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P플랜 긴급회의 소집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해법이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최대 사채권자인 국민연금이 지난 14일 밤늦게까지 채무재조정안에 동의하지 않은데다 금융당국은 16일 초단기 법정관리(P플랜)준비를 위한 긴급회의를 소집해서다. 금융권에선 16일께 국민연금과 산업은행이 대타협을 이뤄 대우조선이 자율적 구조조정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채무재조정안을 결국 거부해 대우조선이 P플랜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는 분위기다.

국민연금 14일 오전엔 “합의점 찾았다”

국민연금은 14일 오전 11시가 약간 넘은 시간에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했다.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이 산은측과 만나 협상에 임했으며, 강 본부장이 “상호간에 합의점을 찾았다”고 말했다는 것이 보도참고자료의 골자다.

이제까지 정부와 산은이 국민연금 등 사채권자에 요구한 것은 ‘대우조선 회사채의 50%는 출자전환, 나머지 50%는 3년 상환유예’였다. 이에대해 국민연금은 대주주, 즉 산은이 좀 더 책임지는 대신 국민연금 손실을 줄여달라고 요구했다. 국책은행의 추가 감자, 4월 만기도래 회사채에 대해선 우선 상환 등이었다. 이에대해 산은은 ‘노’를 했고 대신 3년 유예하는 회사채에 대해선 상환을 책임지겠다고 했다. 이에 국민연금은 상환유예 대우조선 회사채에 대해선 손실이 없는만큼 큰 틀에서 채무재조정안을 수용하고, ‘손실 최소화 원칙‘에 따라 실무자 협상에 나섰다.

14일 밤 10시께 실무 협상 중단

국민연금과 산은의 실무자 간 협상은 이어졌다. 산은은 별도 관리하는 에스크로 계좌를 제안했다. 대우조선 회사채 만기가 다가오면 미리 자금을 넣어둬 국민연금 등 사채권자가 안전하게 찾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에스크로 계좌는 출금이 제한되는 계좌로 회사채 원리금을 갚을 돈을 대우조선이 다른 곳에 쓰지 못하도록 떼어 놓겠다는 일종의 상환 보장 장치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에스크로 계좌 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봤다. 좀 더 확실한 장치를 요구했다. 이를 위해 산은에 자체 마련한 확약서 안을 보냈다. 국민연금이 제시한 확약서에는 회사채 상환 보증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회사채 상환 보증은 그동안 산은 측이 수용하기 어렵다고 했던 대목. 회사채 상환 보증을 하면 대우조선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 청산이 되더라도 산은과 수출입은행이 국민연금을 비롯한 사채권자들에게 회사채를 갚아줘야 한다.

산은 측은 국민연금이 보낸 문서를 받고 당혹스러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요구는 무담보채권을 보증채권으로 바꿔달라는 것인데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채권자의 회사채에 대해 완전한 상환을 보장해달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덧붙였다. 양측은 협상에서 더 이상 진척을 이루지 못했다. 15~16일 주말동안 다시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

금융당국, P플랜 준비회의라는 최후 카드 마련

금융위원회는 14일 밤 11시가 넘어 P플랜 준비를 위한 회의를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회의는 16일 열린다. 산은, 수출입은행은 물론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까지 참석키로 했다. 회의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주재하기로 했다.

금융계는 이를 금융위가 국민연금에 보내는 최후통첩이라고 보고 있다. 17~18일 사채권자 집회가 열리기 전에 국민연금이 방침을 정해야 하는데 이에 맞춰 P플랜 준비회의를 열어 ‘국민연금은 이래도 맞설 것이냐’는 메시지를 보내겠다는 것이다. 금융위의 설명대로라면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채무재조정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손실 최소화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P플랜에 들어가면 회사채의 90%를 손실처리하겠다는 것이 금융위의 계산이다.
국민연금 결단만 남아

이제 주말동안 국민연금과 산은의 줄다리기 협상, 그리고 국민연금의 결단만 남았다. 국민연금이 14일까지 쓴 것은 일종의 ‘벼랑끝 전술’이었다. 그래서 성과도 얻었다. 상환유예 회사채에 대한 ‘산은의 상환 보장’이다. 하지만 이제 더이상 쓸 것도 없다. 더 얻어내려다 ‘P플랜 준비회의’라는 초강수만 얻어맞았다.

만약 국민연금이 끝까지 거부해 대우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국민연금은 스스로 ‘손실 최소화 원칙을 저버리는 것이다. 자율 구조조정 때는 그래도 투자금의 50%는 건질 가능성이 높다(50% 출자전환 주식은 가치가 거의 없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P플랜에 들어가면 90%를 날린다.

조선업이나 국가경제에 대한 무책임한 자세 등등은 차후 이슈다. 국민연금이 16일 투자위원회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전 경제계가 지켜보고 있다.

박준동/정지은/이지훈 기자 jdpow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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