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페르시아 바람의 길을 걷다
이란은 한국인에게 생소한 국가 중 하나다. 기껏해야 이란 여성들이 쓰는 히잡(머리를 가리는 스카프)이나 간간이 여성 차별 행태 뉴스를 접하며 이란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3년6개월간 이란 한국대사관에서 문화홍보관으로 일한 김중식 시인(50·사진)은 한국에 페르시아 문명을 제대로 해설한 책이 없는 것이 아쉬웠다. 귀국을 앞두고 이란의 역사를 잘 소개한 책을 국내에 번역·소개하고 싶었지만 그런 책을 찾아내지 못했다. 결국 직접 쓰기로 했다. 그렇게 나온 책이 《이란-페르시아 바람의 길을 걷다》(문학세계사)다. 김 시인은 “서구 언론의 프리즘으로 비춰진 이란에 대한 편견이나 환상 없이 이란이라는 나라를 있는 그대로 조망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시인은 이란 곳곳의 유적지를 돌며 고대 문명과 오늘날 이란 문화를 소개했다. 테헤란 남쪽 650㎞ 지점에 있는 야즈드에서 시작해 이란 고원의 첫 국가인 엘람 왕국의 수도 수사, 페르시아제국의 영광을 간직한 페르세폴리스, 제국을 재건한 사파비 왕조의 수도 이스파한을 거쳐 테헤란에 이른다.
현지에서 생활하며 느꼈던 이란의 속살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김 시인은 이란 혁명 전후 가장 달라진 모습으로 ‘혁명 전에는 밖에서 술 마시고 집에 들어와서 기도하다가 혁명 후에는 밖에서 기도하고 집에서 술을 마시는 풍경’을 꼽았다. 이란은 인구 8000만명 중 220만명이 마약중독자인 ‘마약 대국’이다. 테헤란엔 국립 알코올중독 치료센터도 있다. 21세기 시대에 7세기의 유토피아를 구현하려는 모험에서 생기는 불협화음이다.

김 시인은 책 속에서 이렇게 묻는다. “종교와 이데올로기와 혁명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을까.” 그는 “이란은 혁명을 통해 주권이 인민이 아니라 신(神)에게 있는 신정국가를 택했지만 특정 세력이 권력을 독점하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꿈꿔온 삶과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란에 대한 국제 경제·금융제재 조치가 풀린 이후 한국은 이란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기 위해 분주하다. 김 시인은 이란에 진출한 기업인들에게 “이란 사람들은 글로벌 스탠더드보다 이란 고유의 가치와 정서가 더 소중하다고 여긴다”며 “그들의 방식을 그대로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360쪽, 1만6000원)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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