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제작사가 외국 배우 써 만든 무대
다양해진 공연산업의 흥행공식 신선해

원종원 <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
‘페이올라’라는 말이 있다. 방송 매체의 대중적 영향력이 지대하던 시절,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에서 선곡을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거나 수수하는 그릇된 관행을 말한다. 한술 더 떠 ‘드러골라’라는 표현도 있다. 돈 대신 마약을 상납했다고 해서 붙여진 용어다. 예나 지금이나 엔터테인먼트산업의 뒷사정은 정글 속처럼 치열한 경쟁과 다툼의 장이고, 편법이나 불법으로 새치기하려는 못된 인간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늘 존재했다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최근 막을 올린 ‘드림걸즈’는 바로 이런 소재로 무대를 꾸민 뮤지컬 작품이다. 디트로이트 출신의 여성 3인조 그룹 드림스를 배경으로 미국 엔터테인먼트산업에 얽힌 기구한 사연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성공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열한 매니저 커티스와의 만남으로 드림스는 불세출의 인기를 누리지만, 리드 보컬이자 팀의 리더인 에피 화이트와의 갈등과 결별, 커티스의 연인으로 길들여지는 디나 존스의 예술가로서 자기 성찰이 감동적으로 전개되며 세상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결국 사필귀정의 결말이 이어지고, 팀이 재결합 콘서트를 열게 된다는 해피엔딩이 가슴의 응어리를 뚫어주는 듯한 극적 체험을 경험케 한다.
뮤지컬 속 이야기는 실존 인물들의 사연을 극적으로 포장한 것이다. 1970~1980년대 큰 인기를 모은 슈프림스가 주인공이다. 그 이름도 유명한 다이애나 로스가 활동했던 바로 그 흑인 여성그룹이다. 처음에는 플로렌스 밸러드가 리더를 맡았으나 불미스러운 사연으로 팀을 떠나게 되고, 로스가 바통을 이어 리드 싱어로 명성을 누리게 된다. 로스는 훗날 모타운 레코드 사장인 베리 고디 주니어와 염문을 뿌리고 실제 결혼도 한다. 물론 뮤지컬에 나오는 비극적인 여성 에피는 밸러드의 무대적 캐릭터고, 디나는 바로 로스의 극적 이미지다. 뮤지컬에서의 재회와 달리 실존 인물인 밸러드는 팀 이탈 이후 정신적 방황으로 알코올 중독에 빠지고, 결국 32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배경이 된 사연을 알고 무대를 보면 더욱 눈물나게 되는 이 뮤지컬의 감춰진 진실이다.

‘드림걸즈’는 장르를 넘나들며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OSMU(원소스 멀티유즈)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무대 초연은 1981년에 올려졌지만, 2006년 뮤지컬 영화로 제작돼 큰 흥행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메가폰을 잡은 빌 콘돈 감독은 2002년 뮤지컬 영화 ‘시카고’에서 대본작가로 참여한 인물이다. 빅 스크린용 영화에서는 디나 역으로 비욘세가, 에피 역으로는 제니퍼 허드슨, 지미 역으로 에디 머피가 등장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특히 원래 무대에선 나오지 않은 디나의 노래 ‘리슨(Listen)’은 영화의 인기에 날개를 달았고, 그해 오스카상 수상식에서 2개의 트로피를 거머쥐는 쾌거를 낳았다. 올해 내한한 해외 공연팀 무대에서도 물론 이 노래를 만날 수 있다.

라이선스 뮤지컬로 제작돼 인기를 누린 적도 있다. 홍지민과 정선아, 오만석 등이 무대를 꾸민 우리말 버전이다. 하지만 날것 그대로의 흑인들의 감성이 담겨 있는 이번 투어 프로덕션에는 직접 비교하기 힘든 음악적 만족감이 남다르다. 한국 제작사에 의해 꾸려진 팀이다 보니 우리식 감성에 잘 어울리는 매력도 안배돼 있다. 무엇보다 다양해진 공연산업의 부가가치 창출 공식에는 흥분도 되고 반갑기도 하다. 좋은 흥행을 기대해본다.

원종원 <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jwon@sch.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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