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캐나다 밴쿠버에서 미국 샌디에이고에 갈 때 유나이티드항공을 탔다. 밴쿠버에서 4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1시간 늦게 출발해 새벽에야 도착했지만 ‘죄송하다’는 말은 없었다. 최악이었다.”

비행기 내 착석한 승객을 강제로 끌어내 세계인의 공분을 사고 있는 유나이티드항공 관련 기사(한경 4월13일자 A12면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의 위기, 예견된 결과였다’)에 달린 수백개 댓글 중 하나다. 매년 1700만명이 탑승하는 세계 3위 항공사의 서비스 수준이다.

미국은 땅이 넓어 항공 이용률이 높지만 미국의 3대 항공사인 아메리칸항공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항공의 악명은 드높다. 정시 도착률, 수화물 분실, 고객 불만 등에 대한 지난해 미국 항공사 품질평가에서 유나이티드는 8위, 아메리칸항공은 9위를 차지했다. 델타가 2위로 겨우 체면치레를 했다.

이렇게 된 뿌리를 캐다 보면 독과점의 폐해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엔 10여개 항공사가 있지만 이들 3개사가 시장 대부분을 차지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항공업계에 대형 인수합병(M&A)이 잇따르면서 독과점 체제가 굳어졌다.
델타는 2008년 노스웨스트항공을 사들였다. 유나이티드는 2010년 컨티넨털항공을, 아메리칸항공은 2013년 US에어웨이스를 인수했다. 1999년까지만 해도 60%였던 ‘빅4’ 항공사(사우스웨스트 포함)의 점유율은 2015년 85%로 뛰었다.

아메리칸항공이 텍사스 댈러스-포트워스를 중심으로 서부를, 델타가 애틀랜타를 허브로 남부를, 유나이티드가 시카고를 거점으로 중부 노선을 장악하다 보니 실질적 경쟁은 거의 없다.

그새 고객 서비스는 엉망이 됐다. 오버부킹(초과예약)은 물론이고 추가 수화물에 수수료를 물려 배를 채운다. ‘고객만족’ ‘펀경영’을 앞세운 저가항공사 사우스웨스트가 정시 운행, 정시 화물 배송 등 너무나 당연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항공업계의 신데렐라로 급성장한 배경이다.

‘기업이 경쟁해야 소비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는 이번 유나이티드 사태로 또 한 번 입증됐다.

김현석 국제부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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