 투게더오픈(총상금 9억원) 최종 4라운드가 그 무대였다. 총 세 번의 연장 접전 끝에 우승컵을 차지한 선수는 ‘슈퍼 루키’ 박민지였다.

전반에는 ‘엄마 골퍼’ 안시현과 국가대표 출신인 루키 박민지의 2파전이었다. 전날 3라운드까지 중간 합계 9언더파 207타를 기록한 두 선수는 이날도 각축전을 벌였다. 분위기는 달랐다. 박민지가 홀마다 냉온탕을 오간 반면 안시현은 전반 내내 차분한 경기 흐름을 보였다. 박민지는 1, 2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았지만 3, 4번홀에서 보기를 적어내는 등 전반에 버디 4개, 보기 3개를 기록했다. 안시현은 전반 9개 홀에서 모두 파를 잡으며 확실한 기회를 노렸다. 안시현은 이후 10번홀(파5)에서 버디를 낚으며 선두 경쟁을 이어갔다.

두 선수가 공동 선두 자리에서 경쟁을 이어갈 때 박결은 착실히 타수를 줄이며 추격해왔다. 이날 5언더파 공동 4위로 출발한 박결은 전반에 보기 없이 버디만 3개를 잡은 뒤 후반에 12, 13, 14번홀 3개 홀 연속 버디를 잡으며 선두로 뛰어올랐다. 박결은 송곳 같은 아이언 샷으로 공을 컵 바로 옆에 붙여 ‘버디 트레인’을 완성했다. 13번홀(파3)에서 안시현이 더블보기, 박민지가 보기를 범한 틈을 타 한 홀 앞서 경기를 하던 박결이 11언더파로 단독 선두에 올랐다.

박결의 패기에 맞서 안시현도 밀리지 않았다. 더블보기로 인해 9언더파 단독 3위로 밀렸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안시현은 이어진 14번홀(파4), 15번홀(파3)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며 11언더파 공동선두 자리에 복귀했다. 안시현과 박결의 공동선두는 18번홀(파5)까지 이어졌다. 박결이 남은 홀을 모두 파로 마무리하며 경기를 마쳤다. 이어 그린에 올라선 안시현이 4m 남짓한 버디 퍼팅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실패, 파로 경기를 마쳤다. 여기에 10언더파로 18번홀까지 경기를 끌고 온 박민지가 마지막 2.5m짜리 버디 퍼팅에 성공하며 선두 세 명이 모두 11언더파 277타를 기록, 연장전에 돌입했다.
첫 번째 연장전에선 안시현과 박민지가 각각 1m, 2m짜리 버디 퍼팅을 성공시켰다. 박결은 파를 기록하며 우승 경쟁에서 내려왔다. 두 번째 연장전에서 나란히 파를 기록한 안시현과 박민지는 세 번째 연장전에 들어갔다. 세 번째 연장전에서 승부가 갈렸다. 안시현이 세 번째 샷을 그린 가장자리에 올려 파에 그친 반면, 박민지는 침착하게 3m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올 시즌 세 번째 챔피언이 됐다.

박민지는 1984년 LA올림픽 핸드볼 은메달리스트 김옥자 씨의 딸이다. 키가 159㎝로 작은 편이지만 시원한 드라이버 샷을 날리는 파워 히터다. 어머니의 지도 아래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근육 트레이닝을 시작한 덕분이다. 지난해 세계 팀 아마추어 챔피언십 단체전 우승으로 KLPGA 투어 정회원 자격을 얻었고, 시드 순위전 본선에서 8위로 KLPGA 투어에 뛰어들었다. 88CC의 지원을 받은 명예 꿈나무로 대회 장소와도 인연이 있는 박민지는 자신의 홈그라운드에서 올 시즌 세 번째 출전 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슈퍼 루키’의 등장을 알렸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