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배우' 안성기 데뷔 60주년

5세 '황혼열차'로 아역데뷔…작품 130여편 출연

"벌써 데뷔 60년 됐나 실감 안나
단편영화 제작 지원 등 후배 영화인들 위해 할일 할 것"
“관객들이 불러주시는 대로 저는 ‘국민배우’가 맞는 것 같습니다. 그 흔한 팬클럽도 없거든요. 전 국민이 다 제 팬이니 그런 거겠지요? 하하.”

올해 데뷔 60주년을 맞은 배우 안성기 씨(65·사진)는 국민배우로 불리는 데 대한 소감을 이같이 밝히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13일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한국영화의 페르소나, 안성기전(展)’ 개막식에 앞서 기자들과 한 인터뷰에서다. 그는 “60년이란 정말 실감이 나지 않는 시간”이라며 “내가 데뷔한 지 60년이 됐다고 주변에서 얘기하니 ‘아, 벌써 그렇게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연기 인생 곳곳이 눈에 밟히는지 그는 소회를 밝히는 도중 자주 생각에 잠겼다.

안씨는 1957년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에서 아역으로 데뷔한 뒤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130여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그는 청년기이던 1980년 출연한 이장호 감독의 작품 ‘바람 불어 좋은 날’을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꼽았다. 안씨는 “전쟁의 상흔이 어느 정도 아물고 서울이 급속도로 성장하던 시기에 청년들이 척박한 도시생활에서 느끼는 소외감을 그린 작품”이라며 “시대의 본질을 정확하게 관통한 영화”라고 평가했다.

중년이 된 뒤 부패한 경찰관 역을 맡아 연기한 영화 ‘투캅스’는 연기 인생의 이정표 같은 작품으로 꼽았다. 안씨는 “나이가 들어 주연에서 조연으로 역할이 바뀌던 시기에 내가 새로운 길에 연착륙할 수 있게 해준 작품”이라며 “비중은 작지만 존재감은 큰 역할을 하는 게 앞으로 가야 할 길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아역 배우 시절 붙은 ‘천재소년’이라는 별명에 대해선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어린아이가 연기가 뭔지 알고 했나요. 그냥 시키는 대로 열심히 했는데 집안 막내아들 같았는지 관객들이 예쁘게 봐주셨죠. 저는 천재와는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안씨는 이제껏 TV 드라마나 연극 출연을 고사해왔다. 1980년대 초 한 수사드라마에 범인으로 1회 출연했던 게 계기였다. 50분짜리 드라마 한 편을 만드는 데 딱 이틀이 걸렸다고 했다. 안씨는 “영화는 배우의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내기 위해 카메라 각도와 조명 등 모든 것을 다양하게 고민하며 시간을 갖고 작업하는데 TV 드라마는 그렇지 않았다”며 “드라마가 나와 맞지 않는 옷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안씨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친선대사를 맡아 세계 어린이 구호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전쟁 후 나도 유니세프로부터 도움을 받은 세대”라며 “과거 우리 세대처럼 힘들게 사는 어린이들을 돕고 싶다”고 취지를 밝혔다.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장을 맡아 장학 행사와 젊은 영화인의 단편영화 제작 지원 등도 하고 있다. 그는 “후배 영화인들을 위해 선배로서 할 수 있는 도리를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안씨는 60년간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봐 준 관객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했다. 그는 “관객은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예매하고 영화관을 찾아가 자기 자리를 찾아 앉는 귀찮은 과정을 기꺼이 거친다”며 “영화가 자신을 감동시켜주기를 기대하며 캄캄한 상영관 안에 앉아 있는 관객들에게 깊은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안씨는 “배우 생활을 오래 하는 것이 내 꿈”이라며 “나이는 들었지만 에너지가 느껴지고 계속해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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