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상회담 뒷얘기
서로를 향해 날을 세웠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사이에 ‘브로맨스(남자들 간의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고 있는 걸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막대한 대미(對美) 무역흑자로 미국인의 일자리를 강탈하고 있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공언해왔다. 대통령 당선 직후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전화를 받고선 중국이 극도로 민감해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깰 수 있다는 모양새를 취하기도 했다.

두 정상의 관계는 지난 6~7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처음 만나 정상회담을 한 뒤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시 주석과 훌륭한 회담을 했고 우리는 죽이 아주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그가 나를 좋아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나는 그가 좋아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도 “시 주석은 아주 똑똑하며 사고가 유연하다”고 극찬했다. 펑리위안 여사에 대해선 “그의 아내도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번 이틀간의 정상회담 기간 중 총 5시간 이상 독대했다. WSJ는 이를 통해 예상치 못한 브로맨스가 형성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도 만족한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손녀인 아라벨라 쿠슈너가 정상회담 때 시 주석을 위해 중국 민요 ‘모리화(茉莉花)’를 불렀고 중국 국영방송 CCTV는 시 주석이 환하게 웃는 장면을 집중 방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정상회담 과정의 고충까지 WSJ에 공개했다. 그는 “내가 꺼낸 첫 의제가 북한이었다. 시 주석은 중국과 북한의 수천년 역사를 설명하면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하지 않다고 했다. 시 주석의 말을 10분 동안 들어보니 북한 문제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하기 전까지 핑크빛이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관계는 7일 미국의 시리아 공격을 계기로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를 지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당신들이 뭐라 하든 난 푸틴 대통령을 모른다”고 했다. “미국은 러시아와 잘 지내고 있지 못하다”며 “미·러 관계는 아마 사상 최악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