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졸업 후 3년간 '애기떡' 연구 매진
1달간 크라우드 펀딩 목표액 1147% 달성

'홍군아떡볶이집' 사장 홍연우 씨(19). 중학교만 졸업하고 곧장 떡볶이집을 운영했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에 젊은이들이 창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템 선정부터 창업 실패에 따른 리스크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죠. 한경닷컴이 새롭게 선보이는 [조아라의 청춘극장]은 성공한 젊은 창업가들의 실전 스토리를 담아내는 기획인터뷰입니다. 이들의 좌충우돌 도전기가 예비창업가들에게 좋은 길라잡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편집자 주>

"친오빠가 하던 떡볶이집, 샘이 많이 났어요. 오빠가 떡볶이집 운영을 그만둔다고 했을 때 '이건 기회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학교에서 찾지 못했던 열정을 여기에서 찾았어요. 벌써 시작한 지 3년이나 지났네요."

지난 13일 수원시 영통구에서 만난 '홍군아떡볶이' 사장 홍연우 씨(19·사진)의 작은 눈이 반짝 빛났다. 사업 3년차라고 하지만 이제 고3 학생 나이, 불안할 법도 했으나 일찌감치 자신의 길을 찾은 단단함이 엿보였다.

홍군아떡볶이는 부모의 치킨집 한 편에 자리한 작은 동네 가게지만 실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 업체 와디즈를 통해 이달 9일까지 최근 한 달간 1100만 원어치를 팔았다.

"3년 전 처음 떡볶이집을 이어받았을 때는 중3이었어요. 솔직히 공부에는 별로 흥미가 없었어요. 잘하지도 못했고요(웃음). 여기에 모든 걸 다 걸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중학교만 졸업하고 고등학교엔 진학하지 않았죠."

오빠에게 떡볶이집을 물려받아 몇 개월간 운영하던 그는 점점 더 욕심이 났다. 다른 집 떡과 큰 차이가 없는 떡을 팔면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 '나만의 떡'을 만들고 싶어졌다. 당장 떡볶이 판매를 그만두고 연구에 들어갔다.

쌀눈을 섞어 만든 '쌀눈 애기떡' 제작 과정. 크라우드 펀딩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떡에 걸었다. 이렇게도 만들어보고 저렇게도 만들어보면서 하루에 한 포대씩 쌀을 썼다. 한겨울 하얗고 고운 소녀의 손은 갈라지고 피까지 났다. 자금이 바닥나자 부모는 방 보증금까지 내줬다.

그렇게 3년간 매달린 결과 홍군아 떡볶이의 대표 메뉴 '애기떡'이 탄생했다. 애기떡은 쌀로 만들었지만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국산 햅쌀을 사용했다. 여러 품종의 쌀로 만들어본 결과 가장 맛있는 쌀 품종을 선택했다.

"사람들은 쌀떡보다 부드러운 밀떡을 좋아하거든요. 애기떡은 쌀로 만들었지만 밀떡보다 더 쫄깃하고 부드럽습니다. 부모님이 치킨을 만들 때 사용하는 발효 방법에서 힌트를 얻었죠."

홍 씨는 수십, 수백 차례 시도 끝에 최적의 발효 비율과 방법을 개발했다. 그 과정에서 떡을 찌는 시간도 가장 맛있게 나오는 시간을 알아냈다. 홍 씨의 레시피는 시간을 엄수한다. 주방 곳곳에 타이머를 놓고 시간을 재면서 떡을 만들었다.

그가 만든 떡의 또 다른 특징은 밀가루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 게다가 방부제를 넣지 않아 아기를 키우는 20~30대 주부 사이에서 특히 인기다. 최근 쌀눈을 섞어 만든 '쌀눈 애기떡'도 새로 내놓았다. 이 떡은 이번 크라우드 펀딩에서 최고 인기 메뉴로 등극했다.

홍연우 사장이 특별 제작한 떡뽑는 기계. 떡볶이 떡 기계를 뚫어만들었다. '구름모양' 떡이 나온다.

떡 뽑는 기계에도 공을 들였다. 수리공을 불러 떡볶이 떡을 뽑는 기계에 구멍을 뚫어 구름 모양을 만들었다. 모양에 애정을 듬뿍 담았다.

"3년간 떡을 거의 못 팔고 연구만 했죠. 자금이 턱없이 모자랐습니다. 부모님이 크라우드 펀딩 방법을 귀띔해주셨어요. 목표액은 100만 원이었는데 10배가 넘게 모였습니다. 떡이 뛰어나서라기보다는 제 열정에 반해 투자해주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웃음)"

벚꽃이 흐드러진 4월에도 홍 씨는 한 번도 벚꽃 축제에 가지 못했다. 주중에는 떡을 만들고 주말에는 틈틈이 떡집 탐방을 다닌다. 인기있는 떡집을 찾아 분위기와 메뉴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분석하고 있다.

열심히 하다 보니 기회가 찾아왔다. 국내 온·오프라인 유기농 업체 두 곳에서 납품 의뢰를 받았다. 지마켓, 옥션 등 국내 쇼핑물에도 조만간 떡을 팔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자신의 떡을 들고 찾아가 이곳저곳 입점을 요청했었는데 이제는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3년 동안 꾸준히 버틸 수 있었던 건 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홍연우 사장.

"3년 동안 꾸준히 버틸 수 있었던 건 꿈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하루에도 수없이 실패를 거듭했지만 돌이켜보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 남았습니다. 덕분에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지요."

홍 씨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으로 부모님 치킨집의 '셋방살이'에서 벗어나 독립 가게를 얻고 직원을 고용할 계획이다. 메뉴도 다양화할 생각이다. 흑마늘떡, 석류떡 등 새 제품 아이디어를 이미 머릿속에 쟁여놓았다고 했다. 가게 문을 열고 하나씩 만들어낼 생각이다.

"많은 사람들이 '학교에 안 간 대신 너는 뭘 얻었느냐'고 물어봐요. 저는 이렇게 답합니다. '그 시간 동안 떡볶이로 경쟁력을 갖췄다'고요. 앞으로 더 배워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 언제든지 학교에 진학할 겁니다. 지금은 전혀 불안하지 않습니다. 저는 경쟁력이 있으니까요."

수원=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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