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디즈니 인수설' 솔솔

콘텐츠 공들이는 애플
디즈니 엔터테인먼트와 결합하면 넷플릭스·유튜브 뛰어넘는 시너지
인수가만 2370억달러…합병땐 '꿈의 시총' 1조달러 달성
"월가의 기대일 뿐…논의 없어"
‘아이폰과 미키마우스가 하나로?’

애플이 디즈니를 인수해 사상 최대 기술·미디어제국을 만든다는 메가딜 시나리오가 미국 월가에서 확산되고 있다. 아직은 증권사 추측에 불과하지만 애플이 콘텐츠·서비스사업 확대를 추진해온 만큼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자국 기업이 해외 유보금을 미국에 투자하면 법인세율을 35%에서 10%로 낮춰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어서 메가딜을 위한 환경도 조성되고 있다. 애플은 해외에 약 2000억달러에 달하는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상 첫 1조달러 기업 생기나

월가 투자은행인 RBC캐피털마켓은 13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투자자들이 애플의 디즈니 인수 방안을 3~6개월 전보다 심각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밋 다리아나니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디즈니를 인수하면 넷플릭스, 아마존, 유튜브 등을 단번에 뛰어넘어 콘텐츠 스트리밍 산업의 거인이 될 것”이라며 “사상 처음으로 ‘꿈의 시가총액 1조달러(약 1130조원)’에 등극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월가 전문 매체인 더스트리트는 “애플과 디즈니 합병설은 너무 매력적이어서 거부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평했다.

애플은 음악 콘텐츠(아이튠스)를 통해 아이팟, 아이폰 판매를 늘리는 전략을 써 대성공을 거뒀다. 디즈니를 사들이면 영화, 스포츠 등 영상콘텐츠에서도 같은 전략이 가능하다.

디즈니는 미키마우스뿐 아니라 미녀와 야수·토이스토리를 만든 픽사, 아이언맨 등 캐릭터를 가진 마블스튜디오, 스타워즈 영화를 제작한 루카스필름 등 최고의 스튜디오와 스포츠채널 ESPN을 두고 있다.

RBC 측은 AT&T가 타임워너 주식에 35% 프리미엄을 얹어 인수합병(M&A)를 추진 중인 것을 감안하면 디즈니엔 40% 프리미엄이 적당하다고 주장했다. 디즈니의 시가총액(13일)은 1790억달러다. 40% 프리미엄을 더하면 인수가가 2370억달러에 달한다. 다리아나니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40% 프리미엄을 줘도 합병 후 주당 순이익을 15~20%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은 그동안 아이폰 등 하드웨어사업 의존도를 줄이겠다고 밝혀왔다. 미디어 회사 인수 가능성도 시사했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때 “우리가 M&A를 한다면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략적 가치 때문일 것”이라며 “콘텐츠사업에 대해 많이 배우고 그 분야에서 역할하는 것을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애플은 작년 10월 AT&T가 타임워너를 854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하기 전 타임워너에도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터운 애플과 디즈니 관계
애플은 2380억달러의 현금 중 90% 이상을 아일랜드 등에 남겨놓고 있다. 이 돈을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에 쓰는 것보다 미국으로 가져와 M&A에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월가의 시각이다.

게다가 애플과 디즈니는 두터운 관계다. 애플 창업자인 고 스티브 잡스는 한때 디즈니에 합병된 픽사의 최대주주였으며, 부인 로렌 파월 잡스는 현재도 디즈니 지분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부터 디즈니를 이끌어온 로버트 아이거 디즈니 CEO는 6년 동안 애플 사외이사를 맡기도 했다.

다만 2000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M&A는 애플 스타일이 아니다. 진 뭔스터 루프벤처스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작은 회사를 사서 크게 키워왔다”고 말했다. 애플이 벌인 가장 큰 M&A는 2014년 고급 헤드폰업체 비츠를 22억달러에 인수한 것이다.

미 경제전문지 포천은 “월가가 이 메가딜을 선호할지 모르지만, 이 거래가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