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바뀌어도 금융업 본질은 '고객과의 의리'
기회 오면 큰 증권사 인수해 종합금융그룹 도약
대구은행 크진 않지만 모바일뱅킹에선 선두
베트남 사무소 지점 승격 추진…중소기업 지원 강화

박인규 DGB금융 회장 겸 대구은행장은 16일 대구은행 제2본점에서 “50년 내에 대구은행이 세계 100대 은행으로 발돋움하도록 초석을 놓겠다”고 말했다. 대구은행 제공

오는 10월 창립 50주년을 맞는 대구은행은 국내 은행 가운데 농협은행과 기업은행 등 특수은행을 제외하면 가장 오랫동안 살아남은 은행이다. 상당수 은행이 외환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인수합병됐지만 대구은행은 고유의 경쟁력으로 자력 생존했다. 2011년에는 DGB금융의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했다. 16일 대구 칠성동 대구은행 제2본점에서 박인규 DGB금융 회장 겸 대구은행장(63)을 만났다. 그는 지난달 24일 DGB금융 회장 겸 대구은행장 연임이 확정됐다. 박 회장은 “새로운 DGB금융 50년의 초석을 놓겠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과 정보기술(IT)이 융합되는 핀테크(금융+기술) 시대에도 고객과의 신뢰를 지키는 금융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이 같은 본질을 묵묵히 지켜나간다면 50년 뒤에는 글로벌 100대 은행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 3년간 어땠습니까.

“회장이 된 뒤 적어도 1000건의 회의와 행사에 얼굴을 내비쳤습니다. 많을 때는 하루에 4~5건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취임 후 1년 동안은 전국 약 330개 계열사 영업점을 모두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천성적으로 가만히 앉아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

▷3년간 기억에 남은 성과는 무엇인가요.

“취임 후 1년 만에 유상증자에 성공했죠. 이를 바탕으로 우리아비바생명과 LS자산운용을 인수했어요. 지금의 DGB생명과 DGB자산운용이죠. 대구은행도 자산을 많이 늘렸습니다. DGB금융그룹 총자산은 지난 3년간 48.6%, 총이익은 23.8% 늘어났습니다. 금융감독원으로부터 10년 연속 금융소비자보호 최우수 은행에 선정된 것도 무엇보다 자랑하고 싶은 성과입니다.”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유상증자할 때 기존 주주들의 반대가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15년 동안 자본금을 한 번도 안 늘린 상태에서 새 사업을 하기 어려워 반드시 증자를 해야만 했습니다. 주주를 한 명 한 명 찾아다니며 그룹을 키우겠다고 설득한 끝에 3153억원 증자에 성공했습니다.”

▷금융지주 내 대구은행의 비중이 여전히 높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때문에 비은행 계열사를 키우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비은행 계열사에서도 우수 직원을 선발해 단기 해외 연수를 보내주고 있습니다. DGB생명은 인수 후 서울 서대문 본사에 찾아가 직원들을 만나는 등 공을 들인 끝에 인수 첫해 흑자로 전환했죠. DGB캐피탈은 해외 진출에 나서 라오스에 자동차할부금융 현지법인을 설립했습니다.”

▷추가 인수합병을 할 계획이 있습니까.

“명실상부한 종합금융그룹으로 올라서려면 증권회사도 필요합니다. 증권사는 은행 창구에서 상품을 팔 수 있는 자산운용사나 보험사와 달리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곳을 인수해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현재는 적당한 매물이 보이지 않지만 기회가 생기면 인수를 추진할 예정입니다.”

▷국내 영업망 확대 계획이 있는지요.

“서울에는 오프라인 영업점이 포화상태라 진출을 자제하고, 부산·경남과 경기지역을 중심으로 영업망 확대를 추진 중입니다. 대구은행이 부산·경남지역에 10개 점포를 운영 중이고 경기에서 반월·시화공단지점에 이어 지난해 화성지점을 개점했습니다. 오프라인 영업망은 중소기업공단 기업영업 점포를 중심으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다른 지방은행은 활발하게 수도권에 진출합니다.

“대구은행은 영업 전략이 다릅니다. 개인금융은 상당 부분 모바일이나 인터넷으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은행 직원들이 직접 해야 하는 중소기업 금융에 오프라인 역량을 집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단 지역 위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해외진출 계획은 없습니까.

“대구은행 베트남사무소의 지점 승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해외 진출은 50년간의 중소기업 금융 노하우를 살려 현지에 진출한 한국 중소기업에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역점을 둘 방침입니다.”

▷개인고객 확대 전략은 무엇인가요.

“시간과 공간 제약이 없는 인터넷과 모바일을 영업 채널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대구은행은 2015년 이미 ‘아이엠 뱅크’라는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선보였어요. 인터넷은행 얘기가 나왔을 때 담당 직원들을 일본 영국 미국 등 금융 선진국으로 보냈습니다. 앉아서 인터넷이나 책으로 보고 판단하지 말고 핀테크 선진국에 가서 분위기를 보고 서비스를 개발한 사람과 면담도 한 뒤 결정하게 해서 전폭적으로 밀어줬습니다.”

▷비대면 영업 전략을 선택한 계기가 있습니까.

“마지막 결정을 하기 전에 직접 영국에 갔습니다. 바클레이즈은행을 방문해 온라인 채널 관계자를 만나 얘기를 들어 보니 그들도 우리 직원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비로소 확신이 생겨 영업 전략에 적용했습니다.”

▷비대면 채널에서 역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지난 2월 인터넷뱅킹 홈페이지를 개인별 맞춤 화면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새롭게 단장했습니다. 모바일에선 국내 은행권 최초로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고 관련 서류 제출과 부동산 등기까지 스마트폰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모바일뱅킹에 빠른 대응을 한 비결은 무엇입니까.

“대구은행이 만만한 은행이 아닙니다. 1990년대 초반에 플라스틱 현금카드를 처음 도입했고 1990년대 중반 ‘파랑새 폰뱅킹’과 인터넷뱅킹도 선제 도입했어요. 변화를 빠르게 수용해야 한다는 것을 직원들이 경험을 통해 알고 있으며, 젊은 행원들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밝힙니다. ‘독도사이버지점’도 창구 직원의 아이디어로 도입했습니다.”

▷모바일 시대에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요.

“모바일 시대는 고객과 만나는 채널이 바뀐 것이지 업(業)의 본질이 변하는 게 아닙니다. 고객과의 신뢰가 가장 중요해요. 은행원으로서 자존심을 지키는 일도 중요합니다. 실적을 조금 못 내는 것은 이해해 주지만 인사청탁을 하거나 외부에서 온 업무상 청탁을 들어주다 적발되면 엄벌합니다.”

▷원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사람이 건강을 잃으면 다 잃었다고 하듯이 금융사는 망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인터넷뱅킹 시대라고 금융회사가 안 망하는 게 아니에요. 금융의 안전장치인 원칙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고객과의 동반자 관계를 강조하는 이유가 있나요.

“대구은행도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 위태로운 상황을 맞았습니다.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유상증자를 해야 했는데 당시 투자를 해줄 기관도 없었고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심정이었습니다. 주식 공모 가격도 시가보다 네 배 이상 비싼 액면가(5000원)로 했습니다. 지역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청약에 가세한 덕분에 위기를 넘길 수 있었어요. ‘비 올 때 우산 뺏지 않는 금융’을 실천해 신뢰를 잃지 않았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50년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대구은행이 반세기 내 글로벌 100대 은행에 들 수 있도록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올해 초 ‘붕정만리(鵬程萬里: 큰 새가 만 리를 간다)’를 경영 목표 슬로건으로 정했습니다.”
■ 박인규 회장은

박인규 DGB금융그룹 회장 겸 대구은행장은 2014년 회장으로 취임한 직후 스스로에게 ‘미스터 점프(Mr. jump)’라는 별명을 붙였다. 어떤 어려움도 뛰어넘겠다는 다짐과 끊임없이 현장을 뛰어다니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1979년 행원으로 입사해 38년째 대구은행에 몸담고 있다. 서울영업부장과 경북1영업본부장 등 영업조직을 맡았을 때 뛰어난 실적을 올렸다. 이 때문에 DGB금융그룹 안팎에서 ‘영업의 달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는 솔선수범하면서도 직원의 자율성을 존중해 조직의 사기를 높인 게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회장 1기 동안 315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성공시키고 우리아비바생명과 LS자산운용을 인수해 DGB생명과 DGB자산운용으로 탈바꿈시켰다.

△1954년 경북 경산 출생
△1972년 대구상고 졸업
△1977년 영남대 무역학과 졸업
△1979년 대구은행 입행
△2006년 서울영업부장
△2007년 경북1영업본부장
△2010년 마케팅그룹장(부행장)
△2012년 대경TMS 대표이사
△2014년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

대구=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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