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은 13일(현지시간) 투자자들에게 배포한 보고서에서 트럼프 정부의 정책초점이 예상과 달리 대외정책으로 급격히 선회했다고 분석했다. JP모건은 이로 인해 향후 2~3주간 지정학적 긴장고조에 따른 테일리스크가 초래될 수 있다며 투자자들에게 신중한 접근을 권고했다.

◆국내정책 실패가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원인

JP모건은 트럼프 정부의 정책 선회 배경으로 ‘트럼프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법안의 좌초와 반이민 정책의 실패를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1호 개혁법안인 트럼프케어는 지난달 공화당 강경파의 거부로 하원 상정조차 못하고 폐기됐다. 반이민법안은 야당인 민주당의 반대는 물론 주정부가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하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보고서는 이같은 국내 정책의 실패에 따라 예기치 않게 트럼프 정부의 우선순위가 외교 정책으로 옮겨 갔다고 지적했다.

정책전환 못지 않게 대외정책의 방향 역시 예상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전까지만해도 시리아에 대한 군사적 개입반대를 주장하면서 러시아를 통한 사태해결을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5일(현지시간) 에상과 달리 대규모 공습을 감행하면서 월가의 투자자를 긴장시켰다.

JP모건은 시리아에 대한 예상치 못한 폭격에 이어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포함해 기동타격을 위한 항모전단을 한반도 해역으로 이동시킨 것도 예상치 못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며 “이전에 권고했던 ‘조정국면의 저가매수 전략(Buy the dips)’은 경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뉴욕 금융시장에서 증시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VIX) 지수는 전날보다 1.2% 상승한 15.96을 기록하며 지난해 대선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상정책도 변화…백악관내 역학관계 변화 결과

대외정책으로의 급선회는 백악관내 역학관계의 변화와도 밀접한 상관 관계가 있다. NYT 등 외신들은 스테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퇴출'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트럼프 정부 출범 초기 보호무역주의와 반이민정책 주도한 그룹들의 영향력이 잇따른 정책 실패로 급속히 퇴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신 비교적 합리적 성향의 자유시장주의론자들이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다. 찰스 프리만 전 USTR 중국담당 차관보는 “통상과 세제정책은 대선 당시 혹은 취임 초기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이 ‘없던 일’이 된 것처럼 국경세 도입 역시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중국 수출품에 대한 50%의 보복관세와 환율조작국 지정을 강조했던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에 대해서는 "상반기내에 사라질 것"이라며 존재감이 미미하다고 말했다.

반면 자유무역과 시장주의자 지지자로 분류되는 마크 펜스 부통령과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위원장, 스티븐 므누신 재무, 틸러슨 국무장관이 주요 정책결정권을 장악하고 있다. 프리만 전 차관보는 "당초 우려와 달리 미중 정상회담이 부드럽게 마무리되고 양국간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외정책의 기조가 일방적인 ‘미국 우선주의’보다는 상호협력을 기반으로 한 ‘공정무역’쪽으로 강도가 한결 순화됐다고 지적했다. 향후 트럼프 정부의 무역정책은 보호무역적인 요소들이 포함되겠지만 전통적 자유무역주의에 기반할 것으로 분석했다. 기존 부시 및 오바마 행정부의 무역정책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미국의 무역정책을 옹호하면서 미국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시장환경 조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북 정책은 여전히 예측불가능
비판론자들은 “트럼프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많은 혼란을 야기하고 있으며, 현재 국정 운영 전반의 정책이 미궁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수미 테리 전 CIA 한반도 선임분석관는 “트럼프 정부의 대외정책은 예측이 불가능하다”며 “대북 정책 역시 속단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모든 수단을 검토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발언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이후 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그는 북미간 무력충돌 가능성은 ‘단기적으로는’ 낮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판(miscalculation)에 따른 위험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이 약속한 제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또는 미국의 모든 제재나 압박 조치에도 불구하고 북핵 위협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결국 무력 충돌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미국 정보당국이 북핵 및 탄도미사일 관련 구체적인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도 불안을 증폭시키는 원인이다.

테리 전 분석관은 “김정은이 북한의 핵능력에 대해 한미 연합의 대북 정책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고 과신할 경우가 가장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에 성공할 경우 군사 전략상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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