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늘 지켜보고 있다"…그녀의 일상을 덮친 '몰카 공포'

입력 2017-04-15 09:05 수정 2017-04-15 09:05

지면 지면정보

2017-04-15A26면

몰카 범죄 해마다 급증
시계·나사 등 초소형 늘면서 집안·화장실·길거리 여성 표적
판매 시장도 연 30%씩 성장

탐지 산업도 날로 커져
원룸 몰카 탐지에 50만원 여성들 "비용 아깝지 않다"
정치인·기업 의뢰도 몰려
서울의 한 몰래카메라(몰카) 탐지업체에서 일하는 A팀장은 지난 2월 강남의 한 유흥주점으로 출동했다. 업소를 운영하는 B씨(35·여)는 “매장에 몰카가 있는 것 같다”며 “꼭 찾아달라”고 신신당부했다. A팀장은 먼저 천장이나 바닥, 벽면 등을 유심히 살폈다. 몰카는 발견되지 않았다. B씨는 “그럴 리 없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B씨는 헤어진 남자친구로부터 스토킹에 시달리고 있었다. B씨는 “전 남자친구가 매장에서 손님과 한 대화 내용까지 언급하면서 ‘어디서 꼬리치느냐’는 식의 문자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보낸다”고 털어놨다.

다시 수색에 들어간 A팀장은 카운터에 있는 결제(POS) 단말기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왼쪽 상단과 다른 부분의 색깔이 미묘하게 달랐다. 단말기를 뜯어보니 역시 초소형 카메라가 나왔다. A팀장은 “몰카의 성능뿐 아니라 숨기는 수법도 점점 고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몰카 범죄 5년 새 5배 이상 급증

14일 경찰청에 따르면 몰카 범죄 단속 건수는 2011년 1523건에서 2015년 7623건으로 크게 늘었다. 다른 사람 신체를 몰래 찍거나 그 촬영물을 유포하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기범 경찰청 성폭력대책계장은 “경찰에 적발되지 않은 것까지 합하면 실제 몰카 범죄는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적으로 찍은 영상을 거래하는 ‘몰카 거래’도 빈번히 일어난다.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몰카 영상 사고팝니다”와 같은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개인이 찍은 몰카 영상을 매입하는 불법 성인 사이트도 적지 않다. 흥신소에 특정인의 몰카 영상을 찍어달라고 의뢰하는 사례도 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흥신소에서 일하는 임모씨(31)는 “지난달 30대 남성이 찾아와 ‘좋아하는 여성의 화장실 몰카를 찍어달라’고 의뢰했다”며 “비슷한 의뢰가 종종 들어오지만 거절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12일 서울 종로 세운상가에서 “몰카를 사고 싶다”고 하자 유통상 C씨는 40만원대 대만산 시계형 몰카를 추천했다. C씨는 “볼펜형 몰카나 안경형 몰카는 이미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졌다”며 “시계형나사형 등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화질이 좋고 상대방에게 발각될 가능성도 낮다”고 장담했다.

업계에 따르면 몰카 판매 시장은 해마다 30%씩 성장하고 있다. C씨는 “주로 몰카를 찾는 사람들은 신고 포상금을 받으려는 ‘파파라치’들”이라며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에는 불법 단말기 보조금을 신고하는 ‘폰파라치’도 늘어 매출이 두 배 넘게 오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관련 산업도 해마다 50% 안팎 성장

초소형 몰카들

몰카를 두려워하는 건 여성뿐만이 아니다. 서울 성산동에 있는 몰카 및 도청장치 탐지업체 서연시큐리티에는 국가기관 정치인 기업체 등으로부터 다양한 의뢰가 들어온다. 손해영 서연시큐리티 팀장은 “2015년 한 대기업 강남사옥 탈의실에 하도급업체 직원이 몰카를 설치한 사건 이후 기업체 의뢰가 늘었다”며 “요즘은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도청 및 몰카 탐지를 함께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몰카 탐지 의뢰는 몰카가 이슈로 떠오를 때마다 급증한다. 지난달 31일 한 아이돌 그룹 팬 사인회에 안경 몰카를 쓰고 온 남성이 적발되면서 또다시 여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손 팀장은 “그 사건 전후로 여성의 몰카 탐지 상담이 평소보다 50%가량 늘었다”며 “지난해 한 남성 연예인이 성매매하는 장면을 찍힌 사건이 알려진 이후 남성의 상담 건수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얼마 전 자취방을 옮긴 장모씨(28)는 짐을 풀자마자 한 몰카 탐지업체에 탐지를 의뢰했다. 집안에 혹여 몰카가 있을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장씨는 “탐지 비용으로 50만원을 썼지만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몰카 탐지 장비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안전·보안용품 전문 쇼핑몰 아이다헌트는 26만원 상당의 휴대용 몰카 탐지기를 판매 중이다. 작년 월평균 200개였던 판매량이 올해 300개로 50% 늘었다.
몰카 판매규제법 청원 움직임도

현행법상 초소형 카메라 소지나 판매가 불법은 아니다. 연령에 제한 없이 누구나 돈만 내면 온·오프라인으로 초소형 카메라를 구입할 수 있다. 몰카 범죄를 막기 위해 초소형 카메라 판매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입법청원 사이트인 ‘국회톡톡’에 제안된 ‘몰카 금지법’에는 14일 현재 1만7000여명이 지지 서명을 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급증하는 몰카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법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입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이전에도 관련 논의가 있었지만 사전 판매 규제는 쉽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카메라가 작아지는 건 과학기술 발전에 의한 것이라 초소형 몰카 자체를 불법으로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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